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전시회에 청와대 관계자가 왜?
        2008년 06월 07일 04: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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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면 마스크 벗으세요.
     

    한 작가의 전시회가 전경버스에 의해 가려지고 관할 구청과 경찰서 직원들에 의해 감시받는 독재정권 시절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층규모 20여평에 불과한 작은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이 전시회는 ‘안전합니다’란 제목의 ‘안티 MB’ 전시회다.

    신문 등을 활용해 새롭게 이미지를 창출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 ‘연미’씨는 지난 3일 부터 청와대 인근인 종로 팔판동에 위치한 갤러리 ‘벨벳 인큐베이터’에서 신문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 등에 방독면을 덧그린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라고 해 놓고 자기만 살 궁리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방독면을 그려 넣었다"고 연미씨는 말했다. 이 대통령 뿐 아니라 정치인들과 이건희 회장의 얼굴에도 방독면을 덧씌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전경 마스크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에는 포수 마스크를 그려넣었다.

    개인 예술가의 작품전시회에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가 찾아온 것은 건물 외벽에 마스크를 쓴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걸리면서 부터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왔다는 한 남자는 연미씨에게 "옥외에 걸린 전시물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연미씨는 "개인 작품 전시활동인데 무슨 근거로 이를 막느냐"고 항의했다.

       
      ▲전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차.(사진=정상근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의 집 앞에 자신을 비난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면 기분이 좋겠느냐? 그래도 나라의 최고 어른이신데"라며 "여기만 아니면 괜찮은데 여기다 이런 그림을 걸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연미씨는 "다른 곳에서는 되고 여기만 안된다는 것은 또 뭐냐"고 항의했고 결국 청와대 관계자는 발길을 돌렸다.

    그 후 갑자기 전경버스 3~4대가 와서 ‘벨벳 인큐베이터’를 가렸다. 갤러리는 낮은 지대에 있고 그 옆 청와대 쪽으로 올라가는 도로에 전경버스를 주차시켜 놓으니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의 사진이 가려졌다.

    ‘공권력의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종로구청 직원이,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갤러리를 찾았다.

       
      ▲연미씨.(사진=정상근 기자)
     

    종로서 형사는 처음엔 관람객 처럼 들어와 이것저것 작품을 묻다가 나중에서야 경찰신분을 밝히기도 했다. 또 갤러리 관장은 물론 건물주인에게 까지 손을 뻗쳐 작품을 내릴 것을 압박했다.

    연미씨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연락을 한다는 것이 어이없었다"며 "그 건물주인 분이 ‘청와대와 마찰을 빚느니 작가와 마찰을 빚는게 낳겠다’며 ‘알아서 기는’것을 보면서 아직 독재정권 시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꽁꽁 숨겨진 가운데서도 하루 20여명의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8일 종료되며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문의 02-733-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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