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부품사 노동자의 휴업일기
        2009년 01월 21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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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노동자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GM대우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다. 작년 11월 중순 원청회사가 휴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동료들은 온종일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드디어 12월 1일부터 2009년 1월 4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참으로 기나긴 겨울이 시작됐다.

    참으로 기나긴 겨울

    회사 동료와 형님이 전화를 걸어와 낮부터 소주 한 잔을 하자고 한다. 밴댕이에 소주 한 잔을 돌리며 서로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평소 하지 않던 집안 청소를 하고, 아내의 일을 돕고…. 다들 비슷한 생활을 하는구나 싶었다.

    동료가 다른 동료의 소식을 전한다. 송도 신도시 건설현장에 일용직으로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 7시 30분에 퇴근한단다. 또 다른 동생은 노가다를 하기 위해 수원으로 출근한단다.

    동료들의 소식이 궁금해 같이 일하는 형님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건설 현장에서 아는 분의 소개로 노가다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소주의 힘을 빌려 노동을 하고 있단다.

    소주의 힘으로 노가다를 하고

    우리가 노동을 해야 할 곳은 우리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공장인데 우리의 동료들이 다른 건설 일용직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노동을 한다니…. 그 자리에서 노동을 하던 건설 일용직 노동자는 또 어디론가 일자리을 찾아다니시겠지….

    출근 날짜가 다가오는 시점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GM대우자동차가 휴업을 일주일 연장하여 우리 회사도 일주일 연장한단다.

    가슴이 답답하다. 회사가 휴업을 일방적으로 연장해도 노동조합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회사가 어려워 휴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회사와 협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휴업 일수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텐데, 도대체 GM대우차지부와 우리 지회는 무엇을 하는지.

    드디어 기나긴 휴업이 끝나고

    드디어 45일 만에 출근해 동지들을 만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동지들과 노동을 하며 지내온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중간에 우울한 소식이 전해져 온다. 우리 회사에 납품을 하던 한 업체가 부도 처리되었다고 한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울한 소식이 또 전해져 온다. 1월에 단 8일(12~21일) 근무하고 2월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단다. 3월 계획도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다른 부품업체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자고 노사협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 동지들이 걱정이다. 2008년에도 외주화 투쟁으로 사측과 대립이 있었던 지회다. 2009년 시작부터가 너무 어렵다.

    원청 정규직 동지들에게 바라는 점

    GM대우자동차 정규직 동지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납품업체의 노동자들은 원청이 휴업을 결정하면 어떤 대응도 하기가 어렵다. 원청 사측이 휴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막고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여 공장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

    8시간 노동을 6시간, 4시간으로 줄이고, 노동강도 완화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도 지키고, 일자리도 함께 만드는 그런 투쟁을 원청노조에서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부품업체 노동자들 또한 원청 동지들의 그러한 투쟁에 함께 해 연대의 정신으로 투쟁을 전개한다면 올 겨울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주간<변혁산별> 41호에도 같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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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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