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치적인 KBS노조 위원장 선거
By mywank
    2008년 11월 14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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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안팎에서 관제방송 및 구조조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KBS 노동조합 12대 정부위원장 선거운동이 시작돼 KBS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선거

특히 이번 선거는 KBS노조가 그동안 관제사장 취임, 권력비판 프로그램 폐지 등 사내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에서, 공정방송과 프로그램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목소리를 반영한 후보가 출마해 일개 방송국 노조 선거를 뛰어넘는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관제사장 비판과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저지를 전면에 내세운 사원행동 쪽의 후보(2번, 4번)와 현 집행부와 맥을 같이 하는 후보(1번, 3번)가 색깔을 달리하며 경쟁하는 구도이며 사원행동의 대표를 자임하고 나선 4번 김영한 후보가 초반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집행부 쪽인 기호 1번은 강동구(기술직·현 노조부위원장·위원장 후보), 최재훈(기자직·전 노조대외협력국장·부위원장 후보) 후보팀이며, 사원행동 ‘비둘기파’로 알려진 기호 2번은 박종원(기술직·전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위원장 후보), 박정호(기자직·부위원장 후보) 후보팀이다. 

문철로(행정직·위원장 후보) 한대희(기술직·부위원장 후보) 후보팀은 기호 3번으로 1번 후보 쪽과 큰 방향성에서는 친근성을 보이는 팀이며, 권력의 방송장악 저지를 가장 선명하게 내세운 기호 4번 김영한(라디오PD·전 노조 사무처장·위원장 후보), 김병국(기술직·현 노조 부산시지부장·부위원장 후보) 후보팀은 사원행동 ‘대표 선수’를 내세우고 있다. 

현집행부 쪽 "이병순 사장 낙하산 아냐"

이중 기호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팀은 기존의 KBS 노조의 노선을 유지하는 한편, ‘조직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병순 KBS 사장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선거홍보물에서도 “이병순은 KBS 사장이고, 일단 이를 인정하고 시작 한다”며 “사원행동처럼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2년 내내 퇴진 투쟁에만 ‘올인’해야 하고, 그러면 YTN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호 1번 강동구 노조위원장 후보는 “지금 노동조합의 사원행동과 비사원행동 세력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를 하나도 단결시키는 것이 이번 선거에 나온 이유”라며 “노조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서도 이병순 사장은 ‘낙하산 사장’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호 1번 강동구 노조위원장 후보가 13일 낮 KBS신관 로비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반면, 기호 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팀은 ‘한판 붙자 이병순, 한턱 쏜다 김영한’이라는 선거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병순 사장을 ‘관제사장’으로 규정하며 그의 ’독주‘와 권력의 방송장악 음모를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KBS 이사회 이병순 사장 선임과 그의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KBS 사원행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대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한 위원장 후보는 사원행동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김병국 부위원장 후보도 지역 차원에서 사원행동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사원행동 쪽 "한판 붙자, 이병순"

기호 4번 김영한 위원장 후보는 “KBS 이병순 사장은 정통성이 결여된 관제사장”이라며 “사장이 바뀌면서, KBS의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조직개편 문제도 KBS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 후보는 이어 “그동안 사원행동이 지향했던 가치와 정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사원행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대표 후보’라 불러 달라”며 “이후 KBS에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건설되면, 사원행동의 역할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호 4번 김영한 노조위원장 후보가 13일 낮 KBS신관 로비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기호 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팀은 박 위원장 후보가 사원행동에 참여했고, 이들과 지향점을 같이하고 있지만, 기호 4번 후보팀 보다는 좀더 온건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기호 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 팀은 사원행동, 현 KBS 노조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중도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KBS 노조 선거에서는 관제사장과 공정성 문제 등과 함께 ‘구조조정’이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KBS 경영진은 지난 10일 열린 ‘비상경영대책회의’에서 인력 효율화, 아웃소싱 문제를 논의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영진, 구조조정 예고

특히 사측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우선 엔지니어들의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 조합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이들의 표심이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해 각 후보팀들은 모두 ‘구조조정 저지’를 중요 공약으로 내놓았으며, 정부위원장 후보에 엔지니어 출신 후보를 1명 씩 내세웠다.

또 <시사투나잇> 등 권련비판 프로그램 폐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고정편성, 보도 프로에서 정부비판 내용 축소 보도 등 이병순 사장 취임이후 진행된 ‘관제방송’ 시도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도 선거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호 2번 박종원, 박정호 후보팀과 기호3번 문철로, 한대희 후보팀의 선거홍보물 (사진=손기영 기자)
 

앞으로의 선거 판세 및 전략에 대해, 기호 1번 강동구 위원장 후보팀의 장용석 공동선대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판세를 파악해보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며 “결선 투표까지는 갈 거라는 판단 하에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원행동 쪽 "1강 2중 1약 구도"

장 본부장은 이어 “지금 KBS 노조라는 조직이 와해된 상태인데, 이런 조직을 다시 하나로 뭉치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KBS 경영위기를 극복하자는 ‘조직 통합’의 메시지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4번 김영한 위원장 후보팀에서 활동하는 현상윤 PD는 “1강 2중 1약의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당연히 1강은 기호 4번 김영한 후보이고, 1약은 기호 1번 강동구 위원장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PD는 이어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벌어진 ‘관제방송’ 시도에 대한 평가가 현 KBS노조 집행부에 대한 심판과 맞물려, 강동구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에서 김영한 후보가 이병순 사장의 ‘관제 방송화’와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가장 잘 막을 수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박종원 위원장 후보팀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 노조집행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고, KBS PD들과 일부 기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기호 4번 김영한 후보 쪽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박종원 후보도 엔지니어들에게 신망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술직 조합원 표 향방 주목

이어 그는 “지금 방송 3사가 따로 하던 송출을 한데 합치는 ‘송출공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따른 구조조정 위기감을 엔지니어들이 많이 느끼고 있다”이라며 “방송기술인협회장을 지낸 박 후보가 엔지니어들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 하겠다”고 밝혔다.

기호3번 문철로 위원장 후보팀 윤경인 정책실장은 “사원행동의 정치적인 색깔은 순수하다고 볼 수 없고, 현 노조집행부는 기본적인 KBS의 내부 문제조차 막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며 “현 노조의 문제를 비판하지만, 사원행동의 정치적인 색깔이 부담스러워 하는 중립지대에 있는 조합원들의 표를 공략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BS 노조 정부위원장 후보들은 11월 13일부터 23일 자정까지 선거운동을 벌일 예정이며, 오는 21일 오전 11시 KBS본관 공개홀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본 투표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며, 본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안 나오면 1, 2위 후보가 12월 1일 결선투표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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