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법파견 판치는 노동지옥 일본
        2008년 08월 19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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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7월 1일 비정규직법의 차별금지조항이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적용되는 시점에 맞춰 재계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규제 완화를 위해 ▲기간제 사용 4년으로 연장 ▲사용기간 적용제외자 50세 이상으로 확대 ▲차별금지 2012년까지 유예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까지 파견근로 허용을 정부에 요구했다.

    비정규직 사용을 더 확대하고, 제조업 생산공정까지 파견을 확대하려는 자본이 계속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견대상의 확대는 제조업 사업장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사내하청을 ‘합법적 파견’으로 바꿔 나가고자 하는 자본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제조업 공장은 직접생산공정까지 합법적인 파견노동자로 뒤덮힌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본의 일본 따라하기

    이러한 자본의 전략은 노동운동을 무력화시켰던 ‘일본 따라하기’다. 일본의 파견법은 1985년 법 제정 당시에는 통역과 가이드 등 13개 직종에 국한됐지만, 1999년 의료 일부와 항만, 건설, 경비, 제조업을 제외한 전 직종으로 확대됐다. 이어 2004년에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고용창출을 명분으로 제조업까지 확대하고, 파견기간도 3년으로 늘렸다.

    일본에서도 그 이전까지는 한국과 유사하게 제조업의 ‘사내하청과 위장하도급 문제’가 쟁점이었으나 2004년 파견대상의 확대로 사내하청의 문제는 소멸되고 합법적 파견노동자의 문제로 쟁점이 이동한 것이다. 일본의 파견노동자는 300만명을 넘었고 파견시장규모가 4조엔을 돌파한지 오래다. 급료는 시급제로 보너스도 없고, 교통비도 자기가 부담해야한다. 또한 1일부터 3개월 계약까지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

    일본의 최대 인력파견업체인 ‘굳윌(Good Will)’에 소속되어 있는 임시직 구직자들은 270만명에 달하고, 1일 평균 파견인력은 34,000명에 이른다. 일용직들은 파견업체로부터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로 일자리를 배정받아 찾아가서 일한다. 파견사원의 활약상을 그린 ‘파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가 상영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과 비슷한 대기업, 공기업 중심의 기업별 노조운동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간혹 어느 공장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요구안 관철을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들릴 뿐이다. 노조 조직률이 하향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일본처럼 되지 말자

    한국의 활동가들은 “우리는 일본 노동운동처럼 되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한다. 그러나 자본의 전략적 요구와 이명박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정책,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 등 객관적 조건은 일본의 뒤를 이미 따라가고 있다. 아니 더 어려운 조건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33%로 우리보다 낮다. 조직율도 18~19%로 아직 우리보다 높다. 문제는 주체적으로 어떻게 돌파해 나가냐는 것이다. 근래 일본의 노조 활동가들이나 진보적 학자들은 한국의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산별운동으로 전환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금속노조의 직․간접고용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1사1조직’ 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아직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철폐, 조직화는 얼마만큼 실천되고 있는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법-제도 개선투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생산공정의 대부분이 합법적인 파견 노동자로 채워진 죽음의 공장,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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