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 업무추진비 조례 통과까지"
        2009년 01월 20일 10:48 오전

    Print Friendly

    지역 언론사에 각종 격려성, 대가성으로 현금 지급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알려지자 지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이 동조의 뜻과 함께 업무추진비 문제가 다시 불어지기 시작했다.

    지역 언론사의 촌지수수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을 촉구하고 언론자정운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한 시민단체의 성명이 발표되었다. 다른 시민단체에서는 광주시와 5개구청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한 고발이 잇따랐다.

    검찰고발이냐 조례제정이냐

    새로운 방향전환이 필요했다. 공문을 보낸 30여곳 중 답변을 해온 곳은 두 곳, 구청공무원들은 살려달라고 매달릴 뿐, 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민선3기 전임구청장의 업무추진비였고 현 구청장은 뒷짐지고 불구경이었고, 담당공무원들만 타들어가고 있었다.

    고민은 깊어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요구와 앞으로 업무추진비를 감시할 수 있는 견제장치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업무추진 조례제정 주민공청회(사진=이승희 의원 제공)

    2006년 4월 광주 동구청장의 경우 업무추진비를 속칭 ‘카드깡’하여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검찰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결과는 사용당사자인 동구청장은 무혐의 처분되고, 비서실장 등 4명에 대해서만 약식기소된 전례가 있었다.

    검찰고발을 해야한다는 동지들에겐 마음의 빚을 지고 조례제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 임기가 끝나더라도 조례는 남아 업무추진비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조례제정의 첫 단추, 토론회

    의회에 들어선지 일년을 넘기고 있었다. 2007년 8월 조례제정을 위한 첫 단추로 토론회를 기획했다. 의회사무국은 민감한 문제라 발을 뒤로 뺀채 함구하고, 기획과 홍보, 강사섭외까지 발로 뛰었다.

    장소는 북구청내로 하고 북구의회를 주최, 주관단체로 하여 토론회를 개최할 생각이었으나, 의장과 의회사무국은 북구의회 이름을 넣을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할 수없이 상임위원들을 설득하여 상임위원회를 주최단체로 넣어 북구청 내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업무추진비의 무용론과 현실적으로 업무추진비를 폐지할 수 없다면 세부적인 지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보완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집행부를 통제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고 집행되어야 함이 제기되었다.

    토론회에서 나왔던 요지를 추려서 2007년이 가기 전 조례안 상정을 목표로 공무원노조, 시민단체, 교수들과 함께 조례안을 작성하였다.

    공개대상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북구청 공무원과 북구의회 의원 모두로 하고 매월 북구청 및 북구의회 홈페이지와 구보를 통해 공개토록 하자는 것과, 구정홍보를 위한 언론, 방송사 등의 현금성 지출금지 및 지방의원과 공무원의 해외연수 등 대내외 활동에 대한 지원금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이 조례안이 과연 세상 빛을 볼 수 있을지 오로지 믿을 곳은 시민단체와 보이지 않는 주민들의 눈이었다.

    멀기만 한 조례안 상정

    2007년 11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또다시 현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 자료를 요청했다. 요청한 자료는 사무감사 당일 아침에서야 책상 앞에 놓여졌다. 시간은 없고 감사는 시작되고 정회시간과 저녁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부실한 자료제출에 대한 지적과 추가자료 요청, 잘못 집행된 부분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고서야 업무추진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끝이 났다.

    사무감사를 마치고 조례안을 상정하기 위해 의원들의 서명작업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서명 대신 간담회 먼저 하자고 한다. "이 조례안이 상위법에 위배되는 거 아니냐", "행자부 지침이 있고 앞으로 행안부 규정으로 만들어 질 터인데 굳이 조례가 필요 하냐", "토론회로는 부족하다 주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더 들어 봐야한다", "공청회를 개최하는 게 어떠냐". 서명의원은 없고 요구는 많았다.

    2008년 2월 또다시 주민공청회를 준비하였다. 업무추진비 조례제정의 필요성과 제정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단체에서 기조발제를 하였다. 패널로는 업무추진비 비공개에 맞서 광주시와 5개구청을 고발한 시민단체와 법해석을 위해 노무사, 집행부를 대표해서 자치행정국장을 참석토록 하였다.

    공청회니 만큼 주민 참여가 관건이었고, 26개 동사무소에 홍보물 전시 및 부착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일 아침 확인해보니 홍보물은 커녕 나부랭이도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큰소리 친 담당공무원을 믿은 나를 탓할 밖에…

    며칠 전부터 전화통을 붙들고 산 덕에 좌석을 모두 채우고 뒤편까지 들어찼다. 그러나 주민보다 공무원의 숫자가 더 많은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의회에서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북구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에다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무슨 얘기들이 나오는지 궁금했을 터였다.

    조례안 상정은 또 다른 시작

    주민공청회를 마치고 재차 서명작업에 돌입하였다.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전제 20명 의원 중 4/1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2008년 3월, 성립요건인 5명 의원의 서명으로 겨우 조례안을 상정을 마쳤다.
    그러나 조례안 상정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업무추진비의 끊임없는 잡음으로 지침보다 강력한 규정제정을 위한 입법예고 단계에 있었고, 의원들은 행안부의 규정보다 빡빡한 조례안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조례안은 행안부 규정과 타 자치단체의 집행기준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보류되고 말았다.

    5월에 있을 임시회에서도 보류된 조례안은 재상정되지 못하였다. 6월에 열릴 임시회에 재상정을 요구하였다. 보류된 조례안을 재상정할 수 있는 것은 상임위원장의 권한이었고 상임위원장은 불허의 뜻을 거듭 밝히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상임위원장의 모친상 소식이 들려왔다. 난감했다. 조문을 한 뒤, 조심스럽게 면담요청을 했다.

    같은 상임위원이었던 민주당의원의 동조로 위원장을 설득하여 재상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류하자는 안과 심의하자는 안으로 표결에 부쳐져 4대 3으로 또 다시 보류되고 말았다. 억울함과 분노의 눈물이 솟구쳤다.

    차라리 부결시켜라

    7월 업무추진비 조례안을 수정하여 다시 상정하였다. 세 번째 상정이다. 행안부 규정 및 공무원행동강령등과 배치되는 조항을 수정하고, 자료공개범위에 지출결의서, 신용카드전표, 견적서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자료작성 또한 일시, 장소, 사용대상자 숫자 등을 적시토록 구체화하였다.

    안건심의 전, 해당의원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시 설득했다. 보류된 안건임에도 논란이 예상됐음인지 가장 마지막 안건으로 밀려있었고, 상정되자마자 정회하여 간담회는 1시간이 넘도록 팽팽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문제는 공개주기였다. 조례안에는 월별로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고, 매분기별 또는 현행대로 연1회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고성이 오고갔다.

    차라리 부결시키라는 고함을 지르고 자료를 던지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2년 간의 업무추진비의 지난한 싸움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차라리 부결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싶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회의장에 앉았다.

       
      ▲ 업무추진비 개선방안 토론회(사진=이승희 의원)

    신상발언을 했다. 의정활동의 시작이었던 업무추진비, 자료요청부터 언론사 공문발송, 조례제정을 위한 토론회, 공청회, 조례안 상정까지 업무추진비 문제에 대한 애증과 중요성을 얘기했다. 주민의 대표로서 업무추진비 문제는 간과할 수 없으며 공개주기의 문제는 곧 행정의 투명성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의원들은 미리 논의를 끝낸 듯 일사천리로 공개 주기를 매분기별로 하여 곡절 많은 업무추진비 조례안은 그렇게 통과되었다. 2008년 9월 조례제정 후 처음으로 구청장, 부구청장, 국장, 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가 주민들 앞에 공개되었다. 쓰지 못하게 되어있는 규정이 많으니 상당부분이 간담회 및 식대이다. 언론사에 대한 현금지출은 한 푼도 없다.

    조례제정이 끝은 아니다.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3년째 업무추진비에 대한 시정을 촉구했다. 업무추진비는 재량권이 많고 포괄적인 예산이다.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고, 예산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과제로 남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