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일자리나누기' 뜨거운 논쟁
    By mywank
        2009년 01월 07일 0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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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조가 ‘일자리 나누기’ 제안을 추진 중이다.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줄여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금속노조는 완성차 노조를 중심으로 계속 설득 작업을 거쳐, 다음달께 대국민 발표를 할 계획이다”

    지난 해 12월 23일 <중앙일보>가 ‘금속노조 일자리를 나누자’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기사보기)를 내보내자, 금속노조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 동안 노조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먼저 보도됐다는 점과 함께 그 내용이 폭발성이 큰 논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 논란 휩싸여

    논란이 커지자 금속노조는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금속노조 일자리 나누기 기사는 전체적으로 오보이고, 현대․기아 출입기자의 왜곡기사는 의도된 고도의 기획기사”라며 “노조 내에서 인터뷰를 한 관계자가 없다”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23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제안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23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 위기를 극복하려면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가 됐다”고 밝혀, 금속노조 지도부에서 이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상 확인됐다.  

    정갑득 위원장 "일자리 나눠 고통 분담해야"

    또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한 주요 간부의 이름으로 쓰여진 ‘노동자․서민 생존위기극복-기업경영위기극복-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안, 공생협약(이하 공생협약)’이란 19쪽짜리 파워포인트 문건이 밝혀지자 파문은 더욱 커져갔다. 

    공생협약에는 △서민 구제위한 노사 기금조성 △중소기업협력기금 조성 △비정규직등 일부 희생을 강요하는 인위적 구조조정 극복을 위한 단계별 공동대응 프로그램 시행 △‘일자리 나누기’ 방법으로 노동시간단축과 노동시간상한제 시행 등의 내용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소득보전을 위해 시급제 철폐, 이러한 조치를 통한 실질임금 하락 분을 감수하되 임금제도 개선 △국내 재투자 강화를 위한 투자 △공동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생산체제 혁신 △노사 ‘함께 살기 운동’  협력 등의 8가지 제안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문건이 공개돼 조직 안팎에 ‘물의’를 빚자 현재 폐기된 상태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일 금속노조 사무총국은 ‘일자리 나누기’ 문제를 놓고 장장 8시간에 걸쳐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위원장의 대국민 발표, 대정부 요구, 정세, 투쟁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의 참석한 금속노조의 조합원은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정부와 기업에만 경제위기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고, 반대 진영에서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와 재벌에게 있으며,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 노-노 갈등만 불러올 뿐이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7일 공식 안건으로 논의 예정

    금속노조는 7일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어 공생협약의 핵심 내용이었던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안건으로 채택해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어서 노동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의견이 모아지면, 8일 정갑득 위원장이 ‘금속노조 사회선언’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 문제를 둘러싸고 금속노조 내부의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금속노조 일부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서 펴내는 주간 <변혁산별>은 38호를 통해, 지도부의 ‘일자리 나누기’ 제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간 <변혁산별>은 “사용자에게 있어서 ‘일자리 나누기’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것과 같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면죄부를 받는 것”이라며 “대신 밤낮으로 일해 기껏 200~300만원 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재벌이 양보하고, 고통분담해야"

    주간 <변혁산별>은 이어 “ 정규직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야 하고, 정규직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가진 자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번 ‘양보론’을 받아들인 노조는 계속 양보론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노사협조주의는 오히려 노동운동의 심리적 위축과 무기력증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속노조의 한 조합원은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매우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생각”이라며 “결국 경제위기를 틈탄 정부와 자본의 요구에 말려들게 돼, 임금 삭감, 노동의 유연화, 현장 주도권 등을 빼앗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위기로 작업 물량이 줄어든 현장 조합원들은 이미 생활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사측에 양보하려는 기류가 벌써부터 개별사업장의 단체협약의 유보나 개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학 학자금 대출을 아예 못주겠다고 하는 회사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찬반 의견 팽팽

    이에 대해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일자리 나누기’의 불가피성을 밝히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8시간이든지 6시간이든지 근로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경제위기로 인해 작업 물량이 없는 요즘 비정규직들의 근로시간은 줄어들거나 고용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나누면, 아무래도 정규직들은 예전에 잔업특근을 하면서 받았던 임금보다 줄어든 임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임금체계 개편을 사측에 요구하고 논의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오늘 중앙위원회에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이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지만, 지난 번 이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힌 뒤, 논란이 커져 지금으로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나누기’ 자체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98년 현대자동차 측이 정리해고를 감행하려고 할 때, 노조 측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던 사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제안이 사측에 악용돼, 자칫하면 비정규직을 정리하는데 정규직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그동안 정규직이 투쟁을 벌여 쌓아온 성과물들을 사측이 가져갈지도 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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