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노믹스와 민주주의의 파탄
        2008년 07월 02일 03: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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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더이상 이 나라를 이끌 수 없을 듯합니다. 당신이 지향하는 모든 정책들이 더이상 ‘논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투표자 절반 가까이가 당신을 뽑은 이유는 좀더 잘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IMF 이후 갈기갈기 찢어진 서민들의 삶을 당신을 통해서 위안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소한(?) 거짓말보다 경제 살리기를 향한 당신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어떻게 발표하는 정책 하나하나마다 한결같이 서민을 죽이는 내용입니까? 풀어가는 방식도 어쩌면 이리도 비민주적입니까? 정말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겁니까?

    대통령께서는 연 7%의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7% 성장이요? 그냥 선거용 공약(空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환율정책의 실패, 금리인하 논란,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 관리에 실패한 것도 정권 초기의 미숙함이라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등도 안하겠다고 하시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감세와 재벌규제 완화 그리고 한미FTA입니까?

    배신당한 잘살고 싶다는 희망

    과연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소비가 늘어납니까? 진정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막대한 자금을 내부유보로 남겨두고 있는 재벌대기업들의 문제는 투자할 ‘돈’이 아니라 투자할 ‘곳’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재벌규제 완화정책은 투자할 ‘곳’을 확대해줍니까? 금융기관과 계열기업에 대한 재벌대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금산분리 철폐와 출자총액제한 완화가 어떻게 신규설비 투자로 연결됩니까? 그냥 새롭게 기업을 사들이거나 기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불과한 것이죠.

    그리고 애초부터 재벌대기업의 투자가 부진하다고 누가 그럽니까? 지금 한국경제에서 투자가 부진하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급속히 몰락하고 있는 중견, 중소기업의 투자부진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그리 재벌의 규제완화에 고집을 피우십니까? 정녕 별반 효과도 없는데도 수십조의 혈세로 정상화한 금융기관과 국민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수많은 공기업들을 그냥 재벌의 손아귀에 넘기시겠습니까?

    설령 재벌규제 완화로 투자가 증대된다고 칩시다. 그런다고 안정된 일자리가 창출됩니까? 지난 10여년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고용은 계속 축소되어왔습니다. 1993년에서 2005년 사이에 500인 이상 대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수는 211만명에서 132만명으로 감소되었으며, 그 비중 또한 전체 사업체 노동자의 17.2%에서 8.7%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미 대기업-중소기업간 연관관계가 상당히 파괴되고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의 혜택이 중소기업에까지 미치지 않는 현실에서 재벌규제 완화가 어떻게 안정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답디까? 그리고 안정된 일자리 창출로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겠다는 소위 ‘능동적 복지’도 어떻게 실현하려고 하십니까?

    복지 이야기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지난 3월 13일 보건복지가족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2012년까지 국민연금 수급자도, 건강보험 재정도, 의료급여 수급자도 그리고 국민의 건강수명도 모두 개선하겠다는 훌륭한 미래를 그리고 있더군요.

    도대체 무슨 돈으로 하시렵니까? 재정기획부가 4월 29일 발표한 자료(2009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의하면, 복지예산은 최대한 억제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분야에 예산을 집중 배정한다고 합니다. 국민은 늙어가며 중산층은 붕괴되어가는 현시점에서 복지예산의 확충은 더욱 시급한 것 아닙니까?

    감세로 정부수입은 줄이고 복지예산은 억제하면서도 장밋빛 복지비전을 제시하다니요, 이거 말장난 아닙니까? ‘네모난 동그라미’ ‘하얀 까만색’과 같은 논법인 것이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에게 ‘능동적 복지’란 ‘능동적’으로 ‘각자’가 ‘알아서’ ‘생존하라’고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사실 대통령님의 정책 하나하나를 살펴봐도 대통령께서 제시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곤혹한 현실입니다. 행여나 부족한 예산을 공기업 민영화로 충당하려 한다거나 실패한 경제 활성화를 대운하로 돌파하실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셨으니 일단은 믿어보기로 하겠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대통령님께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모든 정책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실 것입니다.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지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서 뼈저린 반성을 하셨다더군요. 한미FTA라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요. 바로 6월 19일의 담화문 내용입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정말 시급한 과제인지 아닌지 국민과 함께 제대로 토론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미FTA가 체결되고 난 후에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온통 대통령선거에만 쏠려 있었죠. 그리고 올해초는 총선에만 관심이 있었고요.

    1300여쪽(영문)에 달하는 협정문은 사방이 지뢰밭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의회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 혹은 "한국경제 선진화의 계기"라는 검증되기 어려운 논리로 그냥 밀고 가시려고요? 그러면서도 한미FTA가 시급하여 미국산 쇠고기를 그냥 먹어달라고 하니 참으로 딱하십니다.

    쇠고기문제도 그렇습니다. 어물쩍한 추가협상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재협상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견이 74%나 되는데도(《한겨레》신문, 2008.6.26), 90점짜리 잘된 협상이라고 박수치는 눈높이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뼈저리게 반성했다는 감동적인 담화가 귓전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강경진압으로 선회한 배포는 과연 어디에 기반을 둔 것입니까? 혹시 자신을 아직도 기업체의 CEO로 착각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의 종업원이 아닙니다. 주인이죠. 오히려 당신이 우리가 고용한 종업원인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가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사회적 신뢰를 바탕에 깔지 않은 경제성장이 민주사회에서 진정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해묵은 색깔론으로 저 촛불의 바다를 모욕하고, 평화로운 시위에 폭력으로 답하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밤새 외치는 저 목소리들이 진정 극렬주의자들의 선동에 놀아나는 무식한 사람들로 보이십니까? 정녕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십시오.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은 ‘머리’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호도하는 것은 ‘가슴’의 문제입니다. 머리가 혼미하고 가슴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면 차라리 지금 관두시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다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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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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