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아니라, 등록금 줄여라!
    2008년 08월 04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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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두고 ‘상위 1%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맙기도 하다. 감면할 세금, 즉 정부 재정의 여유분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이란 조세 정의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공평하게 잘 걷고 잘 써야 한다. 만약 잘 쓰지 못하면, 정부의 공공재정이 사교육기업으로 간접 지원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얼마 전에 명지외고를 인수한 대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6년간 명지외고에는 교육청 지원금 24억원, 경기도 지원금 57억원, 의왕시 지원금 3억원의 공공재정이 지원되었다. 그리고 이제 명지외고의 주인은 대교로 바뀌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기도와 의왕시가 60억원을 명지외고에 지원할 동안, 외왕시 소재 다른 2개 고등학교에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림] 2002-2007, 6년간 명지외고에 대한 공공재정 지원금과 대교
 

대학등록금의 1/10 미만 수준인 한나라당의 등록금 법안

지난 7월 31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기부금 10만원 세액공제로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나경원 의원이 보건복지와 여성 분야를 관장하는 제6정조위원장인데, 교육 관련 법안을 냈다. 18대 국회에서 교육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나경원 법안의 내용은 이렇다. 정치후원금을 내면, 내는 사람은 최대 10만원 세액공제가 되고 정치인이나 정당은 후원금이 늘어나는데, 이와 똑같은 방식을 대학에 적용하자는 의미다. 기부금이 늘어나면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인가(현재 기부금 수입이 많은 대학의 등록금이 적고 장학금은 많은가)’와 ‘기부금 조성의 부익부 빈익빈(상위권 대학만 많이 받겠지)’은 차지하고라도, 나경원 법안의 효과는 기대 이하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부금 세액공제의 상한선을 두어 최대 7천억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7천억원이면, 10조원이 넘는 대학등록금 총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러니까 나경원 법안대로 대학들이 세액공제 한도만큼 기부금을 꽉꽉 채운다 하더라도 등록금 감면 효과는 1/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기부금 세액공제는 한나라당의 ‘등록금 반값’ 정책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 2006년 4월에 발표한 정책에서 기부금 세액공제 방안은 최대 1조 1천억원대였다. 이 금액이 2년이 지나고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면서 7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방식이다. 세액공제는 정부 세수의 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세액공제로 기부금을 조성한다는 말은 정부가 그만큼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회하여 갈 필요가 있을까. 감면할 세금(예산)이 있으면, 그 돈을 바로 대학이나 학생에게 주면 안 되는 것일까.

종부세와 법인세 감면액 = 대학등록금 30% 수준

종부세와 법인세를 줄이면 정부 재정에 구멍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아무 문제없다고 본다. 예컨대,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감면액을 4년간 8.7조원(년평균 약 2.2조원)으로 추계했다.

하지만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분 부가가치세 및 관세, 그리고 세원 투명성 제고에 따른 세수 자연증가분이 있어 법인세 감면에 따른 구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법인세를 줄여도 다른 세금으로 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눈물나게 고맙다. 보다 좋은 곳에 쓸 돈이 있다고 고백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방안만 무성했던 대학등록금 대책에 숨통을 트인다. 장학금 조성, 학자금 융자, 인상 상한제, 액수 상한제, 후불제, 저소득층 무상, 소득에 따른 차등 책정 등 많은 등록금 정책에서 가장 걸림돌이 된 부분은 재원이었는데, 정부와 여당이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정부여당이 밝힌 법인세 감면 추계치는 4년간 8.7조원으로 년평균 2.1조원 수준이다(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안 비용 추계서). 종부세 감면 추계치는 통계의 부족으로 제시하고 있지 못한데, 1.4조원 정도가 아닐까 한다. 단순하게 2007년 종부세 징수 실적(2.4조원)에다가 과세표준 9억원 미만 신고인의 결정세액 비중을 곱하면 1.4조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1.4조원의 추정치에는 세대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는 점, 1세대 1주택 소유 저소득 고령자의 종부세 면제, 주택 가격의 상승 예상치 등이 빠져있어서 과소추정일 수 있다. 물론 역으로 과대추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복잡한 계산일랑 정부여당의 똑똑한 분들에게 맡기고, 간단하게 1.4조원이라고 치자.

그러면 법인세 감면 2.1조원, 종부세 감면 1.4조원, 도합 3.5조원이다. 3.5조원이면, 대학등록금 총액의 30% 수준이다. 재학생 기준으로 2007년 대학등록금 납부 총액을 산출하면 11.7조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부세와 법인세를 감면하지 않고, 그 돈을 대학등록금에 쏟아부으면 30%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저소득층 면제에 지원하면, 하위 30%의 대학생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는 하위 20%의 대학생을 무상교육으로 하고, 비정규직 시간강사 2만 6천명을 정규직 대학교수로 신규채용할 수 있다.

   
 <표> 종부세 및 법인세 감면의 효과(그 예산을 대학에 쓰면)

세금과 예산은 정치

세금은 공평무사하게 잘 거둬야 한다.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게 잘 되지 않아서 문제이긴 하다. 그리고 거둬들인 세금은 잘 써야 한다. 공공의 재정이니 만큼, 공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종부세나 법인세 감면에 대해 조세의 형평성, 세금 감면에 따른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대, 그에 따른 소비 활성화, 기업의 투자 의욕 고취 등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게 대학등록금 문제일 수 있다. 등록금이 줄어들면 대학교육의 형평성은 늘어난다. 등록금이 줄어들면 가정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증진된다.

그리고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그 자체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고등교육의 사회적 수익률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2007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사회적 수익률은 남성 14.2%, 여성 16.8% 수준이다. 이 수치는 대학교육을 받는 개인의 수익률(남성 12.2%, 여성 14.9%)보다 높다.

이런 이유로 상위 1%의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종부세 감면은 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감면할 수 있는 세금이 있다면, 그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소수가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학생과 부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힘겨워하고, 대학교육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교수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어려워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대학교육의 질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대학등록금 문제를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고소영과 강부자라서 등록금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감면할 돈을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서민을 위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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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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