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보다 훨씬 괜찮고
클린턴보다 조금 나은
    2009년 01월 29일 04: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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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1월 20일(한국시간으론 21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영하 7도가 넘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200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취임식장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역사적 순간’을 경험하려는 미국 시민들의 열망과 욕구는 취임식장을 달궜고, 그것을 지켜보던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 역시 뜨거운 관심과 기대감을 표시했다.

   
  ▲ 필자

우리 역시도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용산참사의 아픔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감으로 뒤엉킨 심리상태였지만 말이다.

오바마는 대선과정에서 일방주의적 태도로 점철된 부시 정부 1기가 아닌 북미간의 대화의 물꼬를 튼 2기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계승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나아가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미직접대화를 특별히 강조했다.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핵문제와 평화체제, 북미수교문제를 일괄타결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북미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하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선정적이고 과장된 발언이었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변화의 가능성을 오바마는 이미 예고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일단 북미관계에서는 여러 가능성과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실질적인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부시 정부 8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최소한 클린턴 정부 시절을 떠올리는 변화는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다지 상식적이지 않은 북한의 태도, 그리고 김영삼 정부와 너무나도 흡사한 이명박 정부를 생각한다면 그런 변화조차도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대신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무대 위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바마 정부는 취임초기에 역대 정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전임 정부의 정책들을 검토하면서, 성과를 이어갈 것과 변화, 전환해야 할 것들을 결정할 것이다. 6자회담의 논의구조가 효력을 유지하고 있고, 축적된 논의의 성과들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요소가 뒤엉켜 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검토는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또 북핵문제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나 그것으로 한정할 수 없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동북아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 검토사항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북특사가 임명되지 않았고, 6자회담과 관련된 움직임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의 골격 : ‘오바마-바이든 플랜’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천명했다시피 그 모든 과정은 이미 대선 과정, 그리고 당선 이후 정권인수팀 홈페이지를 통해 수정공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 바탕을 두고 진행될 것이다.

정책적 기조나 원칙과 상관없이 근거없는 고집과 오락가락 대응방안으로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적어도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은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더군다나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집행할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에 대한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의 큰 골격, 기조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볼 수 있다. 단지 그 첫걸음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이다.

‘오바마- 바이든 플랜’은 24개 항목으로 구성된 오바마 정부의 국정전반에 대한 포괄적 구상이며, 선거공약의 기조를 의미한다. 대북정책은 그 속에서 외교분야 특히 핵비확산문제와 연관되어 그 기조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대북정책을 다루는 핵심이 동북아구상, 한반도정책보다는 핵비확산의 문제를 중심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 정부나 공화당 일각에서는 북한을 핵국가로 용인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 달리 역대 민주당 정부와 마찬가지로 핵문제에 대해 더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관계가 그렇게 낙관적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대북정책에서 핵비확산의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원가능한 모든 것을 다 활용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오바마-바이든 플랜’에 따르면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이며, 이를 위해 6자회담과 고위급 양자대화를 내포한 ‘강력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를 천명하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tough’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논란이 발생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강력한’, ‘강인한’, ‘끈기있는’ 등. 실제 사용되는 의미에 초점을 둔다면 아마도 ‘거칠지만 분명하고 과단성있는’ 정도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북미직접대화, 포괄적 협의, 일괄타결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댓가와 실질적인 압력(real incentives and real pressures)’은 그것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경제적 지원, 체제안전보장과 같은 당근을 의미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압력, 즉 채찍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경향신문>은 ‘당근’에 강조점을 두고, 조중동은 ‘채찍’에 강조점을 두고 이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바마 정부는 핵비확산문제와 관련 보상과 댓가를 줘서라도 해결하려 할 것이지만, 그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압박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이 동시적으로 구사될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먼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핵비확산만이 아니라 강대국의 핵군축도 중요 관심사

이와 관련 특별하게 같이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핵군축 문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를 핵비확산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핵강대국들의 핵군축에 대해서도 매우 높은 강조점을 두고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2005년 NPT재검토회의를 통해서 천명된 핵강대국들의 핵군축선언을 실제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의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1000여 기 정도로 감축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은 4500여 기의 핵무기를 러시아는 5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미-러관계의 새로운 차원이 열리게 될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핵군축논의가 가능해지게 된다.

2010년 NPT 재검토회의는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정부의 ‘핵없는 세계’구상이 각광받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부시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하고, 또 북한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남한에 있는 미군핵무기 문제나 핵군축회담 문제에 대해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논의의 가능성이 열려져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도통합형 외교안보라인의 등장 :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

물론 이러한 정책 기조는 단지 기조일 뿐이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그것을 관철시킬지가 중요하다. 한 마디로 사람의 문제다. 오바마는 자신을 지지했던 진보적인 지지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신중하고, 실용주의적인 중도통합형 인사들로 외교안보라인을 구축했다. 그것도 초중량급 인사들로 말이다. 한 마디로 오바마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들로 외교안보라인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미 상원 외교통으로 30여 년 넘게 활동해 왔던 바이든이 부통령이고, 대권경쟁자였던 힐러리 국무부장관, 부시 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게이츠 국방부장관, 민주-공화 양당이 모두 선호했던 해병대 4성 장군이고 나토사령관이었던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해군 4성 장군이고 미태평양함대 사령관이었던 블레어 국가정보국장(DNI)이 바로 그들이다(국가정보국(DNI)는 9.11 테러 이후 CIA를 비롯한 모든 정보기관의 업무를 조정해서 정보수집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창설되었다).

당연히 이들 밑에는 실무책임자들로 자누지 상원외교안보위원회 전문위원,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그레그슨 국방부 동아태차관보, 베이더 백악관 동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포진해 있다.

블랙 클린턴, 블랙 케네디라는 말을 통해서 연상할 수 있듯이 개혁적이고 참신한 흑인 오바마를 얼굴로 하면서, 중도통합적인 초중량급 인사를 책임자로, 클린턴 행정부 출신 인사들을 실무담당자로 배치하는 중도통합형 외교안보라인의 구축을 의미한다.

진보개혁적인 색깔보다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들을 망라하는 안정적이고, 통합지향적인 인선인 것이다. 오바마의 실용주의적 성격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고, 또 비주류 소수파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안정적인 입지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바마가 진보를 포기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인선이기도 하다.

오바마가 보수세력의 포로가 되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오바마의 입지전적인 개인사나 케냐인 아버지를 둔 흑인 출신의 비주류 진보운동가라는 선입견을 떼고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국 땅덩어리라고 해서 아무나 대통령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흑인으로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백인 보수파들까지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오바마로서는 너무도 당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보다는 훨씬 괜찮고, 클린턴보다는 조금 나은 그런 오바마로 봐야만 냉정하고도, 현실적으로 오바마 정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북핵문제만이 아니라 중동 문제, 이란 문제,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문제 등에서도 부시 정부와는 달리 협력적 다자주의를 지향하지만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프카니스탄의 사례처럼 ‘정권교체(regime change)’나 전쟁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인적 구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권과 생태, 평화를 말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북정책의 양대축 : 특사파견과 6자회담

일단 오바마 정부는 두 가지 축으로 북핵문제에 접근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이 고사함으로써 공석인 상태이긴 있지만, 대북특사를 임명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대북특사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지 미첼 중동특사처럼 당사국들과의 직접적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의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둘째, 6자회담을 통한 논의를 여전히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북미직접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6자회담은 들러리에 불과할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데,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6자회담의 틀이 매우 소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만이 아니라 그 이후 상황까지 염두에 둔 동북아의 다자주의적 질서의 맹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5년 9.19성명, 2007년 2.13합의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역사적 합의를 존중하면서 논의를 풀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2008년 12월 6자회담이 핵검증의정서 채택 문제, 특히 시료채취 문제를 둘러싸고 중단되었던 바로 그 지점에서 6자회담의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특사의 활동과 6자회담의 상관관계다. 대선과정에서 천명했던 오바마의 입장을 보면 특사활동을 통해 물꼬를 트고, 6자회담을 통해 마무리하는 모양새가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러나 새롭게 구성된 외교안보라인의 특성상 6자회담을 통해 공감대를 마련하면서 특사활동을 배치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북한이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꽤 큰 차이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첫 번째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핵검증의정서, 특히 시료채취문제를 둘러싼 논란과정에서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이고, 이 문제가 핵불능화단계에서 핵폐기단계로 넘어가는 핵심쟁점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의의 물꼬를 트지 않는 상태에서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오바마 정부의 첫 출발은 성과보다는 상견례에 머무르기 쉽다. 따라서 특사를 임명하고, 그 활동을 통해 6자회담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양한 주제들을 폭넓게 교환하면서 일괄타결의 길을 모색해야만 ‘폐쇄→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해법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신고량(38~40kg)과 국제적 예측량(50kg)의 검증, 우라늄 농축핵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 핵무기 폐기문제는 단지 북한 핵문제만이 아니라 남한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문제, 평화체제 문제, 북미수교문제 등과 연동되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요소가 있다.

대단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세부쟁점들에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와 같은 전략적 쟁점들이 묻혀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뛰어 넘는 큰 줄기를 잡지 않고 세부쟁점에만 매달리다 보면 심각한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악마는 세부쟁점(detail)에 있다”고 말해 왔던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공식입장에 따른다면 북한 핵무기의 검증과 폐기는 마지막 단계에서나 가능하다.

다시 말해 너무 일찍 협상카드를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고, 이라크의 사례처럼 성과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임으로써 결국에는 파멸되는 길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무엇으로 설득할 것인가?

결국 미국과 북한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이행가능하고, 검증될 수 있는 결정’이 나오기 위해서는 북미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나 상호신뢰가 걸려 있는 쟁점들에서는 그에 걸맞는 조치들이 합의되고 이행되지 않는다면 한 치의 진전도 없이 맴돌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힐러리 인사청문회 직후 힐러리의 북핵 강경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북미관계정상화 없이도 살 수는 있지만, 핵무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강경발언을 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복잡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단지 새 정부 출범에 대응한 관심 끌기용으로 폄하하는 것은 지나친 비하라고 본다. 오히려 문제의 복잡성을 드러냄으로써 북-미직접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북한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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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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