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주요 정파, 한자리에 모여
악법 저지, 총파업 찬반투표 제안
    2009년 01월 18일 12:28 오후

Print Friendly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금융 산업은 물론 제조업 부문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까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세계적 수준의 경제 위기가 전대미문의 것이며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정파 핵심 관계자들 한자리에

자본은 이 같은 상황을 맞아 위기론을 증폭시키는 한편, 정규직 양보론, 상생 협력 등의 이데올로기적 용어를 들고 나오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고 있으나 노조 진영에서는 이에 맞서는 ‘전선’을 제대로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위기적 상황을 맞아 최근 그 동안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해오며, 조직 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받아온 노동과 진보운동 진영의 ‘정파’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어 그 내용과 전망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노동운동 주요 정파의 핵심 관계자들이 비공식적 모임을 갖고 경제와 고용의 위기 등 외부적 도전에 맞서야 됨에도 불구하고 지도력 ‘상실’의 상황에 놓여있는 민주노총의 현재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한 것이 확인됐다. 

복수의 노동운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3일 만나, 노동계의 주요 현안 문제를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며, 이들은 최근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심각한 수준까지 무기력한 상태에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연대 가입은 합의 실패

이들은 특히 2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노동관계법과 미디어관계법 등 각종 ‘악법’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는 투쟁이 중요하다고 보고, 산별을 중심으로 한 공조직은 물론 다양한 정파들 사이에서도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3일에 이어 17일에도 다시 모여 논의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오는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채택된 ‘한국진보연대’ 가입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으나, 합의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당면 투쟁 방침에 대해서는 큰 이견 없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주요 정파들은 MB 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 방안의 하나로 3월 중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자는 ‘성명서’를 21일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 앞서 공동명의로 발표키로 했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은 “지난 해 촛불집회와 연말 언론노조 파업에 민주노총은 없었다. 노동운동이 없어진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운동이 제 역할을 못하면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여러 투쟁들이 힘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성과 여부를 떠나 노동운동의 각 정파들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4~5년 동안 정파 간 갈등이 극심했는데, 이제 각 정파의 실력이 드러난 마당에 더 이상 갈등에 빠져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거나 책임전가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주요 정파들이 모여 힘을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아직 불투명

이번 각 정파들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오동진 부소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 투쟁의 성과들이 한꺼번에 과거로 되돌려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노동 진영이 갈라져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 부소장은 “각 정파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하고 당면 과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모임이 향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연대 가입,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 직선제 등 예민하면서 합의를 보기 어려운 난제들이 이들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 합의가 어려운 예민한 문제들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팽배했던 불신의 벽이 ‘엄혹한 외부 환경’과 ‘치명적이 내부 약점’이라는 조건 때문에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역설의 현장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임영일 소장도 최근 <레디앙> 기고문을 통해 "좌, 우, 중앙으로 나뉜 노동운동 안의 정파나 계파에 배속된 활동가들은 2009년의 상황이 노동자와 민중의 위기, 민주노조운동 존폐의 위기, 산별노조 건설운동의 비상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파 활동가들의 연대가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파 활동가 연대 시급"

한편 노동과 진보정치의 각 정파들은 토론회 등을 통해서도 함께 고민과 대안을 공유하고 있다. 소통과 혁신연구소(소장 정성희)는 18일 ‘대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은?’이라는 주제 토론회를 연다.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논의하는 1부에서는 국민파의 대표적인 정파 조직 ‘전국회의’의 김명호 집행위원장, 구 중앙파로 분류되는 ‘전진’의 한석호 집행위원, ‘노동자전선’ 박하순 정책위원 그리고 혁신네트워크의 임승수 운영위원 등 주요 정파 활동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위기 시대 진보정치 해법’을 찾는 2부에서는 박승흡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존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박성인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집행위원,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향후 주요 정치일정과 관련된 진보진영의 협력과 제휴 방안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성희 소장은 세계대공황 조짐으로 제2의 IMF 경제위기를 맞고 있지만, 보수야당은 대안이 될 수 없고 진보 진영도 민중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공황기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생각과 소속의 차이를 넘어 ‘오늘의 경제 위기를 세상 바꾸는 기회로’ 만들기 위한 심기일전의 자리를 갖”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