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지지 1호 파업"…정부-화주 떠넘기기
        2008년 06월 13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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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 노동자들이 피하고 싶었던 막다른 골목인 ‘총파업’을 위해 분신 같은 화물차를 세우고 거리로 나섰다. 총파업이 시작된 13일. 평균 4000여대의 화물 차량이 출입하는 의왕 컨테이너 기지 앞에는 화물차 대신 일을 하면 할 수록 적자를 보는 화물 노동자 250여명이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눈물 흘리는 노동자들

    같은 시간 운수노조는 대림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도, 공항항만운송 본부가 대체 수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물류대란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출정식은 유난히 힘찬 팔뚝질과 비장함으로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단에서는 마이크 잡는 것이 쑥스러운 노동자들이 떨리는 목소리와 서툰 말솜씨로 살고 싶다고 절규했고, 또 몇몇 곳에서는 애써 눈물을 누르느라 온 힘을 다해 눈에 힘을 주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 이 손으로 운전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아니면 이 주먹으로 세상을 부수겠다.(사진=노동과 세계 이기태 기자)
     

    이들은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정부의 책임 회피, 화주의 횡포, 불법 다단계구조에 기생하는 운송업체와 알선업체의 중간착취에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도 묵묵히 운전대를 잡기에는 절망이 너무 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이번 투쟁은 화물연대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이 나락에 빠진 전국의 모든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함께 할 것"이라며 "경유가격 폭등에 분노하는 국민들과 전국 곳곳에서 항쟁으로 나서고 있는 촛불들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과 관련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고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에만 몰두한다면 그 이후에 발생한 모든 파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투쟁은 그 어떤 물리력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야, 제발 약속 좀 지켜라

    예정규 화물연대 서경지부 홍보부장은 "물류 동맥이 고속도로라면 그 아래로 흐르는 피는 화물노동자들인데, 화물노동자들이 죽어가 피가 응고되고 있다"면서 "매번 정부는 화물이 멈춰설 때마다 해줄 것처럼 애기했지만 한번도 지킨 적이 없다. 대통령이 문서로 도장 찍고 방송으로 확약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봉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장은 "화주와 정부가 서로 핑계를 대며 우리의 분노만 자아내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는 벼랑의 끝에서 생계형 투쟁이 시작됐다.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온 절박한 현실이 해결될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파업은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날 현장에도 조합원 외에 비조합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로 인해 지도부들도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예 부장은 "2003년 파업을 할때는 과연 조합원들이 얼마나 모일까가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비조합원의 동조로 나라가 멈춰서지 않을까 고민"이라며 "이번 파업은 화물연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화물노동자들에게 떠밀려 파업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하나 오라고 떠밀지도 않았는데 화물 노동자들이 갑자기 화물연대에 가입해 평택항의 경우 30%였던 조합원 비율이 90%로 늘어났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화물노동자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간부는 "오늘 현장의 비장한 분위기가 말해주듯 파업이 장기화 됐을 경우 노동자들의 분노와 울분을 지도부가 과연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 가장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합원 통제가 어려워 걱정될 정도

    ‘생계형 파업’이다보니 조합원들도 예측하지 못한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이번 파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합뉴스>는 전체 운송 거부 차량의 40.8%가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산항에서는 오히려 화물연대 차량보다 비가입 차량이 57대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광양항의 경우 모두가 비조합원 차량이었고, 양산 ICD에서도 137대의 운송거부 차량 중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 20대를 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화물연대 차량이었다.

    이에 앞서 <트럭신문>이 지난 9일 화물차주 437명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화물운전자의 90.2%가 화물연대가 파업할 시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 주목할 점은 응답한 사람 중 19.9%만이 화물연대 조합원이었고 76.4%가 비조합원이었다는 것이다.

    이날 출정식에 비조합원으로 참석한 화물 운송 경력 30년차인 김모씨(57)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회비가 없어 비조합원으로 함께 파업에 참여했다"면서 "30년간 운전을 했는데, 금년처럼 상황이 어려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이혼 당하고 고민 끝에 차를 팔아버리려고도 했는데, 상황이 어려운지라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딱히 갈데도 없어 거리 위 차안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냥 그렇게 앉아있다가 죽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정부는 딱 하루만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직접 와서 경험했으면 좋겠다"면서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한 화주는 가만히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는데, 나라가 뭐 하라고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국민지지 1호 파업

    이같은 파업에 ‘정부만’ 빼고 정치권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이해했다. 운수노조 홈페이지와 아고라 등에는 이들의 파업을 ‘국민 지지1호 파업’으로 규정하고 응원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모두 화물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야한다며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정부가 성의있는 제안을 했는데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안타깝다"면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어느 한 분야에 전가시킬 수 없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한 발짝 서로 양보하자"며 파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평소 입장이나 정부 측과 달리 조심스러운 논평을 냈다.

    이날 정부도 국무총리 주재로 지식경제부·국방부·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물운송시장 안정화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하지만 정부는 화물연대가 집단적 운송거부를 지속할 경우 집행부는 물론 강경투쟁을 부추기거나 운송을 방해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고 불법 운송거부자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중단하겠다며, 대체 운송 투입과  공권력 발동 외 다른 대안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 개입없이는 화주들과의 교섭도 쉽지 않은 가운데,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지금처럼 대안없이 언발에 오줌만 눌 경우 비조합원들의 참여와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자칫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날 파업으로 인해 하루에만 128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전국 36개소에서 비회원을 포함해 화물차주 8000여명이 운송거부에 동참한 것으로 판단하고 57개 중대 5000여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주요 항만과 물류사업장 등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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