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살기 위해선 촛불과 연대해야”
        2008년 07월 08일 10:1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진=레디앙
     

    7월 5일 국민촛불대행진을 앞둔 오후 5시 시청광장 한 켠에 있는 칼라TV(촛불시위를 생방송하기 위해 진보신당이 만든 인터넷방송) 천막 앞.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서슴없이 1만원짜리를 꺼내 조그마한 모금함에 넣는다. 한 중년의 아저씨가 1만원짜리를 한 참 세더니 모금함에 넣고 지나간다. 칼라TV의 인기가 실감났다.

    정태인 교수(전 청와대 비서관)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나타났다. 그는 진중권 교수와 함께 칼라TV의 유명 리포터다. 지난 달 27~29일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시위가 진행되었을 때 그는 맨 앞에서 이를 생중계했다.

    – 칼라TV의 인기가 대단하다.

    =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믿는 건 칼라TV다. 촛불시위 초반부터 현장의 맨 앞에 있었는데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시민들이 바로 알려주고, 우리는 이를 생중계했다. 아무래도 경찰은 카메라가 있으면 움츠려드니까 시민들은 폭력상황이 벌어지면 칼라TV를 불렀고 우리는 바로 뛰어왔다. 그런 게 쌓여서 후원을 하는 것 같다.

    촛불시위 현장에 함께 한 변호사들과 더불어 칼라TV로 인해 진보신당 최근 지지율이 5.6%로 두달만에 두 배 이상 올라갔다. 현장에서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지지를 얻는다는 걸 확인했다. 후원금이 가장 많은 때는 하루에 700만원이 들어온 적도 있다.

    – 언제부터 인터넷 생중계를 시작했나.

    = 5월 2일부터 강연이 있는 날 빼고는 하루도 빼지 않고 촛불시위에 나왔고, 인터넷방송은 5월 9일부터 진중권 교수와 둘이 앉아서 했다. 5월 24일 첫 가두시위 때부터 기동전이 됐다. 지난 2주일은 완전히 날밤을 샜다. 돌아가면서 중계를 끝까지 다했다. 진중권 교수는 야행성이라 야간에 많이 했고, 함께 하고 있는 리포터 이명선 씨는 주야 다 뛰고 있다.

    – 다른 인터넷방송과 달리 인기를 끈 비결은 뭔가.

    = 그냥 시위를 보여주는 인터넷방송은 많지만 진행자를 내세운 건 칼라TV가 처음이었다. 나중에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도 시도를 했지만 계속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만 봐서는 위치 자체를 모른다.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으니까.

    칼라TV는 전문가나 시민들 인터뷰도 하고, 진행자가 전체의 상황을 설명해주니까 아무래도 다르다. 경찰이 불법으로 연행할 때는 우리가 앞에서 항의를 하고 그러면 상당히 효과가 있다. "칼라TV 죽여버려" 이런 말도 들었다. 지금은 HID의 제1의 적이 됐다.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경찰도 민간폭력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 촛불시위의 진원지인 아고라와 칼라TV를 비롯한 인터넷 생중계가 이번 촛불항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그렇다. 와이브로라는 무선인터넷 최신 기술이 바로 운동에 응용된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최신 장비로 무장된 네트워크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다.

    – 현장에서 보는 경찰의 폭력은 어떤가?

    = 청와대 앞에 직접 주부들이 모인 적이 있었다. 두 분이 아예 누워서 항의를 했다. 한 주부가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우리 아들 죽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 때 경찰이 방패로 찍고 짓밟으며 끌고 갔다. 경찰은 방패 한쪽 모서리를 잘랐다. 깨진 줄 알았는데 왼쪽 하단이 짤려 있다. 고의적으로 왼쪽만 잘라서 찍으니까 엄청난 부상을 입는다.

    조선일보 앞에서 싸우던 날은 아예 언론을 공격했다. 경찰버스 위에서 칼라TV, 한겨레 카메라를 향해 돌을 던졌다. 지난 토요일(28일) 폭력진압했고 일요일 시청을 봉쇄했는데, 그날 오후에 경찰은 인터넷과 연결된 우리 카메라 선을 잡아챘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이 안 나올 줄 알았을텐데, 그날 오후 보신각 앞에 2만명이 나왔다. 불이 다시 지펴졌고, 정의구현사제단이 나와 촛불시위가 다시 이어지게 된 것이다.

    – 촛불시위 65일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 진짜 정신이 없다. 일단 잠을 제대로 못자고, 낮밤이 바뀌니까 정신이 혼미하다. 운동진영에서 이 시위를 지속되는 운동으로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니까 시민들이 계속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4.19는 장면 정권이, 87년 6월 항쟁은 김대중 김영삼에게 힘을 몰아줬는데 지금 민주당 믿지 못하니까 계속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과 함께 교육시장과 민영화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이 있기 때문에 촛불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의제 하나하나를 쇠고기만큼 전문적으로 깊게 파헤쳐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

    – 쇠고기 문제의 뒤에는 한미FTA가 있는데 아직 한미FTA에 대한 반대여론은 높지 않다.

    = 민영화도 반대의견이 많아져서 물, 가스, 수도는 안한다고 하면서 뒤로 빠졌다. 이게 한미FTA와 연결되어 있다. 쇠고기 원죄는 민주당에 있지만 민주당까지 반대하니까 다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는 민주당 당론이 대부분 찬성하고, 6% 경제성장 한다는 걸 똑같이 받아들이고 있다.

    친노의 핵심이 그런 논리를 만들었고, 국민들의 인식을 가로막고 있다. 방송사들도 몇몇 피디들만 고군분투하고 있지, 대부분의 언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자동차 판매를 위해 쇠고기 수입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자동차 수출이 매년 8억달러 증가한다는 건데 관세 2.5%는 50만원 값을 인하한다는 것이다. 2천만원짜리 차를 1950만원으로 내린다고 미국시장에서 더 팔린다는 건 완전히 거짓말이다. 현대자동차도 그렇게 생각 안한다. 이익은 좀 되겠지만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섬유는 관세혜택을 보는 게 원사이기 때문에 수출에도 큰 이익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와 지적재산권이 미국식으로 바뀌고, 의료민영화, 공기업민영화가 한미FTA의 적용을 받게 되면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 정부와 수구언론은 오바마가 한미FTA를 반대한다며 빨리 한미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자동차업계가 불만이 많다. 미국이 자동차에서 원하는 것은 한국에서 시장점유율 10%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물밑에서 어떤 게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은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짜내는 협상전략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주장은 한미FTA가 재벌에게는 이익인데 노동자에게 이익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메케인은 한미FTA에 찬성하는데 그럼 우리는 협상을 비준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해야 된다. 그들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국제협상에서 한국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고, 미국은 피 한방울까지 빨아먹는 흡혈귀다. 우리는 국민들 눈치보고 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폭로가 된 게 쇠고기다. 미국 축산업계 이익을 그대로 한 것이다. 거짓말을 한 게 국민들 눈에 확연히 보이고, 폭발한 것이다.

    독소조항은 한미FTA 12,000개 조항 어디에도 들어있고, 대표적인 것만도 200~300개 되는데 국민이 알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정말 절망적이었는데 여중고생들 때문에 확 바뀌었다.

    – 금속노조는 지난 해 한미FTA 반대 총파업을 벌였으나 한미FTA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고 쇠고기 투쟁에 대한 연대도 마찬가지다.

    = 솔직히 노동운동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사실 까놓고 민주노총은 금속노조고 금속노조는 현대차다. 잔업 특근을 얼마나 하고, 정규직으로 있을 때 아이들 사교육시키고, 집 사는 게 관심이기 때문에 한미FTA도 바로 보지 못한다. 연대의 관점, 모두가 살기 위한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7.5% 관세를 인하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도요타, 혼다 등이 150~200만원 싸진다. 소나타 시장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금속노조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연대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파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자동차가 위협을 받으면 부품기계, 정밀화학은 붕괴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제조업은 이익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고, 단기적인 시야에 빠져 있다.

    반면에 좌파들은 전혀 시민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구호만 내세운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구체적이지 않다. 구호는 대단히 과격한데 행동은 대단히 소시민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모인 국민의 99.9%가 나같은 사람을 개량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99.9%를 대상으로 해야지 0.1%를 대상으로 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파들은 노동자 중심성을 얘기하고, 대중은 뭔가 배워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지금 쇠고기 집회 두 달을 보면 전혀 아니다. 시민들이 나가는 걸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이 <레디앙>에 쓴 게 맞다. 제대로 집회에 참여하지도 못했고, 배우지도 못했다. 시민들이 뭘 원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이 거대한 투쟁이 이어져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걸 해 봐야 뭘 느끼고 뭘 행동할지 아는 것이다. 텔레비전 보고, 금방 끝나겠지 했던 것이다. 사실 이렇게 번질지 아무도 몰랐다. 매일매일 감동이었고, 눈시울이 뜨겁고, 그런 걸 느껴야 한다.

    – 한미FTA 반대투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노동운동은 한미FTA 제조업 분야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농업은 초토화되고, 제조업도 안전하지 않고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배워야 한다. 현대자동차연구소가 결코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곤란하다.

    자본도 속으로 안다. 다만 재벌들이 기대하는 건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을 잡아먹는 것과, 한미FTA가 시행되고 나면 신자유주의 기조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찬성하는 것이다. 한미FTA가 되면 구조조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걸 노동자들이 알아야 한다.

    – 정부는 촛불이 확 사그라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아무도 모른다.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종교단체가 무슨 합의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방향이 단지 ‘기동전’에서 ‘장기 진지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과 의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의구현사제단만 권위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당과 정치세력도 권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 민주노총이 파업을 선언했지만 7월 5일 2시간 파업 외에는 계획이 별로 없다.

    = 우선 간부들이 조합원들과 같이 참여해보면서 느끼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여기 와서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라 시민들 속에서 뛰어보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촛불시위는 쇠고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정책기조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파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촛불시위에 동참한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도 시들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그런 국면을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제 정진화 위원장이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전교조도 지켜주시고, 민주노총도 지켜주시고…”라고 연설을 했는데 그게 맞다. 노조가 감수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존의 틀 속에서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변화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은.

    = 스웨덴은 노조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당도 영향을 미치고 정권을 잡았는데 스웨덴의 기본은 연대였다.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 하청기업에 대한 연대, 일반 시민과의 연대가 노조의 생존전략이라는 걸 깨닫고 실천하지 않으면 노조운동이 고립화될 수밖에 없다. 자본과 정권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노조를 위해서라도 연대활동에 열심히 나서달라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바로 연대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조운동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 * *

    *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 13호게 게재된 내용을 보강해서 작성된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