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투쟁부터 달라질 것이다
        2009년 02월 16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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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의 주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잊어버리고 노동계급의 계급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진보운동진영이 이 사태를 책임지고 풀어보겠다고 덤비는 것 같지 않다. 운동이 관성화되어 있거나 합법화되어 있거나 중산층화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박래군씨의 말이다.  그는 주간 <변혁산별>과 인터뷰를 통해 진보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따로 있고, 빈민 문제 따로 있고, 철거민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비정규직 되고 빈민 되고 철거민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고 분절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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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비정규없는세상만들기’ 등 활동이 많은데 공동집행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 사진=전교조

    = 솔직히 얘기하는데 살인 진압이 있기 전날 모임에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친구가 무슨 일 있을 줄 모르니까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나는 망루에 올라갔으니까 장기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가서 다음날 아침까지 늦잠을 잤다.

    그때 그 금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날까지도 맡고 있는 일이 많고 인권단체들이 경험이 많으니까 진상조사단 역할 정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요청도 있었지만 워낙 다급했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작년 촛불도 그렇지만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맞은 건 아니고,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묻고 건드리는 엄청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후퇴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해보자고 붙어보는 것이고, 결론이 좋으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 폭력투쟁으로 몰아가는데 성공

    – 1월 20일 이후 정신없이 지냈을 텐데

    = 그래도 이틀 내지는 삼일에 한번 씩은 집에 들어간다. 1월 20일 이후에 그런 패턴이다. 어떨 때는 4일에 한번 들어간다. 그나마 다행이다.

    – 지난 14일 4차 범국민대회까지 끝났는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 정부가 성공한 게 있는데 폭력투쟁으로 몰아간 점이다. 조사를 해봤는데 주변의 주민들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안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부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19일 아침 상황을 과장해서 도심 테러사건이라고 규정하고, 특공대까지 투입해서라도 진압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단일 사건에 검사 27명, 수사인력 100명을 투입했다는 것은 정권이 정치적 위기라고 본 것이다. 이 사건 초기의 판단은 김석기가 아니라 그 위에서 한 것이고, 수사본부가 만들어진 것도 청와대의 판단이다.

    따라서 수사본부는 짜여진 각본에 의해 결과를 만들었다. 화재사건은 빨리 부검을 안해도 되는데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부검을 했고, 전철연을 폭력 조직으로 몰고 갔다. 폭력 프레임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나 촛불시민들이 꺼려하게 된 것이다. 재개발에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검찰 수사를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운동이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진보진영의 운동이 나사가 풀려있고, 긴장이 안 걸려있다. 비상 상태로 가야 하는데 예전에 익숙했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벗어던져야 한다. 20년 전 군사정권 더하기 변형된 독재가 나타나고 있는데 운동조직이나 일반 시민들은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의 활동의 성과라면?

    = 정권이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분노는 살아있다. 경찰이 아무리 청계광장을 꽁꽁 싸매고 원천봉쇄를 했지만 지금껏 추모집회를 못 한 적이 없다. 이유와 장소를 불문하고 원천봉쇄를 했지만 4차 국민대회까지 해냈고, 가두시위까지 연결시켜냈다.

    일정 정도 살아있다. 결정적인 투쟁은 아닐지 몰라도 결정적 투쟁을 하기 위한 기초는 쌓고 있는 것이다. 모든 투쟁이 하나하나 쌓아가고 기반을 만들어가는 투쟁이라고 본다.

    결정적 투쟁을 위해 기초를 쌓고 있는 것

    – 유족들이 잘 버티는 것 같다.

    = 맨 처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전철연이 건강한 조직이었다. 중앙 차원의 돈 문제도 없고, 지역 철대위도 자주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중앙과 잘 연결되어 있다. 그 안에 유가족들이 있는데 다섯 가족이나 되지만 무너지거나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게 큰 힘이다.

    정부가 뭘 준다고 해서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은 유가족들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위로는커녕 울분만 커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단호하다. 장례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망자에 대해 명예를 너무나 더럽혔기 때문에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 살기 위해 망루 지키려고 올라갔는데 처참한 시체로 내려왔고, 그런 사람에 대해 테러집단,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니까 유가족들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계급적으로 동질성을 느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따로 있고, 빈민 문제 따로 있고, 철거민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비정규직 되고 빈민 되고 철거민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고 분절적인 것 같다.

    이명박이 추구하는 이 정책, 사람이 몇 명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부자들만의 정치인데 아직도 사람들이 낭만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용산철대위는 자영업자들로 중산층의 하 정도 되는 사람들인데 재개발정책은 중산층 하 정도 되는 사람들도 한 방에 날리는,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정책이다. 이 투쟁에서 그걸 보지 못하고 교훈을 보지 못하면 저들에게 짤리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운동의 관성화, 합법화, 중산층화

    – 대책위에 진보진영의 전체가 함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어정쩡하게 양다리 걸치고 있는 단체도 있고 답답하다. 진보운동진영이 이 사태를 책임지고 풀어보겠다고 덤비는 것 같지 않다. 설득하고 이런 게 힘에 붙인다. 운동이 관성화되어 있거나 합법화되어 있거나 중산층화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

    다들 처음의 분노와는 다르게 복잡한 것 같다. 범대위의 기조, 이명박 퇴진이나 심판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건 핑곗거리다. 시민단체는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차지만 민주노총의 다수파는 적극적으로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단체도 이걸 재는 것 같다. 말은 적극적으로 하지만 몸이 그렇게 안 움직이는 것 같다.

    진보진영이 말로 하는 것만큼 실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뭔가 달라질텐데 그렇지 않고 있다. 어떤 사안이나 투쟁이 준비된 다음에 터지는 것이 아니다. 대중들의 의식이 높아진 다음에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대중조직은 대중들의 문제가 아니라 간부들의 문제다. 자신들의 생활기반, 정치적인 입지에 연연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민주노총이 다르고 전철연이 다르다? 계급적 의미는 같다. 같이 싸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다.

    – 범대위 사법처리 얘기가 나오고 있다.

    = 범대위가 한 게 기껏해야 미신고집회 한 거다. 우리는 정부가 치는 게 겁나지 않는다. 날릴 사람 날리고 가는 거다. 2월 21일 집회부터는 다른 모습 보일 것이다. 실제로 완강한 투쟁을 하지 않고 이 국면을 바꿔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걸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은 완강하게 버티고 쌩까는데, 한 달이 다 되어가도 유가족에게 사과 한 번 안하는데, 제네들이 80년대 식으로 하면 우리도 80년대 식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토요일 투쟁은 이전의 투쟁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밝힐 것이다. 집회공간이 안정적으로 열리는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운동, 초심 잊은 것 아닌가

    – 노동운동이 용산 살인진압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

    = 조합 중심의 운동, 조합주의적인 운동은 안된다. 노동운동 왜 했나, 자본주의 깨려고, 자본주의 속에서는 자유와 평등이 어렵다는 걸 인식하고 근복적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지금은 초심 다 잊어먹고 자기 자리 지키기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운동이 운동성, 운동의 지향에 대한 변혁성이 상실되고, 자본주의 톱니바퀴의 하나로 작동한다면 그건 운동이 아니다. 기성 운동이 도전받을 수밖에 없고, 깨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밑에서부터 대중들로부터 반란이 일어나는 것이고, 현재의 운동을 부정하는 것으로 갈 것이다.

    그 전에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가 운동하는지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동계급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한 것인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시민사회운동과 다른 노동운동이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주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잊어버리고 노동계급의 계급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 문제나 철거민 문제가 다른 문제가 아니고, 계급적 연대감 동질감 이런 것들을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 4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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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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