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집권 저지 위해 우경화 노동당과 연립
    2008년 12월 03일 08: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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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1월 20일 노르웨이 사회주의좌파당(Socialist Left Party, SV)을 방문하여 모나 웨니스(Mona Waernes) 국제담당관과 대담한 내용이다. 이 대담을 통해 우리는 노르웨이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과 노동당 우경화에 따른 정치지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으며, 노르웨이 복지제도의 물질적 토대 형성계기를 엿볼 수 있다. 통역은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가 해주었다. <편집자 주>

새로운 사회주의에 관심

모나 방문을 환영합니다. 사회주의좌파당(SV : 노르웨이식 표기, 이하 SV)은 해외 동료 정당들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SV는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아시아 지역과의 교류는 적은 편입니다. 이번 한국의 진보신당 대표의 방문을 통해 앞으로는 이들 지역과의 더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왼쪽)와 모나 웨니스 사회주의좌파당 국제담당관

노회찬 예, 반갑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진보신당이 처음 방문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로 진보신당과 SV간의 더 많은 교류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나 우리가 아시아 지역과 교류하는 곳은 팔레스타인, 네팔 등의 국가입니다. SV는 이들 지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다방면으로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극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먼저 진보신당에 대해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노회찬 진보신당은 과거의 소련식 사회주의도 아니고, 현재의 유럽지역의 노동당, 사회당식의 우경화된 사회민주주의도 아닌 새로운 사회주의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SV의 정책과 방향이 우리 당이 추구하는 가치들과 많이 유사한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 방문을 통해 SV가 추구하고 있는 정책과 방향을 알고 싶어 방문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국회에 처음 들어간 것은 4년 전입니다. 이때 나를 포함하여 10명의 국회에 입성하였습니다. 그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조직운영, 대북문제와 같은 민족주의에 대한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분화되어 올해 3월 진보신당이 만들어 졌습니다. 진보신당은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의 한축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좌파의 최대 도전

모나 한국 정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과 도전은 무엇입니까?

노회찬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서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신자유주의로 확대된 사회경제의 양극화의 해결 없이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쟁취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두 번째로는 남북 분단 상황입니다. 한국은 과거 냉전시대에 분단된 국가로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런 분단 상황은 남북한 모두에서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속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고, 이로 인해 국가재정은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확대와 국민들의 복지투자보다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이어졌습니다.

모나 한국과 노르웨이 정치의 공통의 문제라면 신자유주의인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문제는 현재 노르웨이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노회찬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란 이름으로 국민들의 사상과 이념이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 역시도 불과 10여년 전에 사회주의를 말했다라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투옥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한국의 군대에서는 군인들이 읽어서는 안되는 불온서적 리스트라는 것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불온서적 리스트에 포함된 서적들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 불온서적 리스트에는 노암 촘스키, 피터 마르틴과 같은 저자의 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모두 웃음)

민주주의 확대, 좌파의 집권, 석유 발견이 복지국가의 출발

모나 이제 노르웨이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노르웨이는 480만명의 인구이고, 지역공동체는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비슷합니다. 여러 모로 보았을 때, 노르웨이의 역사와 복지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형인 듯합니다.

전쟁을 겪었던 아시아 신흥공업국과는 대조적으로 노르웨이의 많은 사람들은 갈등과 전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전쟁이었던 독일군의 점령시기에도 시민들은 거의 죽지도 않았고, 착취당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독일 나찌즘에 따르면 노르웨이 민족은 아리아 인종이라는 최고의 지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는 유럽의 주변부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복지수준과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유엔 무역개발위원회(UNCTAD)에 의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개발지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노르웨이에서 석유가 발견된 것에 기인합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석유가 발견될 당시 노르웨이는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고,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던 시기입니다. 때문에 석유산업을 국가가 독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노르웨이가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는 데 있어 도전은 세가지 측면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80년대 이후 진행 중인 신자유주의의 도전입니다. 둘째는 노르웨이 노동당이 영국 노동당의 타락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대응, 양성평등, 인종문제 특히 이민자 문제입니다.

노동당의 우경화와 인종주의 정당의 위협

노회찬 노르웨이의 정치지형에 대해서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모나 1884년 자유주의 우파적 ‘우파당 (Hoyre)’, 자유주의 좌파적 ‘좌파당 (Venstre)’, 1880년대 후반 노동당이 만들어졌습니다. 노동당은 1945년 이후 최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정당은 우파적 성격의 진보당으로 3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당은 이민자 추방, 차별주의 정책 등의 인종주의적 정책을 과감하게 앞세우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당의 최대 지지계층은 바로 노동자계급입니다.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은 노르웨이 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이민 노동자들에 의해 일자리가 불안한 중소, 영세, 비정규 노동자층은 인종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SV는 적녹정당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SV는 1975년 노동당 좌파조직과 공산당 일부, 마오주의 일부가 연합하여 건설되었으며,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탈퇴문제, 유럽연합 가입문제, 환경정책에 대한 입장입니다. SV의 정책은 여러 면에서 현재 집권 노동당과 다릅니다.

   
▲ 대담 중인 노 대표와 모나. 박노자 교수(가운데)가 통역을 맡았다.
 

노회찬 유럽연합에 대한 노동당의 태도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SV가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나 노동당은 유럽연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반면 SV는 EU가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SV가 EU가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는 유럽연합 추진 자체가 비민주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권력이 지역에서 너무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유럽연합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립정부 참여, 독인가? 꿀인가?

노회찬 현재 사회주의좌파당(SV)의 현황에 대해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나 SV는 2005년 선거에서 8.8% 득표해 노르웨이 국회의원 169명 중 15명의 의원을 배출하였습니다. 이는 2001년 12.7% 득표에 2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것에 비하면 후퇴한 것입니다. 현재 집권연정에는 5명의 SV 장관이 있습니다. 현재 지지율은 7.5%정도입니다.

노회찬 SV가 연립정부에 참여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 것인가요? 이에 대한 당내 비판은 없었습니까?

모나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당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의견은 이전 우파 정부를 경험한 상태에서 또 다시 우파에게 권력을 넘겨 줄 수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SV 지도부는 연정참여 결정을 하여 우파의 집권을 저지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서는 현재 노동당 정부의 우경화 정책에 SV가 함께함으로써 비난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SV가 연정 참여를 통해 이라크 파병과 아프카니스탄 남부 지역에서 철군, 동성애자 결혼허용과 입양 허용 등에 성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을 국민들과 당원이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합니다.

노회찬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이 큰 부담일 것 같습니다. 연립정부 내에서 노동당과 SV간에 서로 다른 입장일 경우 어떻게 합니까?

모나 집권여당에 참여함으로써 우파정부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현재 노동당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대해 부담을 느낍니다. 하지만 SV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정치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 독립법인화, 철도 민영화, 노동법 개악 등에 대해 집권연립내각 속에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입니다.

일체 서열 파괴와 민주집중제의 폐기

노회찬 집권 연립정부의 구성과 정당에 대한 대변하거나 지지하는 그룹은 어떠합니까?

모나 현재 집권연립내각은 노동당, SV, 중앙당의 연립정부입니다. 노동당은 전통적으로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가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지율은 28~30% 정도입니다. 한편 중앙당은 농민과 소상공인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EU가입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SV의 지지그룹은 고학력자이며, 젊은층, 여성들입니다. 전체 당원 중 여성당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상 되고 있습니다. SV 입장으로서는 노동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노동기반의 확대가 더디 되고 있는 것이 당의 딜레마입니다.

노회찬 SV는 전통적인 노동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여성, 소수자문제, 평화 등 다양한 가치를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때때로 다양한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모나 우리는 일체의 서열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의제의 서열화 폐기를 통해 사회의 평등문제, 국제연대문제, 환경과 기후변화 의제, 여성주의 문화,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 등 다양한 논의를 가감 없이 하고 있습니다.

평당원 중심으로 백가쟁명식의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뜻 있는 당원들끼리 해당 이슈를 의제화하기도 합니다. (박노자 교수는 SV가 1인 보스 중심의 당은 아니고 매우 민주적인 당이지만, ‘일체 서열 파괴’라는 표현은 약간의 자화자찬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도층과 일반 평당원 사이에 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도 않고 상당수의 중요한 결정들을 지도층이 평당원에게 묻지 않고 집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박교수는 SV 지도층 자체가 아주 다양한 사람들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밖에서 보면 ‘백가쟁명적’ 모습을 띤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민주집중제와 같은 원칙은 없습니다. 모든 가치 논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의미에서 이는 다름과 연대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의견그룹이 당의 방침과 다를 경우 당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당연한 당원들의 권리입니다.

노회찬 SV의 조직현황을 말해주고, 향후 선거에서 집권 전망을 말해 주길 바랍니다.

모나 SV는 풀뿌리 정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물론 지방까지 지역당이 존재하며, 지자체 선거에서는 많은 정치인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 선거에서 집권 연립여당이 다시 집권할 전망은 50:50 정도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극우 정당과 현재 인종주의를 보이고 있는 진보당의 연립정부의 출현입니다.

진보신당과 SV와의 교류

노회찬 진보신당은 SV와 정책, 가치 등에 있어서 많은 점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은 앞으로 국제연대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 진보정당의 경험을 배우고 서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내가 프랑스, 노르웨이를 방문한 것도 그 일환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SV와 진보신당과의 정책 또는 인적 교류를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모나 SV로서는 당연히 좋습니다. 먼저 정책교류를 서로 간에 진행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인적교류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당내에서 논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노회찬 많은 시간 좋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의 만남이 다음에는 더욱 깊고 폭 넓은 논의로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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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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