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대연합은 블랙코미디
        2008년 12월 15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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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좌절과 고통이 우리의 할 일?

    나는 매주 목요일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108배를 올린다. 해고자들의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집회에 앞서 진행되는 108배는 십만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라고는 하지만 십만배를 채운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그저 이 땅에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절을 할 뿐이다.

    IMF 이후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매년 흑자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장래 경영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의 칼을 휘두른 흥국생명의 어처구니없는 조치에 법원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칼자루를 쥐지 못한 힘없는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분노하고, 좌절하고, 고통받는 일?

       
      ▲ 단식 일만배를 하는 김형탁 대표

    하지만 체념하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또 한 번의 패배일 뿐이다. 저항,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저항은 그 자체로서는 큰 힘이 못될 수 있으나 저항으로 인해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를 통해 더욱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흥국생명 앞 108배는 그저 절에 불과할 뿐이지만 더 큰 저항의 힘을 조직하기 위한 희망의 몸짓이다.

    Ⅱ. 무엇이 10년 전으로 돌아갔나?

    민주당-민주노동당-민주노총을 아우르는 민주대연합의 구상이 시도되고 있다. 민노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일부 단체의 제안으로부터 비롯된 민주연합의 구상이 큰 힘을 받고 있지 못하다가, DJ의 후견적 지도에 따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의 공조는 대북공조를 계기삼은 것이지만 이미 선거연합까지 이야기되고 있고, 이것은 더 나아가 합당까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상이 민노당 당원들 모두에게 지지받지는 못할 것이나, 이미 당의 주류들에게는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반대가 있겠지만 DJ의 발언은 여전히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구상을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게다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달리 대안도 없다.

    그런데 불과 1년 전의 진보대연합 구상이 민주대(?)연합 구상으로 전환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명박의 독재정치? 그런데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면 이 정도의 보수 수구로의 회귀가 이루어질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은 아니었던가?

    보수연합! 군사독재 이후 이른바 문민정부 시절부터 보수 야당은 민주연합이 아니라 보수연합을 통해 집권의 꿈을 이루었다. 김영삼은 노태우, 김종필과 함께 3당합당을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김대중은 김종필, 박태준과 함께 DJP연합을 통해 집권하였다.

    막판에 정몽준과의 연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역시 그 덕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현재의 통합민주당으로 대표되는 흐름의 과거사는 진보진영과는 거리를 둔 채 보수연정을 통해서 정권을 잡았던 역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노당 강기갑 대표를 만나 이명박 정권이 나타나 상황이 10년 전의 시대로 전체 흐름이 역전되는 과정이라고 했다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10년 전의 상황이라면 10년 전 DJ가 선택했던 길을 또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민주당의 역사는 보수연합의 역사

    또한 그 말은 고사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또 다시 수혈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수혈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하여 왔다.

    한때 386 젊은피로 수혈했으나 이제 386의 진기가 다 빠져나간 상태이기에 또 다른 수혈의 대상으로 생명을 연장한 뒤 보수연정을 시도하면 정확히 10년 전의 상황과 구도가 맞아떨어진다.

       
      ▲ 제정당,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가 참여하는 연석회의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렸다.(사진=변경혜 기자)

    민주노총이든 민주노동당이든 떠나서 진보운동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위기라고 한 것은 객관적 정세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역량의 문제 때문이다. 진보진영은 정세를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작년부터 진보대연합에 대한 구상이 제기되었으나 어떠한 진전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은 현재 진보진영이 가진 역량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어 주었다. 진보정당이든 시민운동진영이든 주어진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주어진 조건에 안주하며 상황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8년이란 정세에서 이 위기를 돌파하고 오히려 정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진보운동의 위기를 만들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반성이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려 할 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난 민주연합론은 반성에 기초한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위기에 몰린 방어적이고 퇴행적인 노선일 뿐이다. 진보의 재구성을 이루어야 하는 판에 갑자기 짝짓기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염려스러운 점을 덧붙이자면 민주노동당이 만약 이 길을 간다면 늑대굴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노동당은 왜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애를 썼는지 진보정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Ⅲ. 독재라면, 자본의 독재

    이명박정권은 독재정권인가? 참 어처구니없는 화두를 들고 고민하게 생겼다. 독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군홧발에 있다. 하지만 이 기억마저도 단절된 세대의 한쪽만이 가지고 있는 기억으로 축소되었다. 그러기에 군홧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으로 독재정권의 개념을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그러면 이명박 정권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없었던 국가보안법으로, 그 시절에는 없었던 집시법으로, 그 시절에는 없었던 정리해고법으로 민중들을 탄압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독재정권인가.

    그 시절에도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이 자살했던 때가 있었고, 구속자 수가 가장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인가, 이명박을 독재정권이라고 하는 것은. 이명박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 민중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는가.

    단절된 세대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 공통하는 것으로 다가온 독재는 역시 자본의 독재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의 외침이 총과 칼에 짓밟혔다면, 지난 20년 민중은 해고와 생존의 위협에 숨죽여야 했다. 총과 칼 앞에서는 의로운 양심도 목구멍 포도청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당장 감옥 가는 것보다 당장 떨어지는 벌금과 가압류가 더욱 무서운 시절이다. 굶어도 보고, 매달려도 보고, 드러누워도 보지만 민중들의 생존의 외침은 자본의 독재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 억울함에 누가 손길을 내밀어 주었는가. 민주당이?

    민주연합 아니라 진보연합 필요

    민주대연합? 지금 민주연합을 말하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코미디 중에서도 불길하고 우울한 블랙 코미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본의 독재, 파탄난 신자유주의에 맞선 진보의 대연합이 필요하다.

    정확히 하자면 진보라 이름 불리는 것들을 구슬 줍듯이 한 주머니에 끌어모으는 것이 아닌 진보적 가치의 재구성을 통한 진보연합이다.

    민주당은 어찌하냐고, 민주당은 사라질 아니 사라져야 할 정당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연합정당에 불과하다. 거기에서 어떠한 전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 시대에 민주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는 장기기증 밖에 없다.

    흔히 쓰는 어법으로 하자면 현 정세는 진보와 보수의 구도를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이름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포함이 민중들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으로 나타날 이즈음에 진보진영이 새로운 체제로 방향을 잡아나가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 책임의 방기다. 그런데 느닷없이 독재 대 민주의 헌 칼을 꺼내들다니!

    다행히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정책공조에 불과할 뿐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고, 민주노총 내에서도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 이 글은 진보신당 경기도당 소식지(준)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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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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