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맘모스를 혼자 먹을 수 없다”
        2009년 03월 09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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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숫자…골치 아파?

    세금문제를 다루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숫자를 다룰 수밖에 없고, 예를 들어 소득개념을 이야기하다 보면 매우 골치 아픈 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세금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2002년도 부유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많은 오해가 있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누진세율에 대한 오해였다. 10억부터 과세한다고 하면 재산이 10억만 넘으면 갑자기 세금이 많아지는 것 아닌가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지금 종부세도 6억 원 이상 주택을 가지면 과세되는데(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러 가지 면제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6억 원에 세율을 곱하는 것이 아니고 6억 원을 초과하는 액수에 대해서 세율을 곱하는 것이다. 현 종부세는, 7억 원이면 6억 원을 초과하는 1억 원에 1천분의 5를 곱하여 세금은 50만 원인 것이다.

    옛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누진세와 관련된 고민 때문이다. 좌파들 입장에서 보면 세제의 핵심은 누진적 소득세이다. 독일사회민주당이 20세기 초에 소득세 단일세제(모든 세금을 폐지하고 소득세로만 과세하자는 주장)를 주장했는데 그만큼 누진적 소득세가 사회주의 이상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날로 약화되어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누진적 소득세의 고향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그 약화 경향은 현저하였다(다만 전체로서의 조세부담률은 급격하게 줄고 있지 않다). 종부세 논란 때도 일부 학자들이 재산세는 비례세가 그 본질에 맞다고 하면서 종부세의 누진적 구조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세종 때는 20배, 고구려 때는 150배

    그러나, 인류는 특히 20세기에 들어서 누진적 소득세제를 발명하여 공평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는 했지만, 과거부터 분명히 보다 많이 가진 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생각을 당연시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세종도 전분6등법과 연분 9등법을 통해 가장 비옥한 땅이 풍년인 경우와 가장 척박한 땅이 흉년인 경우 세금 차이를 무려 20배의 차이를 두었다. 나중에 연분 9등법이 폐지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세금은 6배 차이가 났다. 지금 종부세의 세율은 최고세율과 최저세율이 네 배 밖에 되지 않으며, 소득세의 경우도 5배를 넘는 정도였다.

    심지어 삼국시대에는 무려 150배의 세금 차이가 나기도 했다. 고구려의 세제에 관한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는 세로 포 다섯 필, 곡식 다섯 석을, 遊人에게는 삼 년에 한 번 세금을 내는데 열 사람이 공동으로 細布 한 필을 내게 하였다. 조는 호마다 한 석, 그 다음 등급은 일곱 두, 그 다음은 다섯 두를 내게 했다”(隋書 列傳 東夷 高麗 “人稅布五匹 穀五石 遊人則三年一稅 十人共稅布一匹 租戶一石 次七斗 下五斗”)

    인은 1년에 포로 다섯 필을 내고 遊人은 삼 년에 한 번 열 사람이 한 필을 내니 3년에 보통사람 10사람이 내는 포의 양은 150필(=5*3*10)이고, 삼 년에 유인 열 사람이 내는 포는 1필이니 세부담은 150배가 차이가 난다.

    물론 세금을 조금 내는 ‘유인’이 도대체 어떤 계층이냐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사학자 백남운이 유인이 빈민이라고 주장한 이래 국사학계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고, 사료가 없어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하여튼 고구려에는 150배의 세부담의 차이가 나는 계층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백제에 대해서도 재산의 차등에 따라 세금을 달리 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삼국시대에도 어찌되었든 누진세는 당연한 것이었다.

    거칠게 말하면 조선의 세종은 지금의 종부세보다 세 배나 세율 격차가 심한 토지세를 실시하였고, 이는 당시에는 토지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다는 점을 본다면 부유세의 일종이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특정계층에 대해서 150배나 세금 차이를 두었던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시장 이전 인간의 본능

    누진세는 실제로 공산주의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것이 공산주의라고 한다면 능력에 따라 만들어낸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서 누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여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로 사용한다면 이는 분명히 공산주의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엥겔스의 말대로 원시사회가 공산제는 아니었을지라도 이러한 공산주의적 사고는 인류에게 매우 오래된 것이고,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시장이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던 인류사회의 본능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누진적 소득세를 택하고 있고, 고소득과 저소득에 무관하게 단일세율을 적용하자는 단일세제(flat tax)를 채택하자는 주장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압도적인 여론에 의해서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기민당도 이를 검토하다가 선거 도중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그 공약을 철회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 영화 <10,000 B.C>의 한 장면

    요즈음의 인류학자들의 가설은 그렇다. 원시채집 경제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는 종족들도 과일이나 벌레, 조그만 동물들은 한 가정이 열심히만 노력하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가족 외 구성원들과 나누지 않지만, 2인 이상이 협동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고, 그 잡는 것도 많은 우연적 요인에 의하여 좌우되는 큰 동물의 경우에는 잡은 사람에게 일부 우선권을 주지만 어떤 방식을 통하든지 부족 전체가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다.

    “맘모스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물론 원시부족은 고기를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이 분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맘모스를 통째로 먹을 수 없다”는 이 사고가 인류가 들판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을 이어가던 수백만 년 전부터 확립된 공산주의적 사고와 전통이며, 현대에서 전사회적으로 도입된 것은 누진세율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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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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