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은 총공세, 노동은 불구경?
        2008년 12월 17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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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위기를 빙자한 자본의 총공세로 현장이 박살나고 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노동자들이 강제 휴업으로 공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정리해고 협박에 희망퇴직을 눈감고 있다. 복지 중단, 연말 성과금 유보 등 단협 위반과 임금삭감이 횡행하고 있다.

    사업장마다 몇 명의 비정규직이 잘려나가고 있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잔업과 특근 중단 정도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본은 경제위기라는 ‘꽃놀이패’를 쥐고 연일 총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진영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강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노동운동의 주요 정파들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 선거운동에 빠져있다. IMF 때보다 훨씬 큰 고통이 현장을 휩쓸고 있지만 무능력한 노동운동으로 현장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현장, 무기력한 노동운동

    비정규직 350여명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공장 밖으로 쫓아낸 쌍용자동차와 상하이 자본은 곧바로 정규직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쌍용차 최형탁 대표이사는 12일 복지 중단에 이어 17일부터 휴업을 강행하겠다면서 “신임 집행부 인수위 측이 공장 내 천막을 설치한 것은(중략) 노사의 대립과 갈등으로 비춰져 결국 ‘공멸’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 쌍용차지부는 16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구조조정 철회! 투자이행 촉구! 일방적 휴무강행 철회! 상하이자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속노조)

    신임 쌍용차지부는 복지 중단과 강제휴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16일 조합원 설명회를 갖고 17일부터 공장 출근 투쟁을 전개한다. 쌍용차 비정규직지회도 이 투쟁에 함께 한다. 현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16일 기자회견을 하는 것 말고 금속노조의 계획은 전무하다.

    11월부터 시작된 2공장 장기 휴업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보름간 전 공장 휴업에 들어가는 GM대우자동차는 연말에 지급 예정이던 100% 성과급을 내년 3월로 미뤘다. 휴업 중인 2공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상여금을 50% 삭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휴업으로 공장 밖으로 내몰린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지만 노사는 모두 미국과 오바마만 쳐다보고 있다.

    원청의 휴업으로 금속노조 소속 KM&I, 동광기연 등 1차 부품업체도 강제 휴업에 내몰리고, 2~3차 하청은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지만 노조 차원의 대책은 구조조정 현황을 모으는 것이 전부다. 휴업에 대한 입장조차 없다.

    교묘한 현대자동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에 몰두하고 있다. 울산 2공장에서 지난 10~12일 정규직은 교육, 비정규직은 강제퇴근을 진행한 현대차는 15일부터는 아산공장 비정규직을 강제퇴근시키고 있다.

    사내하청업체의 경영상의 휴폐업의 근거를 만들고 원청의 사용자성마저 부정하기 위한 얍삽한 술책이다.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은 집회를 하고, 퇴근을 거부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지도부는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다. 완성4사의 휴업과 감산을 빙자한 부품사들의 구조조정이 현장을 휩쓸고 있지만 이에 대한 총체적 대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덕양 정리해고 투쟁이 준 교훈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빙자한 노동자죽이기의 시험대가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였다면, 2008년 경제위기의 첫 시험대는 부품업체인 울산 덕양산업이었다. 덕양산업은 원청의 감산 등을 이유로 50명이 여유 인력이라며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이 이에 동의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희망퇴직 인원이 모자라면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회사는 인사고과, 근태, 가족사원 등을 정리해고 기준으로 제시하며 회사가 필요한 사원은 예외로 하겠다고 밝혔다. 협박에 못이긴 노동자 23명이 희망퇴직에 서명했다.

    금속노조 덕양산업지회는 9~10일 비상대책위원회와 긴급대의원회의를 열어 12일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15일부터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11일부터 확대간부 파업과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출근·중식·퇴근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측에 조합원 강제면담 중단을 요구하고, 현장을 순회하며 투쟁을 독려했다.

       
      ▲ 사진=금속노조

    울산지부도 12월 10일 덕양산업지회에서 긴급 운영위를 열고 12월 15일 전 지회 확대간부 4시간 파업과 덕양지회 총파업 출정식 참가 등을 결정했다.

    그러자 회사는 12월 11일 밤 9시 명예퇴직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덕양지회는 조합원 찬반투표와 15일 총파업을 유보했다. 지회 총파업과 지역지부 차원의 전선을 통해 정리해고를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회사는 손 안대고 코를 풀었다. 회사가 주장한 50명의 절반을 채웠다. 그동안 직영으로 운영되던 식당과 통근버스 조합원들이 명예퇴직에 거의 포함돼 있어 식당과 통근버스에 대해 외주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덕양 구조조정 투쟁은 경제위기 비상사태에 맞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총고용 보장’ 투쟁전선이 왜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비정규직이 먼저 싸운다

    금속노조 비정규대표자회의는 지난 12일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 비정규직 비상투쟁본부’로 전환하고 경제위기를 빙자해 자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막아내고 총고용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비정규직투쟁본부는 17일 투쟁본부 발족 기자회견에 이어 19일 휴업에 들어가는 GM대우자동차 서문 앞에서 총고용보장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봉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진행되는 민주노총 선거에 매몰되고 있다. 금속노조 한 간부는 “현장은 죽어나가고 있는데, 망가진 조직을 잡으면 뭘 할 것이냐?”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역지부도 중앙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역을 중심으로 총고용보장과 노동자-서민살리기 투쟁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비상사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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