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립대 직원 2500명 짜르나?
    2008년 11월 28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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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정부안을 확정한 겁니다. 그리고 21일 국회에 제출하였답니다. 이제 법안 심의 절차에 들어가겠죠.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었습니다. 지난 5월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시안을 발표하고, 대학구성원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9월에 확정한 다음,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답니다.

그런데 9월에 확정한 내용과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용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교수, 학생, 직원의 이야기를 다시 들은 것도 아닙니다. 의견을 반영하기는 하였으나, 그건 정부 내 타 부처의 입장이었습니다.

9월의 확정안과 이번 11월의 확정안 사이에는 국무총리실이 움직였답니다. 국무총리실이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 등 타 부처가 입김을 내쉬면서 난도질이 이루어졌답니다. 그러니까 9월 확정안은 ‘교과부안’, 이번 11월 확정안은 ‘이명박 정부안’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합니다.

이래 놓고,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의 소관부서가 여전히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자율화추진팀이라고 하네요. 아, 사고는 내가 치고 뒷수습은 니가 해라~. 그럼, 교과부는 뭘까요.

국립대 등록금 인상되겠네요

국무회의에서는 18일 통과되었지만 그 내용을 볼 수 없었습니다. 21일 국회에 제출된 다음에서야 이명박 정부안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정부가 그동안 밝힌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의 목적은 ‘국립대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이랍니다. 자율성과 효율성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얼핏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통한다던 정부가 소통하지 않고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종합주가지수(코스피 KOSPI)를 747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겉과 속은 다를 수 있답니다.

국립대가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입니다. 사립대에 재단이 전입금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 것처럼, 국립대에는 국가가 재정을 안정적이고 충분하게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립대는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올려 돈을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우리나라 정부가 대학 등의 고등교육에 적게 지원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랍니다. 따라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제 구실을 하려면 ‘충분하고 안정된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 수준보다 적으면 곤란하답니다. 이건 정부가 국립대더러 “이제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알아서 생존하세요”라고 말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5월 시안] 국가는 국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을 한다.
[9월 교과부안] 국가는 국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물가상승률, 국가재정규모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
[11월 이명박 정부안] 국가는 국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을 할 수 있다.

3개의 문구를 비교해보자구요. 특히, 파란색 친 부분을 봐주세요. ‘한다’라고 국가의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한 조항이 ‘할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네요. 교수, 학생, 직원, 대학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9월 교과부안의 ‘물가상승률, 정부 재정규모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라는 말은 아예 사라졌군요.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는 철지난 유머 마냥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현상 유지나 확대는 커녕 줄어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성’을 가진 국립대의 생존전략은 뻔하겠지요.

4년제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2004년 290만원에서 2008년 416만원으로 지난 5년간 43.5% 인상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립대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랍니다.

   
▲ 지난 3월 발표된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한 YTN 뉴스보도

하지만 정부가 발을 뺄 수 있다고 말한 마당에, 눈치 볼 여유가 없을 겁니다. 올해 서울대 의학계열의 등록금이 963만원으로 가히 군계일학인데, 앞으로는 여기저기에서 서울대 수준이나 사립대 수준까지 인상하려 들지 않을까 합니다(경북대 인문사회계열은 년 364만원, 연세대는 722만원). 사립대 평균 수준까지 올린다고 하더라도 77% 인상은 어쩔 수 없답니다.

아, 이번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에서는 국립대 발전기금으로 수익사업도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부족한 재정을 모두 학생들의 등록금에 전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립대의 수익사업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서울대라면 모를까, 다른 국립대는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까요. 고수익을 올리면 ‘대학이 기업이냐’라고 이야기 나올테고, 수익이 적으면 ‘지금 뭐하니’라고 한 소리 들을테니, 국립대의 앞날은 파란만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드리느니, 차라리 등록금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물론 경기가 나빠 등록금 인상에 대해 대학들이 눈치를 살필 겁니다. 하지만 “배고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치 살피기는 어디까지나 눈치 살피기로만 끝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입니다. 앞으로는 국립대에 아이가 합격했다고 해서 부담이 적지 않을까 여기지 마세요. 국립대나 사립대나 비슷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국립대만 원망하지 마시구요. 이게 다 이명박 정부 때문이니까요.

국립대 직원 2500명이 정리해고되겠네요

지금 국립대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는 직원이 9천 명 정도 됩니다. 이 분들 외에도 기성회 직원 2,500명이 더 재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기성회 직원의 정리해고 법안’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지원금(국고회계)과 기성회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게 취지인데, 그러면서 현재 기성회 직원 분들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설마 짜르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법안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답니다. 5월 시안이나 9월 교과부안에서는 ‘고용 승계’ 조항이 있었는데, 11월의 이명박 정부안에서는 이게 사라졌답니다.

정부는 법적 규정이 분명하지 않은 기성회를 법에 명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인데요, 이건 존재하는 기성회와 기성회 직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랍니다. 인정하지 않으니, 정말 짜를 수도 있답니다.

물론 기성회는, 학생의 입장에서 ‘기성회비’라는 납부금으로 익숙한 기성회는 법적 규정도 분명하지 않고,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경비를 학생과 학부모에 전가시키는 거랍니다. 최근의 국립대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등록금넷)
 

하지만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연착륙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일거에 폐지하거나 짜르는 게 화끈해보일지 모르나, 이런 폭력적인 방식은 곤란합니다. 기성회비는 국립대 등록금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2008년 예산으로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 돈 만큼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면서 기성회비와 기성회를 서서히 없앨 겁니다. 물론 기성회 직원의 고용은 승계하구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나 봅니다. 지난 10월 내놓은 ‘2008~2012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고등교육 예산을 2008년 4조 1천억 원에서 2012년 5조 1천억 원으로 향후 5년 안에 1조 원 이상 늘린다고 했지만, 그 돈을 기성회비 경감하는데 쓸 마음은 없나 봅니다. 하긴 ‘건설족’은 건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멀쩡한 산도 없애니, 연착륙 방식보다는 폭력적인 방법이 특기와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네요.

경제도 안 좋은데, 2500명을 짜르겠다니 이명박 정부는 참 대단합니다. 그 분들과 가족들은 어떻게 하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현 정부 스타일로 보아 밀고 나가겠죠. 아, 어쩌면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경기가 안 좋으니 이참에 국립대 구조조정을 하라는 계시일지도 모르겠네요.

뭐하러 법안?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은 처음엔 회계 일원화를 목표로 삼았답니다. 주요하게는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국고회계와 학생이 납부하는 기성회계를 통합하는 거였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명박 정부안에서는 통합과 관련한 언급이 없답니다. 새로이 설치하는 교비회계의 세입에 국가 출연금과 학생 납부금을 넣어, 애써 해석하면 ‘통합이네’라고 볼 수 있지만, 5월 시안이나 9월 교과부안처럼 “기성회계는 폐지하고 그 결산잔액은 교비회계로 통합한다”라는 부칙 조항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합이라고 굳이 말할 수도 있지만, 기성회계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존속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답니다.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놓은 셈이지요.

이런 이유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이명박 정부안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게 뭐야. 뭐하러 법안을 만들었대?”라고 말한답니다. 그러니 ‘뭐하러 법안’이라고 지칭해도 될 겁니다.

물론 처음 밝혔던 목적은 포장지일 뿐,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그리고 어느 덧 우리는 ‘이명박 효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한대? 그걸 믿으라고?”라는 효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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