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2008년 10월 15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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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으로 촉발된 무자격 쌀 직불금 수령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일제히 이를 1면 머리기사 등에서 다루면서 서울과 과천에 거주하는 공무원 520명과 공기업 임직원 177명이 지난 2006년분 쌀소득 보전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생각은 이와 많이 다르다. 다음은 1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무원 ‘쌀 직불금’ 파문 확산 서울·과천 520명 포함 모두 4만여명 받았다>
국민일보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 520명 쌀 직불금 받았다>
동아일보 <공무원 1만-가족 3만명 쌀 직불금 탔다>
서울신문 <정부 ‘재정 확대’ 카드 빼든다>
세계일보 <고비는 넘겼지만 금융시장 예측불허 달러 흐름이 변수>
조선일보 <미, 9개 은행 ‘부분 국유화’>
중앙일보 <10년 전에 울면서 은행문 나섰지만…>
한겨레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 520명 쌀직불금 수령>
한국일보 <한숨 돌린 한국…’뇌관’ 남았다>

감사원이 2006년 쌀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명의 실경작 여부를 확인한 결과, 서울과 과천에 거주하는 공무원 520명과 공기업 임직원 177명이 지난 2006년분 쌀소득 보전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가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 경향신문 10월15일자 1면.
 

감사원이 2007년 3∼5월 조사한 ‘2006년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운용실태’ 자료를 보면 비료 구입, 수확한 벼의 농협수매 실적이 없어 실경작자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17만명, 직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영농 기록이 없어 실경작자가 아닌 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11만명이었다. 최대 28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비농업인들에 모두 1683억원의 직불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산됐다. 1명당 평균 60만 원꼴이다.

직불금을 수령한 서울·과천 거주자 4662명(1인당 65만원씩 총 30억원) 가운데 수령자 본인 또는 가족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 61%인 2942명(직불금 1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공무원은 520명(18%), 공기업 임직원은 177명(60%)이었다. 회사원은 1780명(61%), 금융계 121명(4%),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73명(3%)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 살면서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고 직불금을 받은 65명 가운데 37명(57%)이 농지임대나 농지전용 등의 방법으로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2006년 농협수매 실적이 있는 실경작 농가 53만명 가운데 7만1천 농가는 모두 1068억원(농가당 150만원)을 받지 못했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란 정부가 농가의 실질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산지 쌀값이 정부의 목표가격보다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의 일부를 실제 경작자에게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 동아일보 10월15일자 1면.
 

이렇게 쌀 농사 직불금 부당수령이 이뤄진 이유는 확인작업이 허술한 데다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포항시 직불금 담당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제도상으로는 다른 직업을 가진 고소득자이거나, 사는 곳과 농지 사이 거리 등에 관계없이 쌀 농사를 지으면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어 ‘순수 영세농업인 지원’이라는 당초 직불금 제도의 취지가 흐려졌다"고 말했다. 직불금 지급대상자의 실제 경작 여부도 마을 이장, 통장 등을 통한 간접 확인에 그치는 것도 한 이유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생각은 이와 많이 다르다. 경향신문은 2면 관련기사 <농민들 분노 "농업정책의 사기다">에서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쌀 직불금을 공직자 등이 가로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전국농민회 총연맹은 오는 28일 전국 동시다발 공공비축미 1차 적재투쟁에 이어 다음달 10일 2차 적재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 경향신문 10월15일자 2면.
 

농민 박순식씨(58·전북 완주군 구이면)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작농들이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꼬집었고, 전국농민회 총연합 부경연맹 정철균 조직국장은 "부당하게 지급받은 직불금을 양심적으로 환원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이 봉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봉화'(이봉화 차관)에 ‘봉하'(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논란)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6면 머리기사 <"봉화(이봉화 차관 직불금 파문)에는 봉하(노(盧) 전 대통령 사저 논란)로" 한나라 맞불작전>에서 "한나라당이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私邸)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에 대해 ‘노무현 봉하마을’로 맞불을 놓는다는 뜻에서 ‘(앞으로) 봉화 대 봉하로 하자"고도 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0월15일자 6면.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국정감사 점검회의를 열었다. 의원들은 "노 대통령 사저가 최소 시가 20억이 나간다는데 종부세를 불과 3만원 내고 있다", "골프 연습장까지 만들어놨고 지하에 아방궁을 만들어서 그 안을 볼 수가 없다"는 등 봉하마을 문제를 제기했다. 이계진 의원은 "야당은 이봉화 차관 조사하라고 하고 여당은 ‘노(盧)봉하’ 조사하고 해서 봉화 대 봉하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모든 것을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며 "이봉화 차관 문제에 물타기를 하려는 쇼"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도 "이봉화 차관 문제와 봉하마을 문제를 결부시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는 국감 이후 ‘좌파 10년 법률’ 정비 때 써야 할 카드인데 조자룡 헌 창 쓰듯 마구 휘두르면 효과만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 한겨레 10월15일자 6면.
 

한편 이 파문의 중심에 있는 이봉화 차관은 언론사 취재에 들어가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규정에도 없는 ‘신청 포기서’를 제출했고, 서울 서초구청은 이를 임의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차관은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이며,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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