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민주당과 뿌리부터 다르다"
        2008년 12월 02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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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 이후 이른바 민주연합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민노당 내부에서 이와 관련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사안별 정책 연대의 수준을 넘어, 선거연합과 ‘개인적 견해’라는 꼬리표는 달았지만 주요 당직자의 ‘합당’도 상상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논란은 ‘민주-민노당의 2010년 지방선거 공동대응’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DJ측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당 밖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과 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무책임하고 ‘악의적’ 주장과 내부적으론 진보정당으로서의 좀더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민주연합’, ‘진보연합’에 대한 논란이 당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민주당과 민노당은 뿌리부터가 다르다’는 당원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DJ 말 한마디에 민노당 정체성 논란될 줄…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민노당은 뒤늦게 ‘후보연합 전술’ 발언으로 민주당과의 합당논란에 휩싸였다.

       
    ▲ 사진=진보정치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며 이같은 이명박 정부-한나라당 세력과의 싸움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힘만으론 부족할뿐더러 더욱이 민주당의 정국 대응방식이 큰 문제가 있어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과 함께 협력해 새 구도를 만들라는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에 배타적 지지 방침을 가지고 있는 있는 민주노총을 방문했고 이어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은 30일 ‘남북관계 위기타개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했다. 북한이 육로 전면차단을 선언한 ‘12.1 조치’ 실행 하루 전이다.

    이처럼 야권 공조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민노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남북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정책공조는 인정하지만 민주연합은 안 된다"는 비판의 글과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반이명박 전선 구축을 위해 민노-민주-시민사회계의 3각 공조, 민주연합이 필요하다"는 크게 두 축의 입장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대 필요성 인정하지만 손잡는 것은 당원 배신행위"

    지난 1일 ‘연대는 안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당원은 "2000년 초(창당)부터 우리 당은 역사 중 80%가 넘는 기간을 DJ-노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전민중의 저항의 구심으로의 역할을 자임해왔다"며 "이제 와서 DJ-노정권의 둥지였던 민주당의 처지가 여권에서 야권으로 바뀌어서 그들이 이쪽 편향으로 방향을 튼다고… …그들과 손잡는 것은 헌신적으로 운동한 당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광폭한 MB정권에 맞선 너른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록 친민주당 매체에서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지만 정책공조를 벗어난 선거연합까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바쁘다"며 "선거 당시엔 한표 한표가 너무나 아쉽기에 선거공조도 참 매력적이긴 하나 그것은 독이든 빨간사과"라고 경계했다.

       
    ▲ 민주노동당 당원토론 게시판

    다른 당원도 "지금 민주당과의 행보가 전술적이고 사안적인 것이 아니라면, 전선의 성격을 전적으로 우경화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정치적 행보가 능동적인 것은 좋지만 행보에 신중한 진보적 자세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민중생존이 이렇게 된 것, 사회 모순이 이렇게 된 것의 책임에 대한, 즉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고 이전 시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자기부정과 반성이 필요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전제 없이는… …역사적 통찰 없는 ‘비판적지지=민주대연합’의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명 야당돼야 하는데 공조가 가능할까요"

    더불어 그는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진보적 정치 세력화’가 자기 정체성"이라며 "지난 시기 종북논쟁에서 보듯 살얼음판 같은 남한 정세에서는 본의 아닌 과장과 오해가 또 얼마나 많은가, 중앙당과 간부들의 말 하나 글 하나에도 신중하고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코비치라는 당원도 "선명야당이 돼야 하는데 민주당과의 공조가 가능할까요"라며 "이런 시기에 필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공조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대정부 투쟁이며 ‘양당이 선명야당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도태시키고 그 자리에 민주노동당이 들어서야 하며 당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현안별 연대는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공조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DJ발 민주연합의 환상’, ‘원칙있는 공조는 찬성하지만 나홀로 가야 할 길이 있다’는 당원 글들이 주를 이루면서 지도부를 향해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장C’라는 아이디를 가진 당원은 "그나마 10년 동안 가지고 있던 ‘비반동정권’마저 이제는 내놓은 상태이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명분을 점해 나가는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지금 상태에서 ‘공공의 적’을 물리치지는 못해도 최소한 역사를 거꾸로 흘러가지는 않을 최소한의 장치는 해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민주연합의 필요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또 "한반도에서 남북문제란 것은 대한민국 그 자체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의 문제"라며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이명벅 정권의 입장에서는 ‘북이 쳐내려올 수 있다. 데모같은 거 하지 말고 단결하자’ 분위기로 국가주의를 형성하면 진보정당은 그야말로 운신의 폭이 극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승흡 최고위원, 최고위원 선거때와 상반된 주장"

    이같은 당원들의 토론에는 지난 1일 박승흡 민노당 대변인의 인터뷰 기사도 한몫했다. 박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2010년 지방선거를 위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과 논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또 하나의 당으로 모일 수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상상력의 여지를 둘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민주당과 가장 큰 차이가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였는데, 이번 국회 들어와서 민주당의 입장이 상당히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 두 가지를 빼면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큰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30일 열린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3당 인사들 (사진=진보정치)

    이에 대해 한 당원은 "박승흡 최고위원의 사견은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 자신이 했던 주장들과 전혀 상반되는 주장"이라며 "민주당이 무엇이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차이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당 지도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7월 최고위원 선거 출마 당시 "지금 민노당은 ‘혁신과 재창당’이라는 이름 아래 당을 덜 급진적이고 더 타협적인 쪽으로 이끄는 길과 창조적 파괴와 힘찬 건설을 화두로 당을 전태일과 광주정신으로 재무장하는 두 갈래 길에 놓여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전자는 우향우의 길로 일시적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종국에는 당을 공중분해시킬 것이며 우리가 간직했던 소중한 사회주의의 이상을 송두리째 기만적인 자유주의에 바치는 길"이라며 "민주노동당을 필요로 하는 유권자는 물타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변인 "논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인터뷰 기사는 논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당 홈페이지에 댓글을 통해 "야당과의 공조는 사안별 정책공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지방선거 관련 언급은 기초단체, 의회의 경우 정당공천제 폐지를 시민사회부문에서 요구하는 점을 들어서 넓은 논의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하나의 정당’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하나의 당으로 모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적 상상의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웃으며 답한 부분으로 과도하게 진도가 나간 질문"이라며 "반신자유주의 입장 관련해서도 한미FTA와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 변화와 반성이 필요하고 이는 이번 정기국회부터 공조의 기초가 될 것임을 밝혀둔다"고 답했다.

    결국 당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DJ발언으로 역풍을 맞은 셈이다. 거기다 일부 당직자의 사견까지 보태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노당은 오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한 관계자는 ‘대변인의 발언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듣자는 차원이었고 민주당, 창조한국당과 구성한 비상대책회의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내 5석의 소수정당이 야당과 정책공조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발언과 동일시되고 당내 논의조차 되지 않은 많은 견해들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드라마 같은 얘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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