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인가 난장인가?
    2008년 06월 08일 12: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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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아버지와 함게 바닥 ‘롤링페이퍼’에 동참하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난민촌이다. 얼기설기 걸어놓은 듯한 천에 불안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휘어있는 철구조는 텐트라기보다 피난처와 비슷하다.

거기다 광장에 누워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수 많은 사람들이 불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난민촌’으로 불릴만하다.

겉모습만 보면 그렇지만 내부를 보면 한바탕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어설픈 천막들 앞에 걸려있는 흰 종이엔 예쁜 글씨, 못난 글씨 차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중고등학생, 어린아이들도 빈 구석을 찾아 낙서하기에 여념이 없다. 광장에 누워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손뼉 치며 웃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시위현장이다. 텐트 앞 롤링페이퍼 마다 빼곡이 써있는 글은 불규칙하지만 ‘반 이명박 정서’가 똑같이 녹아있다. 텐트에는 덕지덕지 ‘이명박 OUT’, ‘협상무효 고시철회’같은 손 팻말이 붙어있다.

‘대운하’, ‘의료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서명하려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하다. ‘의보민영화 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 한 활동가는 "종이를 들고 찾아가지 않아도 먼저 와주시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72시간 국민 엠티’로 치러지는 이번 시위는 거리에 쏟아진 몇 십만의 시민들과 함께 이 텐트촌이 상징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그 텐트 무리 중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 여성민우회 등등 20여개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설치한 텐트들이 72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곳에 와서 쉬는 시민도,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는 시민도 있고 잠시 잠자리를 빌리는 시민도 있다. 진보신당 텐트를 지키고 있는 김현우 당직자는 “(천막)안에서 밥도 먹고 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당원 뿐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오고, 와서 차도 드시고 간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즐거운 사람들(사진=정상근 기자)
 

진보신당은 ‘진보신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시민들과 당원들에게 무료로 차를 제공하고 있다. 7일 밤에는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했다. 무료지만 시민들 중엔 백원, 천원씩 두고 나오는 사람이 많다. 가끔 노회찬, 심상정 대표가 이곳에 있으면 찾아오는 시민들과 사진을 함께 찍느랴 정신이 없다.

민주노동당 텐트 앞에서는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합니다’라는 걸개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제 다들 하나씩 사갔을 법 한데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와서 구경하고 구입했다. 이날은 없었지만 강기갑 의원과 권영길 의원 등 민노당의 스타들이 있을 때는 시민들이 텐트로 몰려 사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가 한 아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여러 텐트 중에는 반기독교시민연대의 5인용 텐트 한 동도 있었다. 김성국씨는 “이 광우병 쇠고기 반대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이곳에 텐트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10여명이 교대로 이 텐트에서 잠을 자거나 하고 있다”며 “이 곳에 2일간 있었는데 즐겁고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편 텐트 인근 잔디밭에는 많은 시민들이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거나 ‘셀카질’과 수다로 시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특히 가족단위의 참가자 들이 많았다.

일산에서 온 이윤정(36)씨는 “텐트는 못 쳐도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그냥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소풍 온 것 같아도 나와 우리 가족이 여기 있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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