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자매의 정치'다"
    2009년 03월 18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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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2기 대표단 선거 중 유일하게 경선이 치러지는 곳은 바로 ‘여성 부대표’ 선거다. 두 명을 뽑는 여성 부대표에 장애여성운동을 해 온 박김영희 후보와 성정치 운동을 해온 최현숙 후보, 오랜 지역정치 경험을 가진 윤난실 후보 등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피튀기는(?)’경선에 돌입한 것이다.

이게 자매 정치, 여성 정치다

그런데 어찌 선거는 조용하다. “재미가 없다”, “김 빠진다”, “싸워라”는 주변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세 후보는 지역 유세에서도, 부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흔하디 흔한 ‘네거티브’ 하나 없었다. 박김영희 후보는 이를 “자매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여성의 정치”라는 것이다.

   
  ▲ 좌담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이처럼 후보들은 특히 ‘여성성’을 강조하며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여성정치’를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당원들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과 여성 당원의 증가를 위해 당내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후보는 당내 문화를 바꾸기 위해 ‘싸움닭’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관련해서는 세 후보의 입장은 다소 어감이 달랐다. 노동운동을 해 온 윤난실 후보는 민주노총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은 반면, 최현숙 후보는 민주노총과는 관계없이 진보신당이 지역노동운동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김영희 후보도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17일 부대표 후보 토론회가 끝나고 오후 5시부터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의 진행으로 인근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아래는 간담회 발언 전문이다.

                                                   * * *

이재영(이하 이) – 우선 각 후보들에게 하나씩 질문하겠다. 어쩌면 각 후보들이 가진 약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명의 기회일 수도 있다. 박김영희 후보부터 질문하겠다. 민주노동당의 경험을 볼 때 부문 대표들의 경우 충성도가 매우 낮았었다. 당 일체감도 없고, 당에 들어와 있으면서 일은 안하고 자리 달라던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전례들을 봤을 때 어떤 사람들이 박김영희 후보에 대해 ‘당신이 정말 진보신당 사람이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이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부대표 여성명부 기호 1번 박김영희 후보 

박김영희(이하 박김) – 공동대표가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니 내가 공동대표로 뭘 하고 있었나는 평가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안에서 소외감 내지는 불편함이 매우 컸다. 공동대표에는 생각도 없었는데 당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공동대표가 되고 총선을 시작했다.

사실 장애인 부문에서 국회의원 하려고 당에 들어왔다는 인식이 있고, 나 역시 얼굴마담, 구색 맞추기라는 식으로 남겨지는 것 아닐까 하는 고민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동대표로 뭘 해야 할지 생각조차 못했다. 그렇다고 총선이 끝났으니 공동대표 그만하고 나가겠다는 것은 당에 대해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했다.

거기에다가 막상 진보정치 쪽에 와보니 내 경험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공동대표로 계속 있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진보정당의 대화는 마치 ‘다 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 같다. 노동 중심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그 무언가가 있다.

장애인, 소수자에게 아직은 낯선 정당

민주노총이나 다른 부문들이 당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보정치 10년 평가’를 하면서 민주노총에서 국회의원으로 온 사람이 당을 위해 무엇을 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지금 말하는 것의 기준도 ‘노동’, ‘민주노총’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부문들이 그랬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어쨌든 만약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진보정당에 오면 이 같은 절차를 밟겠구나, 란 생각을 했었다.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나 같은 장애인, 소수자들이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가 아니라, 이 안에서 만들어지고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그 역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진보신당 공동대표 하면서 진보신당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도 밖에 나가면 제2창당 문제점이나 공동대표 비판을 듣고 있다. 나 스스로 진보신당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많다. 나는 장애운동 성과나 장애운동의 대표성으로 진보신당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진보신당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 

– 최현숙 후보에게 묻겠다. 최 후보는 ‘성정치 운동’이라는 개념을 만들다시피 했다. 그런데 성정치 운동을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트러블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성매매 합법화라든가. 유럽의 네덜란드나 스웨덴은 방식은 다르지만 어쨌든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것이 대체적으로 사민당이다.

이런 트러블들이 없다고 말해도 되긴 하지만, 성매매 합법화 운동을 하는 세력이 분명히 한국에 있다. 그 쪽에서 진보정당들이 갖는 성매매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진보신당이나 진보정당이 어떠한 입장이 되어야 하나? 이런 다양한 성정치 운동을 어떻게 포괄해야 하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

최현숙(이하 최) – 이재영이 말한 성정치운동과 성매매운동진영과의 갈등은 옛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 할 때 발생했던 일이다. 당시 내 입장과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성매매 금지가 원칙이었다. 이후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성 노동 담론을 확산하는 과정에서 나와 민노당의 입장을 반대하는 과정이 있었다.

성매매와 관련된 내 입장은 현장 상황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지금 나에게 그 입장을 물으면 자신들이 먹고사는 방법을 통해 노동자라고 스스로 정체화한 사람에게 ‘너희는 노동자가 아니다, 남성들의 피해자고 성문화의 피해자다’라고 낙인 찍는 것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그 분들과 계속 대화를 해왔었는데 구체적인 담론의 여부를 떠나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와 관련해 만나왔고 지원을 했다.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과 관련해 당 조직도 연결해주고 지방정치 단체들과의 통로도 연결해 주었다.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노동자라고 하는데 너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는 짓는 것은 오만한 시각이다. 특히 주류 여성운동의 목소리가 그렇다. 그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모든 성매매 문제를 노동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다. 그들에게 본인들이 성매매에서 나가고 싶다면 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생활의 지원이든, 직업교육이든 복지제도를 만들어야한다.

외국의 사례로 한국의 담론을 활성화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외국과는 성과 관련한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굉장히 다르다. 어쨌든 나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으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입장이 이렇게 혼재되어 있다. 

– 다음 총선에서 성매매 합법화를 내세울 계획이 있나? 집행은 현행법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제도가 쌍벌제로 구성되어 있으니 판매자도 처벌을 받는게 현실이다. 

– 그 문제는 다르다. 일단 진보신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는가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진보신당 안에서는 이와 관련해 몇몇 당원들이 상당히 거친 인식과 표현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공식적인 당의 토론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의 강령이나 여성 강령에서 표현되는 것은 ‘성 착취 철폐’다. 매매와 관련해서는 합법의 문제는 정하지 않고 있다. 

– 윤난실 후보에게 묻겠다. 다른 두 후보는 소수자 대표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보면 현재 선거에서도 이를 표방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윤 후보의 경우에는 무엇이 달라서 입후보했나?

지역 뿌리 내리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워

윤난실(이하 윤) –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분이 성 정치, 장애를 대표하고 나는 지역을 대표한다고 얘기한다. 이것에 일면 긍정한다. 나는 진보신당이 전국정당으로, 대안야당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한계와 문제점에 지역조직들이 방치되어 고사상태에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리고 진보정당이 지역에서 주민 속으로 내려가지 못하면서 중앙정치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겠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때문에 지역대표성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대표단 선거에서 여성명부를 분리했던 것은 여성 정치인 육성이라는 기본적인 취지가 있다. 이제 그것이 확장되면서 부문대표성까지 확장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당내 여성정치인은 여전히 적다. 2010지방선거에서 광역은 공중전으로, 지역은 보병전으로 치러야 한다고 보는데 그 보병전에 적합한 사람들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지역사회에서 정치를 들고 나왔을 때 5% 정도는 더 우위를 점하며 갈 수 있고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당내 여성정치인들이 발굴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정치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은 여성명부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나는 정치인이지만 여성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명부로 나왔다. 

– 박김영희 후보나 최현숙 후보는 각각 자신들이 대표하는 바에 대해 어느 정도 일상 활동에서 대표성이 인정되고 왔었는데…

최현숙, "나에 대한 질문 온당치 않다"

–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내가 85년부터 사회운동을 했다면 성소수자 운동을 시작한 것은 불과 2004년 정도부터였다. 성소수자 운동은 내 운동의 흐름의 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를 성소수자의 대표로 보는 것은 소수자 운동의 한계에 가두는 것이다.

나는 성소수자 위원장으로 출마한 것이 아닌 부대표로 출마한 것이다. 성소수자나 다른 소수자들은 물론 다수자들과 함께 하는 진보신당이 어떻게 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취지에서 부대표로 출마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 일상 활동을 통해 대표성이 확인되어 왔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방의원이었고 여성정치인이었지만 이들 사이에서 출마에 대한 얘기가 이전부터 있었나?

   
  ▲부대표 여성명부 기호 3번 윤난실 후보 

 – 13일간 단식을 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출마권유를 받았다. 내가 어떻게 혼자 나왔겠나? 사실 부대표 출마는 나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여성부대표를 서울에서부터 제안을 많이 받아왔고 지역은 고민했다.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마지막 날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

노동의 경험과 지방정치의 경험, 그리고 내가 갖는 다양한 자산들, 이를테면 방송 사회자 경험이나, 여성정치의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면서 출마가 요구된 것이다.

윤난실, "노동-지방정치 경험 출마 계기돼"

그리고 노동운동 20년, 진보정당운동 18년을 해왔는데 당과 관련해 쓸모가 있다고 요구되는 상황에서 내 조건만 얘기할 수는 없었고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 이제 본격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얘기해보자. 우선 여성성에 대한 것들이다. 민주노동당 시절 최고위원 선거를 치를 때 여성 최고위원 토론회 사회를 봤었다. 그것을 보고 누군가가 얘기했는데 ‘거기서 아줌마는 이재영밖에 없더라’고 하더라.

굳이 자연인이 여성적일 필요는 없지만 여성명부로 입후보했다면 사회적인 여성성에 대한 표방을 조직 안에서 확장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본다. 사실 진보신당이 많이 변하긴 했다. 당원 구성도, 문화도. 그런데 남자-여자 비율과 ‘아저씨성’은 하나도 안 변했다. 이것을 혁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박김 – 옛날 경남에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여성학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땐 정치를 생각 못했을 때였는데 그 분이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해 여성들을 정치 안으로 들여보내니 남자랑 똑같이 되었더라’고 하더라. 여성이 여성정치 하면서 여성정치문화를 못 만든다. 여성운동을 하면서도 남성적인 해석의 언어 속에서 여성 정치를 한다..

그 분은 여성 문화의 발전이 인류의 진화라고까지 표현하셨는데 여성정치를 생물학적 여성으로밖에 표방하지 못하면 인류의 발전과 진화가 절대 안된다고 했다. 사실 내가 부대표 출마를 결심한 이후 여러분들이, 일반명부로 가서 장애인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성명부로 결정한 것은 내가 내 삶을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 여성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측면 때문이었다. 여성운동 시작하고부터는 내가 여성이라고 외쳤는데 막상 여성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내가 여성명부로 출마하는 것은 내 정체성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했다.

박김영희, "남성 방식 공격하라지만, 자매 정치할 것"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 세 명이 경선하는데 싸워라, 기존 남성의 방식으로 공격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든 ‘자매의 정치’를 보이자고 했다. 이도 우리가 가진 하나의 문화다. 이런 문화를 위해 당내에서 또다시 싸워야 함을 느낀다. 

– 결국 사람이 하는 문제다. 문화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로 가기 전에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그 제도의 핵심은 사람이다. 당내 구성을 보면 서울 부산을 제외하고 여성 할당 30%를 채우기도 어렵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은 ‘여성의 당’을 내세워야 하는데 여성후보도 못 내게 생겼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성 정치인들을 당에서 발굴하고 공직후보로 훈련시켜 내는 것이 1차적인 과제다. 지난 여성당원 워크숍을 가보니 굉장히 따뜻하고 편안했다. 회의하는 방식도 다르더라 수다와 회의가 같이 감에도 중요한 것들은 다 나온다.

나는 여성당원 워크숍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왔고 열정을 보였다. 이제 이를 전염시키는 것이 과제다. 일상에서 싸워야 한다. 결국 싸움닭이 될 수밖에 없다. 

–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로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를 혼재하면 명확히 답을 구하기 어렵다. 당원들이 내게 나의 여성주의가 뭐냐고 질문했을 때 나는 진보와 여성주의와 신앙이 일치한다고 대답한 바 있다.

진보는 사회적 가난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고, 신앙도 그렇다. 여성주의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서 살아온 여성들의 경험으로 가부장 사회의 모순과 경험에 저항하려는 깨우침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약자로 살아온 경험 속에서 다른 약자를 볼 수 있는 것이 여성주의다. 그러니 이것은 진보와 일치한다.

당내 문제로 들어오면 여성은 사적 공간에 갇혀있고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다보니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진보신당에서조차 여성이 상당히 적은 것이다. 또한 그것은 한국 진보운동의 한계이다.

어떻게, 여성들이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여성주의 정당을 만드냐는 것은 생물학적 여성들이 들어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지만 당 자체가 사업이나 정책, 회의문화, 토론회 등 시스템들을 얼마만큼이나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가도 중요하다.

소수자가 배려되고 소외된 것이 배려되고, 모난 곳이 배려되는, 소통구조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당에 여성주의가 자리 잡는 것이다. 이는 지역에서의 생활정치로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지역에서 생활을 복닦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 아닌가?

그런데 이런 복닦거림이 남성주의적 정치문화에서는 의제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촛불이 밥상의 정치, 먹거리 정치라는 것으로 남성주의적 정치문화의 뒷통수를 때린 것이다. 지역에서 갇혀있다는 한계는 있으나 이 복닦거림을 정치의제화 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당내 투쟁도 중요하다. 다만 소수자나 여성들이 다수나 남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없는 남성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최현숙, "여성의 의제, 생활 문제가 정치의제돼야"

– 당선관위 토론회 때 느꼈는데 세 후보들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말씀을 하신다.(웃음) 어쨌든 민주노총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아까 노동중심성에 대한 얘기도 했고, 박김영희 후보도 진보신당에 오니 노조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민주노총 위기 이야기들이 물론 조직적 측면이라든가 정규직-비정규직 같은 문제들도 있지만 문화나 철학의 측면에서도 지켜봐야 한다. 일부의 일탈이라지만 조직의 간부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조직으로 묵인시켰다. 이런 조직과 같이 해야 하나?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문화나 철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 조직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부터 얘기해야 한다. 조직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닌데도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마치 목적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조직보위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운동이 전투성에 기반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는 않는다. 노동을 억압하며 한국 자본주의가 성장해왔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것을 전투성에 입각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 싸우면서 적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나는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방식과 똑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이만큼이 확인되면 그만큼만 인정하고, 또 다시 이만큼이 더 확인되면 그만큼만 더 인정하고, 이래 가지고 과연 운동조직이 대중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겠나?

다만 조합원들이나 운동진영은 민주노총에 깊은 애정들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변화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기회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부대표 여성명부 기호 2번 최현숙 후보

–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을 잘해주셔서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국 조직노동조합운동이 어떻게 가야 하냐에 대해 고민해보면 그 동안의 조직노조운동의 문제점을 기업별 노조운동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운동으로 가고 있지만 산별노조도 사실 기업별 노조와 비슷해 그 문제점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정치가 진보신당을 통해 제대로 가면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쇄신하는 기회를 잡든가 하는 것이고, 쇄신하지 못하면 망하든가 할 것이다.

진보신당은, 노동정치를 지역에서 노동에 의제가 나눠지는 곳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한 병원이 파업을 하고 인근 유통매장이 파업을 하면 연대가 안된다. 그런데 부산의 병원과 서울 병원의 파업은 연대가 된다. 이것이 문제다.

노조가 지역으로 들어가면 병원과 유통매장의 파업이 연대가 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지역사람들과 노동의제로 만나야 한다. 민주노총은 알아서 하게 놔두자 

– 최현숙 후보는, 진보정당이 잘 되면 쫒아오든가 하겠지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윤난실 후보는 민주노총이 문 닫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인가? 

윤난실 "민주노총이 ‘목적’이 아니다"

– 일반적 정서를 말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깨자고 말하느냐? 진보신당도 민주노총을 깨자고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상태가 그렇단 얘기고, 아직 민주노총에 대한 운동진영의 애정이 철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개인 견해는 어떤가? 

– 나는 민주노총에 기회를 더 주고 싶다. 민주노총의 책임이 ‘너희들만 잘못했다’고 놔두면 정당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가? 적어도 정치적 책임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저러고 있을 때 너는 뭐하고 있었나?’, ‘민주노총의 우당(友黨)인 진보정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나도 노력을 다하지 않고 애정을 철회할 수 는 없다. 

박김 – 민주노총의 여러 사건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노동자라고 생각해본 적이나 지칭받은 적이 없음에도 나한테까지 위기가 느껴지더라 민주노총이 나와는 괴리감이 있는데 불안감은 있다. 개인적으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특히 정당에 들어와서 그 마음이 더 커졌다. 민주노총과는 자유롭지 않다. 서로 얽히고, 묶이고, 불편하고, 그런 상황이 있다. 조금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진보신당도 자유롭게 선택했으면 좋겠다.

노동이 진보정당 안에서 왜 항상 이렇게 만큼 거대한지도 모르겠다. 진보신당은 조직노동과 같이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왜 그럴까도 고민되고 왜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나도 궁금하다. 노동이 기업이나 공장 노동만은 아니지 않는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 지난 국회에서 비숫한 논의가 있었는데, 가사노동 같은 개념도 포함되는 것을 말하는 건가? 

박김 – 비슷하다. 

– 나도 노동의 재구성을 통한 진보의 재구성을 글로도 썼고 강조도 많이 했다. 윤난실 후보가 진보신당 만 오천 당원 중 2,500당원이 노동자라고 말했는데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가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노동을 노동이라고 보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만 노동정치 했던 것이 한계였다.

오히려 자본주의 안에 갇혀 있지 않은 더 좋은 노동이 있다. 지역시민사회단체 활동이나 서로 돌보는 돌봄노동, 이웃과 열린 노동, 이처럼 자본주의를 벗어난 노동을 노동의 범주에 놓지 않은 채, 옛 사회과학분석틀 안에서의 전망으로는 현 세대를 읽지도 못하고 전망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 2,500 당원을 얘기했던 것은 조직노조의 조직원이 늘어나야 하는 것을 말하면서 나온 것이다. 나는 조직노동자를 당의 확대와 관련한 핵심지지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구당에서의 문제의식은 함께 하지만 신당과는 함께 못하는 노동자 당원들을 얘기하면서 나온 것이다.

그 동지들이 ‘여기가 내당’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동의제와 관련한 투쟁과 주장이 필요하다. 또 하나 노동운동 지도자나 활동가들이 길을 만들어가고 노동의 개념의 확장을 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지적이다.

물론 우리가 여전히 산업사회에서 자본과 대립되는 노동, 계급적 모순과 관련한 노동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으나, 현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것으로 그 안에서 착취받는 노동의 본질은 다를 바 없다. 돌봄노동도 착취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금융자본주의 은폐하듯. 

– 다른 노동도 있다는 의미다. 

– 노동일반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고 귀하다. 그러나 우리가 반자본주의를 얘기할 때 그 중심에는 분명히 노동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 계급이 공장노동자에 갇혀 있거나 확장되지 못한 측면과 산업자본에 머물러 있는 것을 지적은 맞다. 이 두 가지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 마지막 질문이다. 찬반투표가 남긴 했지만 노회찬 후보가 앞으로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와 일하는 집행부가 생기는 것이다.

자연인 노회찬에 대한 주관적 생각과 1기 집행부에서 노회찬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그리고 2기 집행부에서 부대표로서 노회찬 대표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갈지 의견도 밝혀야 할 것 같다. 

– 개인적으로 노회찬 대표는 훌륭한 진보정치 활동가이자 제도정치영역에서도 훌륭한 국회의원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노 대표를 안 좋아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사소한 부분이다.

그런데 1기 집행부에서 노회찬을 평가하자면 ‘못했다’. 갑자기 분당해 나온 원외정당 대표역할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노회찬의 지난 4년간 국회의정활동과 원외정당 대표역할의 높낮이는 더 컸다.

여러 변수 속에서 지도력을 못보인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우나 대표로서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 대표도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을 것이다.

2기 집행부 같이 하게 된다면 내가 노 대표와 동지적 관계로서 비판적 관점으로 활동을 할테고 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표가 1인 대표 안에 맞는 사람이라면 나는 부대표로서 집중되는 권한이 아닌 다양한 당원들과의 관계를 만들며 당원 하나하나를 살피는 ‘관계의 정치’를 할 것이다. 

박김영희 "대표 옆보다 당원 옆에서"

박김 – 노회찬을 처음 만났을 때 아주 차가워 보였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할 때 법률제정문제로 국회의원 대 단체대표로 만났으니 그랬을 것이다. 당시에는 별 웃음도 없고 그랬던 기억인데 공동대표로 함께 활동을 하다 보니 유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해박하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1기 집행부에서 책임감과 혼란스러움, 당황스러움이 대표들에게 비슷하게 있었다. 특히 노 대표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말도 별로 없었고, 대표단 회의 때는 발언에 동의하거나 필요할 때만 말을 하는 편이었다. 딱 핵심만 말했었다.

대표들은 너무 바빠서 항상 퉁퉁 부운 얼굴로 회의에 참가했다. 일정들이 너무 많아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보는 입장에서는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다. 이는 심상정 대표도 똑같다. 두 사람이 짊어진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1기 집행부에 대한 반성은 해야 한다고 본다. 나도 1기 집행부로서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 2기 집행부로서 대표가 된다면 당면한 선거 등 현실적 문제가 너무 많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책임감도 너무 크다. 나 역시 사람 챙기는 것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소통의 역할을 맡고 싶다. 대표 옆보다는 당원 옆에서 있고 싶다. 

 – 나는 사실 선입견이 없다. 노대표와 같이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진보정당운동의 역사는 길게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고민이나 진보정당의 성장전략에 있어서는 이심전심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노회찬 대표는 서민의 친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어떤 마스크에서 그런 이미지를 나올 수 있겠는가?(웃음) 서민의 친구, 분명하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전달력 있는 정치인이다. 현실정치를 안다는 것이 노회찬-심상정이 갖는 장점이다.

사실 지난 1년 당 활동은 두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부대표는 대표와 각만 세울 수는 없다. 함께 가면서 보완해 줘야 할 관계이다. 보완의 지점들을 역할로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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