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가 준 이상한 돈으로 좋은일 하자
        2008년 10월 20일 0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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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사이트가 불이 나고 애꿎은 전화상담 노동자가 고생이다. 유가환급금 때문이다. 포털에서도 자신이 유가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다들 한 마디씩 덧붙인다, 이거 왜 주는 거지? 그리고 의논한다, 이거 받아서 뭐할까?

    유가환급금은 지난 6월 이명박 정부가 고유가 민생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정책으로, 지난 해 총급여액이 3,6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 등이 지급 대상이 된다. 전체 근로소득자의 71%와 사업소득자의 85%가 해당되며, 소득 구간에 따라 6만 원에서 24만 원까지 지급받게 된다.

    진보신당은 이 정책이 유가 인상에 따른 계층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 정책 치고는 기특한 점이 있지만, 수조 원의 재원을 사용하면서도 그 실효성이 매우 불투명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다.

    주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확실히 몰아주든가…

    지원을 하려면 취약계층에 압축하여 더 확실히 몰아주는 게 낫고, 정유회사의 폭리구조를 손보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보신당 2008년 6월 12일자 정책논평, “1년동안 푼돈 쥐어주는 이상한 고유가대책”)

    결국 민생을 걱정하는 김에 떠나간 민심 좀 돌려보려던 이명박식 선심 정책이었던 것인데, 실물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매가도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그 꼴도 좀 우스워졌다.

    하지만 지급대상자들에게 여전히 이 돈은, ‘나쁜’ 돈은 아니지만 ‘이상한’ 돈이긴 하다. 차량이 있든 없든, 석유를 많이 쓰든 말든, 그냥 근로 소득에 따라 생기는 공돈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서민 가구로서는 이것도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대개는 일회성 소비로 끝나고 말 성싶다. 이 이상한 돈을 ‘좋은’ 돈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진보신당 태양광발전소 건립 사업이다.

    진보신당 녹색특위(위원장 조승수)가 시작한 이 사업은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지급받을 유가환급금을 모아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1억 원을 모금하여 10kW급 태양광발전소 1기를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재생에너지 중 투자와 보급이 가장 용이한 것이 태양광발전이고, ‘에너지전환’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2기의 시민출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옛 민주노동당 남원연수원에도 10kW급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태양광발전소를 구상하게 된 데에는, 유가환급금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고 안타깝다는 판단이 있었다. 국세청 사이트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및 일용근로자에게 유가환급금으로 지급키로 책정한 예산 총액은 3조4,150억 원이다.

    유가환급금 총액이면 15만 가구 태양광발전 가능

    이것을 진보신당이 계획하고 있는 10k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 설비 비용으로만 따지면(1kw 설비가격 750만원 기준) 45,533기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이를 가정용 용량(3kW급)으로 환산하면 151,777 가구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여 전력을 자급할 수 있게 된다는 산수가 나온다.

       
     

    만약 10만 기가 넘는 가정용 태양광발전소가 전국에 설치된다면 한국 사회의 풍경은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계산할 때 전국 3,516개의 읍면동 당 평균 30개씩의 신규 태양광발전소를 볼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동네마다 태양광 전지판이 빛나고 재생에너지 생산과 사용이 친숙해지며, 국민의 에너지 문화도 바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재원을 선심성 지출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진보신당은 이 아까운 잠재적 재생에너지 발전소 씨앗 중 하나라도 살려서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당원이 직접 나서서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이렇다. 진보신당은 유가환급금을 모아 ‘진보신당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제안하고 10월부터 적극 홍보에 들어가기로 했다. 참가 희망자는 1구좌(6만원) 이상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약정하고 출자자가 될 수 있다.

    당원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약정을 통하여 당비에서 자동 인출하고 후원계좌 직접 입금도 병행할 계획이다. 11월부터 본격 모금이 시작되면 내년 2월경 설치 장소와 구체적인 사업 방식을 결정하여 3월경에는 착공할 계획이다. 장소는 상징적인 곳이 좋겠지만, 수도권에서 안정적인 설치공간이 확보되기 어려우면 분산 설치도 가능할 것이다.

    한 구좌 6만원씩 자유롭게 약정 출자

    정부 지원분 없이 자비로 설치하고 발전사업자로 등록하면 쓰고 남은 전력을 한전에서 구매하므로 발전을 통해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수익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녹색사회 전환을 위한 당 사업에 우선 사용하고, 세부 용처는 공동출자자들의 의견을 모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10월부터 지원 규모가 축소되어 태양광발전 확산을 위축시키고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하여, 진보신당이 직접 당사자가 되는 만큼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은 엉뚱한 고유가 대책을 내놓는 한편 허구적 녹색성장을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를 실천적으로 비판하면서 조속한 녹색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진보신당의 의지를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진보신당은 이 사업의 취지를 다른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에게도 전달하고 동참을 제안키로 했다.

    OOO단체표, OOO노동조합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아진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일 것이며, 녹색성장으로 사기치는 토건 정부와 녹색분칠(greenwash)에 골몰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말빨’이 설 것인가. 노동조합 지부 단위 결의로 환급금을 모아낸다면, 사업장이나 사원 복지시설 지붕에 태양광발전소 1기를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촛불이 준 교훈 중 하나는 정부가 허튼 짓하면 시민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었다. 유가환급금 발전소 건립 사업이(!) 시민사회의 녹색 직접행동주의를 촉발하는 촉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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