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 함께 하기 위해 콜센터 설립
        2009년 01월 28일 08: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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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하고, 상상하고, 결정하라

    SEIU는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7가지 변화 ‘전략’을 세웠다. 그들은 20년 후에 자신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즉 2025년에 SEIU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고, 그런 전망 속에서 자신들의 현재 모습을 바꿔나가고자 한다.

    지난 2000년 ‘위원장 위원회'(President Committee 2000)를 통해 그들은 ‘평가-상상-결정'(Evaluate – Imagine – Decide)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계획 틀을 잡고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상태를 조사하고(examining what is), 다음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그림을 그리고(imagining what could be),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선택(choices about what should be)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부터 10년 뒤인 2019년에 조합원 5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면 현재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SEIU 721의 MRC 관련 유인물

    SEIU는 이런 방식을 통해 ‘산업별 힘, 전국적 차원의 활동, 정치 활동, 코뮤니티, 지역지부, 노동자,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의 힘’의 강화라는 7가지 전략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7가지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니만큼 노동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하되 그 전망을 열어가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의 관심과 요구에 집중하되 그것을 넘어서서 전체 노동자의 과제를 인식하도록 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사회적 힘이 약해질 때 조합원의 노동조합과의 연계도 약해진다는 소박한 진실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IT 산업의 발전에 맞는 효과적인 소통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노동조합의 고민은 조합원의 참여가 적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현재 약 3% 정도의 조합원만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정어도 20만명의 활동가(10%)와 1백만명 조합원의 참여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조합내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지역지부강화위원회'(SEIU Local Union Strength Committee)를 중심으로 전체 활동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하고, 그 대안 중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 Member Resource Center (MRC)이다.

    조합원의 요구에 즉각 답하라(MRC)

    MRC는 호주 노동조합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호주는 20년 동안 조직률이 50%에서 20%로 급감했다. 보수적인 하워드 정부는 오픈 숍만을 인정하고, 조합비 공제도 폐지하는 등 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호주노총(The Australian Labor Federration, ACTU)은 새로운 IT 기술을 이용한 일종의 조합원용 call center를 만들었다. 쉽게 말하자면 조합원들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모든 문제를 상담하고, 이를 노조에서 즉각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물론 단순한 상담을 넘어 다양한 조직화로 이어진다.

       
      ▲파워포인트 자료, 과거 업무 방식분석

    SEIU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를 배우고, 자신들의 처지에 맞는 방법을 찾았다. 무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들의 조건과 비교 분석한 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아직도 실험적(pilot system)이긴 하지만 시카고의 Local 1은 4년째 운영 중이다.

    시카고의 경우 이를 통해 상근자들은 휴스턴에서 5,000명의 청소부들을 조직하는 등 중요한 캠페인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접전 끝에 시의원 9명 중에 7명을 당선시킬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오레곤, 일리노이 주에서는 health care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이 아닌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상근자들은 가사노동(in-home)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더 좋은 계약 조건을 만드는 투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뉴욕에 있는 Local 32BJ(조합원 85,154명)에서는 1년에 500,000건 이상의 통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문의와 고충처리 등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면서 나머지 부분을 전략적 사업에 집중하는 도구로서 IT 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먼저 그들은 현재 상근자가 하는 일을 분석해 보았다. 대충만 보아도 단체 협약 관련 업무(캠페인과 행정업무, 현장방문, 고충 처리, 조정), 계약직 혹은 비조합원 등 만남 추진, 의료보험 및 연금관련 업무, 노사간 문제, 지도부 수행, 반격을 위한 캠페인, 교육 및 일반 업무, 조합원 동원 및 만남, 지지자 조직, 정치 업무 등이다.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큼 일이 많다 .

    특히 우리와 달리 넓은 지역에 조합원들이 흩어져 있는 특성을 고려해 보면 우리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 많다. 인종이 많은 만큼 언어문제도 있다. 물론 우리 상근자들이 처한 처지와 다를 게 없기도 하다. 우리 역시 각종 회의와 조합원 관리, 단협, 교육, 정치활동, 투쟁, 거기다 조직 활동까지 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고유 업무에 전념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는 쉴 새 없이 투쟁이 몰려온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은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MRC를 만들었고 조직 활동을 단순화 시켰다.

    우리 역시 현재의 업무를 분석해 보고, 뭔가 그에 맞는 대안이 있어야 할 때는 아닌가? 살인적인 업무량, 끊임없이 바쁘고 회의는 많은데 그렇다고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더 조합원에게 가까이 간다

    LA에 머물면서 패사디나(Pasadena)에 있는 Member Resource Center를 찾았다. 그 곳은 Local 221, 521, 721, 1021, 그리고 SOULA가 함께 구성되어 있었다. 그 날은 각 지부에서 온 23명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만을 전담하기 위해 새로 채용된 사람들이고, 1년 정도의 견습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미국의 단체협약은 대단히 복잡하다. 각 업무마다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그 업무에 정통해야 조합원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훈련을 충분히 시킨 후에 실전에 투입한다.

    언어도 다양하다. 인종만큼 언어도 구사해야 한다. 따라서 영어 이외에 스페인어, 중국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또 마치 자동차 생산 공장에 온 것처럼 큰 전광판을 통해 현재 몇 건을 처리했고, 각 지부당 현재 몇 명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가 나타나고 있었다.

       
      ▲콜센터 내부 모습, 핵심은 전화를 한 사람이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것. 

    그 곳에서 일하는 Karen Kinslow는 전체 과정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책임자 Patricia Castillo는 어떤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는지를 얘기해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투쟁을 해야 했다는 얘기였다. 다시 한번 ‘변화는 투쟁이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 Local 1877의 청소 조합원들을 만나러 지부장인 Mike Garcia와 함께 새벽 2시까지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눠 준 유인물에도 ‘불행하게도 MRC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와 오해가 있다’는 표현이 있었다.

    새로운 방식이 무슨 효과를 가져 올 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다.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의 활동을 하고자 하는, 그리고 새로운 체제가 자신의 업무를 빼앗아 가든가 지위를 불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얘기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야.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다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 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소설 속 대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MRC는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준 게 하나 있다. 어떤 현장에서 사용자가 아침부터 조합원이 노조 옷을 입고 나온 것에 대해 뭐라고 했다고 한다. 사용자는 이 조합원말고도 다른 사람에게도 뭐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MRC에 문의를 했고, MRC는 바로 조직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신속하게 대응을 했다.

    물론 많은 조합원이 모여 있고, 상근자가 가까운 곳에 있는 노조의 경우는 이런 게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수의 조합원이 고립된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일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일용 노동자나 건물 청소원, 경비원, 대형매장 노동자, 각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무서운 데이터의 집중

       
      ▲새로운 조직구조에서는 안팎의 조직활동만 남는다.

    이들은 조합원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 곳으로 모은다. MRC에 문의하는 조합원의 정보는 물론 조직 활동가의 보고, 집회 참석 여부, 지역 내 다른 단체와 협력을 하는 사람의 경우 그 단체에 대한 보고, COPE 참가자 등 모든 정보는 하나로 취합된다.

    그 이전까지 정보는 어딘가, 누군가의 머리 속에 있었다.(Some database somewhere. It stays in the external organizer’s head.) 그들은 묻는다. 도대체 정보를 어디에 두느냐고? (Where is this information stored? Where is this Dues Processing information kept?) 전화를 걸고 받은 기록은 어딘가에 기록하는가를 묻고,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조합원 정보, 작업현장 조직화, 정치활동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knowledge base(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적 의미는 필요한 모든 지식을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정리·축적한 것) 등을 하나로 모은다.

    이런 모든 조합 활동 경험의 공유를 통해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들은 노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노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라 노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campaign에 효과적으로 조합원을 동원할 수도 있고, 각종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이런 정보의 집적에 따라 이후 간부로 추천되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현장의 노동조합이 강화되고 미래의 지도자들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Building a stronger union at the worksite with your Worksite Organizer and finding leaders for the future.)

    다시 우리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사람이 그만두면 정보도 없어진다. 한국에 돌아와 연맹을 그만 둔 후배를 만났더니 “그만두면서 인수인계를 하려고 했으나 받을 사람이 없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연맹에 들어와 쌓은 노하우와 인간관계는 개인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머리 속에만 있다.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1999년 3개 연맹이 통합할 당시 조직실장을 맡은 당시 돈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여하여 조직 활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적이 있다. 노조의 기본 현황, 임금체계, 상근자 현황, 방문 기록 등 기초적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기록해 두었다면 아주 훌륭한 자료로 남았을 테지만 그걸 입력하기에는 다들 너무나 바빴다.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 ‘객관적인 자료’는 아무 것도 없다.

    현재 SEIU는 이미 실험 중인 Member Resource Center를 지역적으로 다른 단체협약 내용과 문화 등을 반영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2012년까지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언제 전화를 하더라도 연결될 수 있는 24/7 시스템(24 hours a day 7 days a week) 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무엇보다 이들이 ‘변화를 위해’ 2년도 넘게 호주 노동조합으로부터 배웠다는 데 더 감동을 받은 편이다. 우리도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사업’을 배우기 위해 그만큼 긴 기간을 투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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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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