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파면 당하자”
By mywank
    2009년 01월 19일 03:56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해 여름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을 벌여온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 김현석 대변인(파면)과 성재호 KBS 기자(해임) 등에 대한 사측의 중징계 방침에 반발하는 KBS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KBS PD협회(협회장 김덕재)는 19일 오전 11시 긴급총회를 열고, 조직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시킨 뒤 제작거부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19일 KBS노조 주최로 열린 ‘부당징계 규탄 결의대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KBS 기자협회도 이날 저녁 9시 반 긴급총회를 열고, 제작거부 투쟁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하기로 했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그동안 협회에서 찬반투표에 부쳐진 사안이 부결된 적이 없었다”며 “오늘 찬반투표 역시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 주최로 이날 낮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규탄 결의대회’에서는 사측의 부당징계 방침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KBS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부당징계 규탄 발언 이어져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은 “덕담이나 기쁜 이야기를 가지고 조합원들과 만나야 하는데, 슬프고 참담한 일로 조합원들을 뵙게 되어서, 위원장으로써 죄송스럽다”며 “취임식도 하기 전에 한나라당에서 ‘미디어악법’을 제게 선물하더니, 이병순 사장은 ‘부당징계’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 저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공영방송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저희들도 어떤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부당징계를 내린 사장부터 KBS를 거쳐가거나 지금 몸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징계를 해야 하는데, 여러분도 징계를 당할 각오가 되어 있나?”고 물었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8.8 사건’을 뒤돌아보건대, 노동조합이 분열되면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KBS 노조가 중심이 되고 조합원 모두가 대동단결해서, 부당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파국을 원하는가? 경영진은 각오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이병순 사장이 기동취재부장, 경제부장, 총국장을 맡을 때, 이번에 파면 해임을 당한 김현석, 성재호 기자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후배였다”며 “당시 이병순 사장은 기사가 잘못되면 후배들을 혹독하게 다뤘지만, 중심을 지키고 정치권에 줄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선배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민 협회장은 이어 “그런데 최근 이병순 사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동안 같이 일했던 후배들을 선배가 직장 밖으로 내쫓을 수 있나”며 이병순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연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 "제작거부 투표 가결될 듯"

민 협회장은 또 “이런 부당징계조차 막지 못하면, 신뢰도 1위의 KBS를 어떻게 지킬 수 있겠나”며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제작거부 투쟁에 대한 기자협회의 찬반투표 역시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해임될 각오로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오늘 총회의 결론은 ‘PD들 모두 파면을 당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그 동안 사장이 만들라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만들지 않고, 제 생각과 시청자들의 의견을 골고루 판단해서 제작해 온 저도 파면감”이라고 말한 뒤, “우리 모두 파면됩시다”라고 외쳤다.

김 협회장은 이어 “생각이 다르다고 직원들을 파면하는 것은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고, 노조가 큰 깃발을 높이 세워준다면, KBS PD들은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노조 깃발 아래 뭉쳐서 싸우겠다”며 “KBS PD들이 방금 총회에서 비대위로의 전환, 제작거부를 결의했는데, 강동구 위원장이 우리들의 결의를 앞으로 염두할 것으로 믿겠다”고 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장봉태 KBS 노조 부산지부장은 “부당징계 소식을 듣고 어제 한 잠도 자지 못했다”며 이병순 사장은 지금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텐데, 후배들에게 이렇게 징계하고 밥알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갈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 지부장은 이어 “이런 징계방침에 대해, KBS 사측은 ‘사원행동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원행동과 공동 집행부를 구성하려는 12대 KBS 노조의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이자, 우리와 한 판 맞붙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 16일 사측으로부터 파면 해임통보를 받은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 김현석 대변인, 성재호 기자가 조합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김현석 대변인은 “파면통보를 받은 뒤 주말동안 집에 있으면서, ‘저들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정권에 굴종하지 않는 싸움이 그렇게 미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저희들이 ‘한풀이 대상’이었다면, 징계를 기꺼이 받겠다”며 “하지만 앞으로 저들이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굴종시키지 못하도록, 어떤 위치에 있든지 열심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각각 KBS 본관 민주광장과 신관 주변에서 사측의 부당징계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였으며, KBS 노조도 이날 오전 8시부터 KBS 본관 주차장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