• "카메라는 세상과 맞선 투쟁 도구"
        2009년 04월 06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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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 부근에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촛불시민연석회의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회의’가 고 이상림 씨의 가족들이 운영하던 ‘레아 호프(남일당 건물 앞에 위치)’를 개조해 만들어졌다.

    건물 2층에는 방송제작을 원하는 촛불시민이나 영상활동가들을 위해, 촬영 편집 장비들이 비치되었고 간이 스튜디오도 마련되었다. 1층은 문화예술인들의 ‘용산 참사’ 추모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운영될 예정이다.

    참사현장에 들어선 촛불미디어센터

    지난 2일 저녁 ‘레아 호프’에는 촛불미디어센터 개국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크롬(닉네임, 32)’ 역시 비치된 장비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촛불미디어센터 개국 준비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인터넷생중계 매체인 <누리꾼TV>에서 카메라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지난 2일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로 바뀐 용산 ‘레아 호프’에서 만난 영상활동가 ‘크롬(닉네임)’ (사진=손기영 기자) 

    “이곳은 상징적인 곳이에요. 용산 4구역 철거가 이뤄지면 다른 지역의 철거도 재개되죠. 용산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촛불미디어센터를 이곳에 만들었죠. 또 요즘 촛불시민들이 모일만한 장소가 없는데, 이곳이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영신 사장(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이 장소를 흔쾌히 내주셔서 고맙고 다행이에요.”

    그는 촛불미디어센터에 참여한 이유를 밝히며 “다양한 촛불시민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다른 영상활동가로부터 좀더 배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도 ‘IMC(Indy media center)’라는 독립방송국이 있지만, 촛불미디어센터와는 개념부터 다르다”며 향후 운영계획을 설명했다.

    “’IMC’는 활동가들의 모임이자 이들이 방송을 제작하지만, 촛불미디어센터는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철거민들도 같이 방송제작에 참여하죠. 저희 영상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자리만 마련하고 영상교육을 담당하면서 나중에는 시민들이 미디어센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철거민이 진행하는 방송 만들고파" 

    앞으로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아나운서를 맡아,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어요. 또 ‘촛불뉴스’를 제작할 계획이에요. 촛불시민들과 영상활동가들이 직접 뉴스를 제작하고 이들의 관심사가 뉴스의 주된 내용이 되게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이명선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헤딩라인 뉴스’같이 거침없는 뉴스 말이죠.

    또 뜻이 있는 외국인들과 함께, ‘용산 외국어뉴스’도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용산 참사’의 소식을 영어, 일어 등으로 외국에도 알릴 거예요.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지 참여해 영상기술을 배울 수 있는 미디어센터, 또 지난해 촛불문화제 때 ‘웹캠(노트북에 달린 소형카메라)’을 들고 나왔던 ‘1인 미디어’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될 거예요.”

       
      ▲ ‘레아 호프’  2층에 마련된 촛불미디어센터에서 개국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크롬(닉네임)’. (사진=손기영 기자) 

    한 때 화장품 수입업을 했던 그는 지난해 6월 말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뒤, 현장에서 만난 지인의 권유로 ‘촛불시민 리포터’로서 웹캠 앞에 서게 된다. 그의 첫 생중계는 지난해 구본홍 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YTN 주주총회’였다.

    “당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마이크를 잡았던 것 같아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진행을 하고 나니까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아프리카>를 통해서 제 방송을 시청한 네티즌들도 있었을 텐데, 수천 명과 동시에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인 미디어’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이유를 묻자, 그는 “기성 언론들의 것은 가공과 편집을 반복하는데, 저희들의 제작물은 익히지 않은 ‘싱싱한 회 맛’과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초 <누리꾼TV>에 합류한 뒤, 본격적인 영상활동가의 길로 나서게 된다.

    "카메라, 거짓말 못하는 것 같아" 

    “카메라는 세상과 맞선 저의 투쟁도구죠. 카메라는 거짓말을 못하는 것 같아요. 잘못을 한 경찰이 아무리 부인해도 카메라를 속일 수 없어요. 카메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도구에요. 또 카메라를 들지 않으면 한 걸음 물러나게 되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한 걸음 더 세상에 다가갈 수 있어요.”

    그는 ‘1인 미디어’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해고된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인연을 꼽았다. 또 “촛불미디어센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시 병원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손기영 기자 

    “당시 비정규직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웹캠을 들고 병원을 찾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충격도 받았죠. 제가 알고 있는 신부, 수녀의 이미지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카메라에 담게 된 것이죠. 사람들 앞에서는 자상한 모습을 하다가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을 방해하기 위해, 병원직원들과 용역들을 조정하던 그 모습…. 정말 끔찍했죠.

    지금은 촛불미디어센터 문제로 여기에 있지만, 다시 카메라를 들고 비정규직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요즘 들어 이 분들의 목소리가 더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있으면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등이 통과될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들고 있는 카메라로 그분들을 더 비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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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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