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투쟁 노동자 정신건강 심각
        2008년 08월 05일 08: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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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의 35%가 ‘정신질환 의심군’으로 드러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시사IN>은 이번 주 판매되는 최근호(87호)에서 이랜드, 코스콤, KTX 등 장기 파업 중인 비정규 노동자 12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 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전문의 진료 필요 18%

    보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42명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질환이 의심스런 반응이 나왔다. 이들 중 정신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아 당장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질환 의심’ 노동자는 18%에 달했으며,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견돼 주의가 필요한 ‘관리 대상’ 노동자의 비율이 17%를 기록했다.

    특히 일반인의 경우 극소수에 불과한 ‘정신질환 의심군’의 비율이 18%나 된다는 점에서 정신건강의 심각성이 두드러졌다고 이 잡지는 보도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에 비해 8~9배나 높은 수치다. 이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과 몸은 물론 정신까지도 병들게 만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조사결과로 보인다.

    노동조합별로 살펴보면 이랜드 노조는 질환 의심자 14.9%, 관리 대상자 17%로 전체 조합원의 31.9%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KTX·새마을호 여승무원은 질환 의심자가 21.9%, 관리 대상자가 9.4%로 질환 의심자의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경찰에 폭력적으로 진압당하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코스콤 비정규지부)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경우 질환 의심자가 19.5%, 관리 대상자가 22%로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 가까운 41.5%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쟁결과 불안 스트레스 가장 높아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기본 잣대는 ‘스트레스’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항목은 ‘향후 투쟁 결과에 대한 불안감’(22.7%)이었다. 그 다음이 ‘경제적 어려움’(21.7%), ‘미래에 대한 준비를 못하는 불안’(13.5%), ‘투쟁 종료 뒤 직장 및 사회 복귀에 대한 불안감’(1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조사의 경우 노동조합별로 결과가 차이 났다. 자녀를 둔 40대 여성 가장이 대다수인 이랜드 조합원은 ‘경제적 어려움’을 지적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30대 남성이 많은 코스콤은 ‘향후 투쟁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 꼽았다.

    응답자 모두 20대 여성인 KTX·새마을호 조합원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못하는 불안’이 가장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승무원 수준의 대우를 약속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KTX에 입사한 만큼 이들로서는 ‘기약 없는’ 싸움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KTX 조합원에게는 특히 ‘상급 노동조합(철도노조, 민주노총 등)에 대한 불만’ 요인이 높게 나왔는데, 이는 다른 노조에 비해 파업이 장기화하고 이탈자가 늘어나면서 상급 단체의 지원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시사IN>은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사무국장(산업의학 전문의)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사회적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해법도 “고용 문제 해결을 포함해 투쟁 종료 후 적절한 직장 적응기간 제공·재교육 실시·잃어버린 시간과 돈에 대한 경제적 보상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륭 포함됐다면 더 높았을 것

    이번 조사에서는 1천일을 넘기고, 50일 이상 단식 투쟁 중인 기륭은 제외됐다. <시사IN>은 “목숨을 걸고 단식 중인 노동자에게 설문지를 들이미는 게 무리한 일이거니와, 조사의 객관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륭 노동자가 참여했다면 결과는 더 심각했을 거라고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밝혔다.

    이번 조사는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함께 이랜드 일반노조 47명, 코스콤 비정규지부 41명, KTX·새마을호 승무지부 32명 등 장기 투쟁 사업장 노동자 12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사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실시됐다.

    조사 방법은 정신과 영역에서 타당성이 입증된 ‘Symptom Checklist-90-Levision’ (SCL-90-R)을 조사 도구로 사용했으며, 장기 파업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진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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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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