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들에게는 노란 셔츠가 어울려요”
        2008년 06월 09일 1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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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1일이면 비정규직 법을 시행한 지 일년을 맞이한다. 선도 투쟁을 벌인 여러 사업장들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 핵심 문제로 떠오르긴 했지만 해결의 행방이 묘연한 채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의 투쟁은 ‘남의 일’로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사업장들은 하나 둘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바뀌며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레디앙>은 이들의 투쟁을 환기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모았다. – 편집자 주

    사실 KTX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라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글쓰는 거엔 도통 소질이 없는 저여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막막했는데요.

    그러다가 동지들께서 800일 동안 당차게 해 오셨던 투쟁들과 함께 연대해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라구요. 동지들의 소식을 처음 접해본 것은 <삶이보이는 창>이란 격월간지에 당시 KTX 서울지부장이셨던 민세원 동지의 인터뷰가 실린 것을 읽은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55일 현장점거 농성을 하다 공권력 투입으로 쫓겨나 분회장님이 차가운 감옥에 갇히고 남은 조합원들끼리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때였습니다. 여러 지역, 단체 동지들이 농성장에서 읽을 책을 기증해주셨고 천막에서 <삶이보이는 창>을 읽게 되었는데 비정규직의 굴레가 우리 같은 공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철도의 꽃’, ‘지상의 스튜어디스’라고 온갖 수식어를 붙였던 KTX 여승무원들에게도 씌워졌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2006년 4월 국회 점거농성 중 경찰에게 연행되는 KTX 노동자들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똑같이 일을 해도 남성승무원은 정규직에다 여성보다 복리후생과 임금에서의 차별을 두고 부당하게 높아진 노동강도, 노동조합 활동에서 겪는 탄압 등에 화가 나 주먹을 꼭 쥐고 읽었습니다. 어용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철도유통(구 홍익회) 노동조합에서 탈퇴하고 다 같이 철도노조에 가입해 투쟁을 시작한 얘기에서는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그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우리 투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가 정말 곳곳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단 얘기를 했습니다.

    KTX 동지들을 처음 만난 날

    그리고 동지들을 처음으로 만났던 날은 2006년 2월 28일 철도노조 파업 출정식 때였습니다. 동지들이 처음 투쟁을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이제 감옥에서 나온 우리 분회장님과 조합원 언니들과 함께 철도 파업 출정식에 갔다가 많은 대오와 투쟁의 굳건한 기세들을 보면서 정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지들 역시 철도 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파업을 시작하면서 투쟁을 처음 시작하는 설레임과 잘될 거라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 때 기륭분회 율동패로 무대에 선 덕에 안 되는 몸으로 열심히 ‘팔자에 없는’ 율동을 했었습니다.

    그날 무대에 선 KTX 동지들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비록 이렇게 힘들고 열악하게 싸우지만 KTX 동지들은 잘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지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긴 투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렇게 긴 투쟁을 하게 될 줄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농성을 하다 전원 연행을 당하고, 철도공사 서울본부에서 강제연행을 당하고, 강금실 선거캠프에서 농성을 하다 공권력 침탈과 더불어 연행을 당하고,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점거 농성을 하다 연행당하고, 그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해도 폭력적인 침탈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찾아가서 하소연을 해도 누구 하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 없었습니다. 각종 폭력에 고소고발, 냉담함이 기다렸을 뿐이지요. 서울역에서 농성을 하다 용산역으로 넘어가 농성을 하고 찬 바닥에 침낭을 뒤집어쓰고 동료의 체온에 기대 긴 밤을 보내면서 ‘내일이면 달라질 수 있을까?’, ‘내일이면 해결될 수 있을까?’ 생각들을 매일 했을 테고….

    몇 번이나 단식농성을 하고 또 쓰러지고 참 많은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지들은 지치지 않고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오뚝이처럼 꿋꿋이 일어났습니다. 불법파견 판정만 나면 직접고용 시키겠다는 노동부 장관의 말에 기대했다가 불법파견 판정이 좌절되어 버리고 역무계약직 합의가 몇 번이나 파기 되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동지들은 투쟁의 길로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동지들이 가는 길의 끝은 반드시 승리입니다!

    눈물 많고 여린 KTX 동지들

    이렇게 긴 투쟁을 꿋꿋이 버틴 동지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KTX 동지들 참 눈물도 많고 여린 분들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물이 많으신지, 우리가 그동안 싸운 이야기나 생계에 지쳐 떠나신 아줌마 조합원 이야기들을 해줄 때마다 먼저 눈물을 뚝뚝 흘리고.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2006년 8월 우리가 30일 단식농성과 함께 공장 정문을 뚫는 진격 투쟁을 세 차례 진행할 때였습니다. 전경들에게 가로막힌 우리 조합원들이 정문 안 공장바닥에 드러누워 마당 안에 들어가 정리 집회를 할 때까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을 때, 동지들이 달려와 전경들에게 빨리 뒤로 물러서라고 항의를 하며 막 눈물을 흘리시는데 밑에 누워있던 저까지 눈시울이 뜨거워져 한참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2007년 여름 서울역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고 역무계약직 합의가 이루어지고 또 깨어지는 몇 차례의 반복이 있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동지들을 뵙지 못하다가 이번 ‘2008 차별없는 서울 대행진’에서 다시 동지들을 뵙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비록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저렇게 다시 투쟁에 나서는구나 싶어 감동적이기도 하고 너무 반갑고 그랬습니다. 우리가 투쟁 천일을 맞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역시나 또 눈물을 글썽이셨던 모습들. 그 모습에 저도 찡해졌지요.

    우리는 이제 너무 독해져서 눈물도 다 말라 버렸는데. 동지들께서는 800일 넘는 긴 투쟁에도 어찌 그리 마음이 여리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일들은 다 끝이 났습니다. 이젠 다 같이 승리해서 승리의 눈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희는 천일을 넘겨 다시 힘든 투쟁을 해나가야 하지만 동지들만큼은 절대 천일을 넘기지 말고 반드시 그 안에 승리를 쟁취해 동지들께서 일하셨던 KTX열차 승무원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반드시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사실 장기간 투쟁을 하다보면 내가 왜 처음에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생각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럴 때마다 많이 힘들었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곤 했습니다.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거란 생각으로 1000일을 버텼죠

    동료들이 전화로 문자로 잘려나갈 때 분노했던 기억들, 우리 조합원 언니들, 아줌마들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들을 떠올려 봅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투쟁을 승리로 만들지 못하고 포기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싸우고 싶다는 게 제 진심이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천일 투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발’이 열리던 날 시청 앞 철탑을 올라가면서 고소공포증 때문에 너무 떨리고 두려웠지만 ‘비정규철폐연대가’를 부르면서 한발 한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동지들의 지지 엄호 속에 성공적으로 농성을 마칠 수 있었고 이어서 ‘과연 천명을 모을 수 있을까’란 걱정 속에 시작한 천인 지지선언이 3800명이 훌쩍 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연대로 다시 일어서서

    매일 이어지는 기자회견과 문화제 속에 함께 해주시는 동지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5월 20~21일, 1000일 결의대회를 1박 2일간 힘차게 마치고 우리는 다시 또 투쟁을 가열차게 시작합니다. 천일 투쟁을 기점으로 자신감을 회복하였고 결사항전으로 반드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 일본철도총련의 KTX 지지연대 플래카드
     

    KTX 동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혼자가 아닙니다. 많은 동지들의 KTX 투쟁의 승리를 바라고 있고 또 함께 할 것입니다. 이번 5월 22일 용산웨딩홀 KTX 연대의 밤에 가서 동지들의 노란색 티셔츠를 보면서 ‘이 동지들이 올 여름 제대로 한번 싸워보려고 맘 먹었구나’ 싶었습니다.

    다소 칙칙해(?) 보일 수 있는 하늘색보다 훨씬 동지들에게 잘 어울리는 밝은 빛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맞춘 밝고 귀여운 노란색 티셔츠처럼 올 여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모두가 힘내서 함께 나아갑시다.

    1000일을 넘긴 우리지만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투쟁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투쟁해서 승리를 쟁취할 것 입니다! 동지들, 우리 함께 꼭 승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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