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정원, 그들의 천국 & 개똥밭
        2008년 06월 07일 03: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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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재벌을 생각하면 가끔 뜬금없이 생각나는 속담이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도대체 삼성이 뭘 해주기에 이 나라의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삼성의 커넥션에 얽혀 있는 걸까.

    주로 검은 돈이 매개가 됐음이 틀림없을 터-김용철 변호사 덕에 그 속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왜 사람들은 삼성의 돈을 받는 것이 범죄라기보다 자신을 삼성에 의해 간택된 사람으로 생각하며 죄의식보다는 우쭐하게 만드는 도착 심리까지 갖게 만드는 것일까.

    뇌물 먹고 자랑스러원 사는 사람들

    삼성이 제공해주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달콤하길래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이 삼성 커넥션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는 것일까.

    언론에서 검찰까지, 국회의원에서 대통령까지 삼성의 돈이 건네지지 않는 곳은 없다. 삼성이 제공해주는 정원은 개똥이 잔뜩 널려 있을지라도, ‘이승’인 것이다.

    개똥밭이라는 것도 말이 그렇지, 어떤 면에서 보면 돈과 자리와 직위를 건네주고 한 평생 잘 살게 해주는 푸른 잔디밭이 아닌가. 걸리면 개똥밭이요, 안 들키면 푸른 잔디밭, 그것이 삼성이 제공해주는 정원이고, 삼성 장학생들의 공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승이 좋다고 평생 개똥밭에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소수들만 입장이 허용되는 그 정원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한 통속이 돼서 지키는 것은 삼성과 자신들의 이익이다. 누군들 자기가 소속된 회사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지 않을까마는 삼성의 문제는 공적 이익과 질서를 파괴하면서, 더 나아가 그 위에 군림하고 자신을 위한 질서를 만들어가면서, 사적 이익을 챙긴다는데 있다.

    그들의 네트워크는 정계, 언론계, 학계, 법조계 등 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부패시키면서 같은 편을 만드는 이 과정이 구조화되면서 강고한 삼성의 부정과 부패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해관계의 검은 실타래는 은폐시킨 채, 삼성이 잘 되면, 나라도 잘 되고, 국민도 잘 된다는 거짓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는 데에도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삼성.

    그들의 이익은 한국사회에 유익한가

    그래서 질문이 시작된다. 삼성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인가, 범죄 집단인가? 삼성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지배하는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 이전에 삼성은 어떻게 해서 재벌 위의 재벌인 ‘수퍼 재벌’이 될 수 있었나? 현대는 그렇지 못한데 삼성은 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나? 삼성은 어떻게 언론을 길들이고, 사람을 관리하는가? 그리고 아주 중요한 질문, 삼성의 이익이 한국사회에 유익한가?

    2년 동안 10여 명의 대학교수와 현장 활동가들이 이 질문은 붙잡고 씨름했다. 그들이 화두로 삼은 질문은 위의 것들과 함께 모두 17개다. 질문은 정곡들을 찌르는 것이었으나, 그 해답은? 지금까지 삼성이라는 공룡을 다룬 어떤 책보다도 입체적이고 구체적이며, 자세하게 삼성을 요리조리 분석해 낸 650쪽의 충분히 두터운 이 책에서 그 질문들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마련해놓았다.

    이 책은 원고가 완성된 상태에서 하마터면 빛을 못 보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번 삼성 연구를 주도한 가톨릭대 조돈문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출판에 이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출판 준비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있었고 논란을 거쳐 특검이 시작되었다. 특검이 성과를 낸다면 이 책의 출판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시 출판을 보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은 보류될 수가 없었다. 삼성 특검은 삼성의 범죄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삼성의 힘을 증명해주면서 막을 내렸고, 삼성의 경영쇄신안도 본질을 비껴갔다. 특검의 수사결과와 삼성의 경영쇄신안은 이 책의 사회적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해준 꼴이 됐다.

    『한국사회, 삼성을 묻는다』(후마니타스)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전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아 대안연대회의가 기획해 시작됐으며, 여러 차례의 내부 워크숍, 발표회, 토론회의 성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조돈문, 이병천, 송원근 교수가 엮어냈다.

    삼성은 왜 힘이 셀까?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삼성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1부 ‘삼성재벌의 정치경제적 지배력’에는 삼성의 경제 파워를 획득해가는 과정과 이를 토대로 사회, 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삼성의 이해가 사실상 총수의 일가의 이해에 불과하며, 가족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 사회의 국민적 요구와 민주적 법질서가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삼성 기사 삭제에 항거해 장기간 파업 끝에 <시사저널>을 박차고 나와 <시사IN>을 창간하게 된 배경과 과정도 직접 투쟁에 참여했던 기자의 원고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지배력이라는 추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부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과 인적 관리’는 ‘관리의 삼성’의 핵심인 인적 자원 관리 방식을 분석한다. 조돈문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삼성의 얘기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삼성 그룹의 노동자 통제가 얼마나 강압적이고, 치밀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지, 삼성이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원형 감옥’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3부 ‘삼성재벌의 자본축적과 불법 세습’은 삼성의 이윤 창출과 자본축적 과정을 분석한다. 정종남의 분석에 따르면 분식 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료와 교육부문의 사유화 정책 도입 추진, 성균관대학교 민교협 교수 등에 대한 사찰에서 나타난 것처럼, 삼성의 이윤 증식과정은 총수 일가를 위해 다른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과정이며, 따라서 삼성은 철저한 반공익적 집단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또 1류 기업 삼성이라는 광고 문구 뒤에 숨어있는 삼성의 착취적 불공정 거래의 실체를 드러내주고 있다. 전근대적인 하도급 관계 속에서 자행되는 하청업체들에 대한 각종 범법행위와 그룹 내부 계열사들 사이의 내부 거래도 분석하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적 운동에서 이해관계 자본주의 모델 중심으로

    4부 ‘삼성재벌의 개혁과 사회적 책임’에서 저자들은 삼성재벌 개혁의 방향을 다루고 있다. 삼성을 향해 질문을 던지면서 이들이 찾아낸 대안은 가운데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총수 일가의 퇴진과 지배경영권 세습의 포기이다. 삼성 자체적으로는 불가능한 기획이다.

    이병천은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 질서는 삼성그룹에 의해 농락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개혁은 한국사회뿐 아니라 삼성 구성원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삼성 개혁운동은 그 동안 주주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힘과 결합돼 진행돼 왔으나, 이제는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모델을 중심으로 한 운동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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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저자 명단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
    김민정: 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
    송태수: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안은주: 시사IN 기자
    이병천: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이승협: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이정훈: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인이: 성공회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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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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