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꺼진 청와대 앞 불붙인 촛불 농성단
        2008년 05월 22일 12: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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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관계자’는 이쪽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21일 오후 8시 25분경 전현직 의원 포함 20여명이 철야 농성 중인 청와대 분수대로 들어가려던 기자는 사복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고궁박물관에서 청와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기자도 ‘시위관계자’냐?”는 물음에 그 사복경찰은 “미안하다. 다들 청운동사무소 쪽으로 돌아가서 그쪽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대답했다. 별 수 없이 발길을 돌려 15분을 돌아 청운동사무소 쪽으로 들어왔지만 그 곳의 경비는 더욱더 삼엄했다.

       
      ▲사진=정상근 기자
     

    사복경찰들은 기자가 메고 있던 가방을 들어 보이며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했고, 앞서 들어가려던 차량은 트렁크까지 열어 보여주기도 했다.

    “카메라와 노트북 밖에 없다”며 농성장으로 가니 8시 45분. 분수대 앞에는 이미 의원들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례적인 모습이었지만 기자들의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은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이덕우 공동대표와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강기갑, 권영길, 현애자, 이영순, 최순영 의원과 홍희덕 당선인, 통합민주당 유승희 의원, 무소속 임종인 의원 등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철야 농성을 알리는 초를 밝혔다.

    쌀쌀한 날씨에도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모여 앉아 초를 밝혔고 뒤로 당직자들이 함께 초를 들었다. 인적 드문 야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 의원 수 보다 적은 기자들이 그 모습을 담아갔다.

    그 곳에는 ‘시위 관계자’말고도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기자들이 제지당한 길을 통해 올라온 한 연인에게 “혹시 누가 막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아무도 막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용히 촛불을 들고 앉아 있던 야당 의원들 가운데 강기갑 의원이 입을 열었다. 강 의원은 “한미FTA와 쇠고기 협상이 이 정부 들어 갑자기 연계되었다”며 “국민들이 분노하며 재협상을 요구하지만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 이실직고해야지 왜 거짓말을 하냐?”며 분노했다.

    강 의원은 이어 “내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잘못된 것을 되돌리는 사과여야 한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또 “버시바우 미 대사가 버르장머리 없이 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나타냈다”며 버시바우 대사가 손학규 대표에게 사과하도록 촉구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왼쪽부터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공동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통합민주당 유승희 의원.(사진=민주노동당)
     

    한편 농성단은 오후 9시 30분 경 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농성단은 25일 미국에 파견된 도축장 검사단이 귀국하는 만큼 그날 정부고시가 강행될 것이라고 보고 최소 24일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이와 함께 22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보고, 11시 30분 이에 대한 농성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또 농성 참가자들은 아직 동참하지 않고 있는 통합민주당 의원들을 최대한 조직하여 정부고시 강행에 맞서기로 합의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농성으로 17대 국회를 시작해 농성으로 끝내는 것 같다”며 “농성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침낭과 비닐에 의지해 불꺼진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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