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가 죽었다 깨어도 BBC가 될 수 없는 이유
        2008년 08월 12일 10:45 오전

    Print Friendly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이사장의 삼각커넥션은 공영방송 KBS의 위상을 권력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하는 형식을 취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았다. 감사원과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 등 필요한 공조직을 총동원해서 사장 해임을 밀어붙였다. 문제가 있다면 정 사장 해임이 아니라 구속시켜도 언론계나 학계가 반발할 이유가 없다. 정연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장을 이런 방식으로 내쫓게 될 때 앞으로 공영방송 KBS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영국 BBC의 모델을 KBS에 기대한다. KBS의 경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항상 문제가 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그런 것을 고치겠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며 "KBS가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일반 국민의 인식이 그렇다. KBS를 공정한 위치로 돌려놓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8일 오후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킨 KBS 이사들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이사회가 열렸던 KBS 본관 3층 회의실을 빠져나오고 있다.(오른쪽 위-이춘호, 강성철 이사) ⓒ 미디어오늘

    최 위원장이 BBC를 KBS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소신은 높이 평가한다. 부디 그렇게 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러나 최위원장의 이런 주장과 소신은 자가당착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BBC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정치권에서도 존중받고 있다. BBC도 정치권 인사가 추천받아 오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특정 정파의 앞잡이노릇’하는 역할은 없다.비록 정치권에 몸담았더라도 BBC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정치권과는 단절을 선언하며 철저한 BBC맨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를 비판하던 한나라당이 집권하자 똑같은 코드 인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BBC’운운 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고있거나 권력의 오만을 자랑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표리부동한 논리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유재천 KBS 이사장은 KBS 안방에 경찰을 불러들인 장본인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8월11일자)에 따르면, 유재천 이사장이 지난 8일 이사회 때 경찰력의 KBS 난입을 요청한 것을 두고 KBS 사원들의 반발이 격렬해지자 11일 오후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사이버 홍보실에 올린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제가 분명하게 말씀 드리는 것은 경찰의 신변보호요청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이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의 말처럼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기에는 해명해야 할 의혹이 너무 많다. 오히려 이사장 자리가 위험해지자 ‘우발적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사회 전날(지난 7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1박을 하며 경찰 투입을 모의 △이사회장에 영등포경찰서 소속의 정보과 형사가 시작부터 배석 △당일 유재천 이사장이 KBS에 경찰 투입을 직접 지시 △당시 유재천 이사장이 "KBS의 공식 요청이 없이는 힘들다"는 정보과 형사의 의견에도 불구 경찰 투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아 의혹을 오히려 더욱 키웠다고 미디어 오늘은 지적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외쳐온 원로학자이다. 그의 수많은 문하생들은 현재 학계와 언론계에서 그의 변신에 당혹해하고 있다. 그의 석연찮은 행보에 대해 차마 논평을 꺼리고 보도를 자제하는 등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가 강조하던 권력으로부터 방송독립은 ‘우발적인 행위’로 이율배반의 이론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어떤 궤변으로 권력의 하수인을 KBS 사장으로 모셔올 지 노년의 변신이 화려하다.

    이들이 BBC를 논하고 권력과 언론의 독립을 논하는 것은 언론자유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거짓이 되고 과욕이 되고 권언유착’이 된다. 폴리널리스트들과 폴리페서들의 합작품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유 이사장은 경찰을 불러들인 데 대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사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사장 바꾸기 목표 달성에 성공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이유가 없다. 사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는 무엇에 대한 이해란 말인가. 경찰 불러들인 데 대해 ‘내가 우발적으로 했으니 이해해달라’는 것이라면 KBS 사원을 대학교 학생들 정도로 착각한 것이다. 유 이사장이 그런 식으로 경찰을 공영방송사 사내로 불러들일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의를 쉽게 부르짖을 수 있다. 틈만 나면 신문과 방송에 나와 방송독립 등 입바른 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행하지 못하는 이론이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래서 폴리페서들의 굴절은 더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줄 뿐이다. KBS가 BBC의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그 신뢰성과 권위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은 KBS 구성원의 질이 떨어지거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바로 거짓과 위선으로 위장된 폴리페서, 폴리널리스트들의 준동 때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