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노건추 첫만남, 뭔 얘기?
        2008년 11월 06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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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과 노건추가 처음으로 만났다. 6일 진보신당 당사 이뤄진 첫 공식모임은 지난 달 18일 노건추가 출범한 지 보름여 만이다. 이들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진보신당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안건지도 안 만들었다, 오늘은 서로 마주앉아 인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제2창당 일정 참여해달라" vs "현장 통합이 먼저"

    ‘마주앉아 인사하는 자리’이지만 양경규 노건추 공동대표가 지난달 30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신당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진보신당 2월 제2창당 과정에 함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진보신당 제2창당 참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할 수만은 없는 자리였다. 

    진보신당 공동대표단은 “진보신당 제2창당 일정을 늦출 수 없다”며 노건추가 진보신당의 제2창당 일정에 참여해 달라는 운을 띄웠지만, 노건추 공동대표단은 “붕괴된 현장을 추스르고, 통합하는 것이 먼저”라며 진보신당 제2창당 일정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진보신당-노건추 간담회(사진=정상근 기자)
     

    노회찬 상임공동대표는 “노건추가 노동정치 세력들과 함께 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상당한 진전을 기대한다”며 “그런 진전이 예상된다면 진보신당의 제2창당 일정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실패에 대한 극복의지는 양측에 모두 있으니 어디서 꼬이고 막혔는지, 함께 구체적으로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경규 노건추 공동대표는 “노동전선, 노동자의 힘, 해방연대 등이 여러 차례 토론을 해봤지만 그동안 각 정파의 입장을 중심으로 상대 정파를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자체적으로 실패라고 평가한다”며 “우선 사노준과 전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여유로운 자세를 가져달라"

    그는 이어 “기계적이고 형식적 통합을 하는 것보다 역사성과 현재의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방향으로 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진보신당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일정 문제도 다소 넉넉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에 대해 “당적 기능을 갖추는데 불가피한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제2창당 일정을 가시화한 것”이라며 “그 중에서 내년 1단계 전당대회까지 조직적 측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노건추를 중심으로 한 조직 노동자들의 참여”라고 말했다.

    전재환 노건추 공동대표는 “활동가들이 정당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장의 혼란을 일차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하며, 제2창당은 이러한 희망을 만들어내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옥 공동대표도 “많은 사람들이 분열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새로운 싹”이라며 “현재 진보신당에 노동자 중심성에 대해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으며, 진보신당은 노동 중심성에 대한 명확한 지향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노동자 참여 통해 당에 대한 우려 불식시켜야

    이에 심상정 대표는 “그 같은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노동자들의 참여”라며 “그 어떤 정당도, 어떤 정치도 결국은 주체로서 영향력을 확대해가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건추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보신당의 노동자 기반을 대폭 확충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은 구체적 안건을 놓고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양쪽의 입장과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는 것에 그쳤으나, 양쪽의 입장 또는 이견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는 노동정치에 대한 내용과 창당 일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양 대표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물량 중심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명백하게 실패했다며, 진보신당이 새로운 노동정치의 전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제안했다.

    노건추는 이와 함께 진보신당이 진보 좌파 진영의 통합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으며, 양쪽은 노건추의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면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노건추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위원회와 11월 20일 경부터 지방순회 현장토론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임에는 노건추 쪽에서 양경규, 장혜옥, 전재환 공동대표와 한석호 집행위원이 진보신당 쪽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정종권 집행위원장, 신장식 대변인, 최은희 대외협력실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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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진보신당 대변인실에서 발표한 이날 발언 내용 요약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진보신당은 제2창당이라는 이름으로 당원 내에서 어떤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의 문제, 10년간의 진보정치 운동에서 진화된 실천 방법과 주체화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전국 시도당 토론회를 가졌다.

    진보신당이 함께 했으면 하는 집단들과의 간담회 자리도 가지고 있다. 진보정치포럼, 전빈련, 여성운동 단체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사노준’)과도 만날 예정이다. 사회당과는 사회당 대표단 선출 이후에 만난다.

    노건추 같은 경우 진보신당 제2창당 관련해서 노동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노건추 동지들의 고민을 깊이 있게 듣고자 한다. 노건추와는 몇 차례 심도 깊은 논의를 가지고자 한다. 진보신당은 안이고, 그 외는 밖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

    노건추가 노동정치에 함께하는 세력들과 같이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정말 중요하다. 상당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진전이 예상된다면 진보신당이 추진하고 있는 제2창당의 일정에도 고려돼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과 상세한 상황 공유가 있었으면 한다. 지난 10년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관한 평가가 이제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누가 책임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막혔고 어디서 휘었는지 가려내는 노력이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조차도 노동정치 쪽만이 고민해야할 문제가 된다면 그것 또한 과거의 실패를 또 반복하는 것이 된다. 노동과 정치의 형식적인 이분화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자.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

    10년평가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정당은 함께하는 정당, 함께 만드는 정당이다. 노동, 또는 다른 계층으로 나눠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진보신당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많은 지혜와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진보정치가 추구하는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받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금 진보신당의 1,5000 당원은 실질적 창당 과정에서 당내의 목표를 불가피하게 상호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들이 가시적인 스케쥴로 드러나 조율될 필요가 있던 것이다. 앞으로의 논의는 막연한 문제제기보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가지고 조정됐으면 한다.

    제2창당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토론과 조직 사업만을 통해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분명한 근거 있는 사업과 실천으로 그 시간이 메워져야 할 것이다. 현재 제2창당의 과정은 처음 창당할 때처럼 조직 절차만 가지고 창당하기 어렵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열망이 높지만 구체적인 과정과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적 기능을 갖추는데 불가피한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제2창당 일정을 가시화한 것이다. 그것도 늦었다고 보는 분들도 많다. 그 중에서 내년 1단계 전당대회까지 조직적 측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노건추를 중심으로 한 조직 노동자들의 참여다.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실패한 데에 있어 광범위한 노동자들의 정치적 열망을 받아 안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어떻게 노동자 정치 실천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 점과 관련해서 여러 정파들과의 토론회도 필요하고 아래를 향한 토론 계획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당이 앞으로의 길을 만드는 의지와 노력이기도 하다. 노건추가 구상하는 일정과 관련해서 좀 더 긴밀하게 앞으로 협의했으면 한다.

    정당이 노동자 중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체의 문제가 크다. 이 정당에 노동자들이 많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아지면 해결되는 문제다. 현재 진보신당에 대해 우려하고 계신 것은 노동자 주체가 모자라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인 참여다.

    그 어떤 정당도 그 어떤 정치도 결국은 주체로서 영향력을 확대해가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건추가 그런 출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보신당의 노동자 기반을 대폭 확충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

    한석호 노동자진보정당건설 전국추진위(준) 집행위원

    18일에 노건추 발족회의 할 때, 노회찬 심상정 대표 두 분 오셔서 자리 함께 하셨다. 발족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노건추의 고민은 세 가지다. 민노당 분당을 거치면서 지난 10년간의 노동정치에 대한 반성적 평가, 노동정치가 양적인 면에 치중하면서 질적 발전을 꾀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첫 번째다.

    분화든 분열이든 분당 이후에 노동 현장에서의 노동정치에 대한 분위기나 반응이 안 좋다는 점, 화도 나 있고 지쳐 있기도 하고 관망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치를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두 번째다. 그래서 다시금 현장을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목적을 중심으로 조직해나가고자 한다.

    노동정치의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 11월 20일 직후부터 진행될텐데, 노건추와 사노준이 공동 토론회를 전국순회로 가진다. 노동자대회 전후로 최종 확정을 거칠 것이다. 서울, 대전, 울산, 광주 등 순회하면서 공동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는 노건추와 사노준을 중심으로 한 노동정치 단위들이 통합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사노준과 노건추의 대표단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고 발동할 것이다.

    양경규 노동자진보정당건설 전국추진위(준) 공동대표

    사노준, 해방연대, 사노련 등이 토론회를 많이 했는데 자체적으로 실패적이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그 토론회에서 드러나는 양상은 각자 정파의 입장을 중심으로 타 정파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같이 못할 사람이라는 결론만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토론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각 조직의 입장을 말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서로 쌍방이 공동의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운동적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복잡해진 자본주의 구조에서 새로운 전략과 당의 역할 등, 노동자들과 진보정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할 생각이다.

    조직 구성원 뿐만 아니라 학자도 부르고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무작정 토론회를 중심으로 노건추와 사노련의 입장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토론회만을 위한 준비팀을 구성해서 얘기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놓고 토론을 진행하자는 생각이다.

    기계적이고 형식적 통합을 하는 것보다는 현장조직들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역사성과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다 같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진보신당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갖고 계신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창당 일정 등 전체가 하나가 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이 되었으면 한다.

    한 가지 요구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사노준과의 공식적인 간담회를 하셨으면 한다. 폭넓은 얘기를 나누실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구민주노동당에서 함께했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한데, 사노준의 경우 새로운 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운동이 노동운동을 바꿔낼 수 있는 구조여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 때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또한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정치운동의 통합뿐만 아니라 대중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위해서라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그룹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재환 노동자진보정당건설 전국추진위(준) 공동대표

    현장 노동자 대중들을 직접 대면하고 상대하면서 노동자 정치운동이 밑바닥을 파고 들기 힘든 조건이다. 정치세력화에 실패했다고 하면 그것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시작할 것인가. 민노당도 진보신당도 사노준도 마찬가지다.

    활동가들이 정당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장의 혼란을 일차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필요하겠다. 사노준도 자신들의 입장이 분명히 정리돼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만 해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토론회를 추진 중이다. 진보신당에 결합해서 !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해보자고 논의가 모아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다른 한 편은 내용적 측면이다. 과거와 같은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활동을 하기 위한 내용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현장에 뿌려져야 힘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진보신당이 제2창당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직 형식적으로 제2창당이라는 절차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밑바닥부터 노동자 당원뿐만 아니라 기존 당원까지도 통합해서 정치적 내용들이 공감되면서 함께 열심히해보자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2창당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장혜옥 노동자진보정당건설 전국추진위(준) 공동대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희망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열이라는 표현을 쓰고, 사회주의, 노동자 계급 중심의 정당도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새로운 싹들이다. 분열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싹들이 돋아나고 있는 희망이다.

    현재 진보신당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노동자 중심성에 대해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다. 노동, 노동자 정치, 노동 정치라는 개념에 대해. 노조에 조직돼 있는 전체 노동자의 10%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당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돌봄, 성노동까지 노동의 범위가 무척 넓어졌다. 그러한 총체적 노동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화두다.

    그 중에서 극히 일부밖에 사회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다수 노동자들을 어떻게 정치화할 것인가가 숙제다. 어떻게 당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시냇물이 흘러 흘러 새로운 바다에서 만날 수 있듯이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때가 있고 또 헤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새싹들이 소통되어야 하고, 진보신당은 노동 중심성에 대한 명확한 지향이 있어야 하며 자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민노당을 떠날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노동’자를 버리! 는 것이었다. 그것을 사회적으로 인식, 각인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했는데,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진보신당이 더욱 강한 노동 중심성을 가지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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