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나
    By 나난
        2009년 03월 18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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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표지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
    연약한 이 여인을 누구에게 말할까요
    사랑의 촛불이여 여인의 눈물이여
    너마저 꺼진다면 꺼진다면 꺼진다면
    바람아 멈추어라 촛불을 지켜다오
    연약한 이 여인을 누가 누가 누가 지키랴.”

    거대하고 소란스레 타오르던 촛불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조용필의 <촛불> 속 ‘연약한 여인’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에 빗대어져 지난 여름 인터넷을 달구었다. 그러나 촛불 1년, 이명박 정부 1년이 지난 오늘, <촛불>은 하나의 추억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한국 사회가 ‘촛불 사건’에 데인 열광과 감동, 매혹과 의심에 비해 그 효과에 대한 성찰과 전망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촛불이 희미해졌다. 그래서 묻는다. 도대체 ‘왜?’

    <당대비평>이 ‘기억의 자리’로 물러난 듯한 촛불을 다시 혹은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반성하자며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를 내놨다. 이 책을 엮은 <당대비평> 기획위원들은 2008년 ‘촛불’ 매혹의 배후와 이후를 성찰하고, 2009년 불길한 ‘불길'(용산참사)의 원인과 징후를 근심하고 있다. 자연스레 오늘의 ‘통치 행위’에 딴죽을 걸고, ‘정치’란 무엇이고,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는 그동안 ‘촛불 평론’이 읽지 못한 그림자에 주목하며 촛불의 일면적 낙관주의 해석을 우려하거나(1부), 촛불의 익숙한 한계를 특수한 언어로 질문하고(2부), 가장 까다로운 주체, 즉 까다로운 촛불의 주체와 객체(3부)를 읽어낸다.

    "중산층이 이기적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중산층으로서의 충분한 경제적 정치적 권리와 기반을 아직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이 비출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다. 자신의 계층과 가까울수록 촛불은 좀 더 빛나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촛불은 어둡다. 이것은 왜 비정규직의 저항 현장에 촛불이 오지 않았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 은수미, 「촛불과 한국 사회 중산층의 자화상」,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촛불집회를 분석하는 이론들이 보여주는 ‘낙관주의’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론은 촛불집회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자율성의 낙관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그 자율성이 넘어서지 못하는 경계들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입장을 채택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론은 늘 오히려 ‘비관주의적’이어야 하며, 대중에 대한 상찬으로 가득한 이론적 낙관주의는 결국 대중 스스로 환상에 빠져들게 하고 정세의 엄혹함을 회피하게 만드는 알리바이에 불과할 수 있다. 더욱이, 정세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기초해, 절망 속의 대중들이 표출하는 탈정치화의 전망을 대중적 봉기로 오해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등장하는 이론적 오해는 대중에게 독이 될 수 있을 뿐이다.” – 백승욱,「경계를 넘어선 연대로 나아가지 못하다」

    이 책의 기획위원들이 시도하려 한 것은 촛불을 통해 ‘지금 우리는 어떤 식으로 정치를 사유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를 조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치적 정세보다 우리가 그것을 반성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고의 정세를 먼저 묻는 일’, 그것이 더 화급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위기만큼이나 ‘정치’의 위기를 절감하는 이때, ‘촛불에 대한 성찰’은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의 관계를 사유하기 위한 필수적인 질문이다. 촛불이 꺼지고 광우병보다 더 굵직한(특히 용산참사)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너도 나도 손쉽게 예언했던 제2의 촛불은 왜 일어나지 않는지, 조금은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왜냐하면, "1848년 프랑스에서의 혁명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시험무대였고, 1968년 5월 혁명이 19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 몰락의 예행연습"이었던 것처럼 촛불항쟁도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맞선 대중운동의 새로운 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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