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매각투쟁, 이길 수 있다
        2008년 07월 07일 11:36 오전

    Print Friendly

    최대 주주의 주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일괄매각하는 인수합병(M&A)문제에서 노동 측은 여러 가지 주어진 사정들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다.

    첫째로, 결정권은 전적으로 주주들이 갖고 있고, 대부분의 절차는 회사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매각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까지 발전하여 결정권자를 궁지에 내몰거나 또는 이들 매각방식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 유효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한, 주주들이 선택하는 잘못된 주식매각방식을 수정하거나 변경 번복하기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둘째로, 과거 제일은행 매각사례처럼 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는 한, 절차의 시작에서부터 종결까지는 통상 1∼2년에 이르는 긴 시간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투증권의 매각과정은 약 1년 4개월(03/11∼05/3)이 걸렸으며, 대우종합기계는 약 1년 8개월(03/6∼05/1), 대우건설은 사전절차 기간을 무시하더라도 매각주간사 선정에서부터 본계약 체결까지 약 2년(04/11∼06/11), 쌍용건설은 매각주간사 선정(07/6)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08년 7월 11일 예정)까지의 기간만 1년 1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이처럼 장기간 소요되는 절차를 노동 측이 자신들의 최후의 카드인 파업이나 대규모 집회를 장기간에 걸쳐 조직해서 버텨낸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 대우조선매각대책위의 실사 저지 투쟁에 막힌 산업은행 매각주간사 일행, 6월 4일
     

    매각 절차 내내 파업할 수는 없어

    셋째로, 매각절차에서 사후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약간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해관계가 오고 가며, 따라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양보를 끌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대우건설 매각에서 유상감자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유상감자를 실시할 수 없었을 것이고, 5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센터 매각자금을 유상감자에 유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와 같은 엄청난 이해관계 때문에 매각 사업장 노동자들의 파업을 통한 반발이나 지역여론의 반발 등도, 그것이 사회적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오지 않는 한, 매각에서는 큰 변수가 못되는 것이다.

    어쨌든 노동 측이 처한 여러 불리한 사정들 때문에, 최대주주의 주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일괄매각하는 인수합병(M&A)문제에서 노동 측은 대개 자신들의 주요 요구조건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패배해왔다.

    즉, 약간의 특수한 예외, 그 자체로 국민적 저항을 동반한 한전 사유화, 종업원기업인수를 내걸고 효과적으로 투쟁했던 한국전력기술 등을 제외하면, 거슬러 올라가서는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두산중공업 매각에서부터 최근의 대우건설 매각에 이르기까지 노동 측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패배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또한 분명한 사실은 이와 같은 사정이나 현재 한국 사회에 형성된 정치적 역학관계만을 고려한다면, 대우조선해양 매각문제를 둘러싼 싸움에서도 노동 측의 승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손자가 적절히 설파했듯이, 대우조선매각 대책위가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이를 적절히 실행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다르다. 정녕 이렇다면 승산 가능성은 낮지 않고 오히려 매우 높다.

    즉, 불행 중 다행히도 대우조선매각 대책위는 현재 진행되는 매각방식의 허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실행하고자 하고 있다. 즉, “산은에 의한 매도자 실사”가 “회사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해하는 부당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를 막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매각방식을 완전히 수정 변경할 수 있음을 알고 적절히 봉쇄함으로써, 산은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비록 현재는 정보유출의 위험성이 있는 매각자문사 선정 배제, 8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일방 통행하고자 했던 매각절차에 대한 직접적인 제동, “선실사 후논의 또는 실사와 논의 병행진행”이라는 산은의 소극적인 양보안을 끌어내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대우조선 미래, 실사 저지에 달려

    물론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을 바라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입장(선논의 후실사 등)에 대해 순순히 순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사봉쇄의 벽을 뚫기 위해 그들이 동원 가능한 핵심적인 카드(회사 경영진을 통한 압박, 공권력을 매개로 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공세 등)를 사용해도 먹히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그들은 매각대책위의 정당한 요청에 응할 것이다.

    결국 산은을 협상테이블로 끌고 와서 매각대책위의 정당한 요청을 관철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회사 경영진을 통한 압박 등 최대 주주와 정부 등의 공세에 굴하지 않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매도자 실사 저지 투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연하게 풀어내는가에 전적으로 달렸다.

    아무쪼록 대우조선 매각대책위는 아무리 짧아도 한 달, 통상 2~3개월, 길어지면 4~5개월 이상도 갈 수 있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현재의 매도자 실사 저지 투쟁을 현재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전 분열 없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당사자 참여보장이나 사후 안정장치 마련 등 현재 대우조선해양 전체 직원들이 바라는 정도의 수준은 어렵지 않게 관철할 수 있을 것이며, 수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패배했던 숱한 사례들(대우자동차, 두산중공업 등)과는 달리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이기는 싸움을 최초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