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당원이라도 나서 논의 물꼬 터야"
        2008년 05월 17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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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재창당 어떻게 할 것인가?’ 총선 이후 진보신당의 가장 큰 당면 화두로 등장할 것 같았던 이 문제가 현재 거의 실종된 것 같다. 수차례의 대표단 회의와 확대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렸지만 여전히 ‘방향을 얘기해보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총선 전엔 한다고 해놓고, 왜?

    당 안팎에서는 총선 당시 약속을 왜 지키지 않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강력한 불만의 소리가 있는가 하면, 재창당이라는 표현은 사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히 요청되는 시기다.

    총선 평가도 그렇고 노선, 시기, 주체 등 재창당 관련 논의 어느 것 하나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성급하게 진행될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견해와 입장들이 제출되지 않고 오히려 봉쇄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는 등 논의 이전 단계에서 뭔가에 ‘걸려있는’ 것 같은 모습이 현재의 진보신당이다.  

    16일 오후 7시 20여명의 진보신당 당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진보신당 재창당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총선평가와 재창당’, 방식은 모두 발표에 이은 제한토론이었다.

       
      ▲회의 시작 전의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 자리를 마련한 중앙당 정책팀 김현우 씨는 “결과에 강제력 없는 토론회를 하는 이유는 재창당 논의에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막상 제대로 된 청사진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주제는 없는 토론이지만 편의상 세 가지 큰 틀은 놓고 시작했다. 총선평가, 재창당의 조건 의미, 재창당의 일정과 방향이 그것이었다. 물론 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가감 없이 지역에서 일반당원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아쉬움, 답답함을 토로하고 대안을 찾고자 했다.

    총선평가 “그게 끝이 아니다”

    총선평가에 대한 고민의 첫 문은 은희령 당원이 열었다. 노원병 지역 노회찬 후보의 선거캠프 텔레마케팅실에서 일했던 그는 총선 기간 느꼈던 아쉬움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노회찬, 심상정은 있지만 진보신당은 없었다”는 아쉬움이었다.

    은 당원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후보 부각에 치중한 나머지 정당 알리기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제안하고 사회까지 맡은 김현우 씨(사진=정상근 기자)
     

    그는 또 “현재 각 지역의 평가서가 올라와 있지 않다”며 “중앙당에 제안하자면 각 선본에서 올라온 평가서를 파일화하여 게시판에 올려놓고 당원들이 볼 수 있도록 조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유난히 고생을 겪었던 지역 당원들이었기에 발언하는 당원들의 총선평가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뭍어났다.

    그들은 “총선 백서작업도 중요하지만 총선과정에서 나왔던 지역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비례대표들이 앞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노심 뒤에 있었다. 13번에 대한 어떤 전략이 있었는지 점검해 봐야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한 당원은 “확대운영위에 안건을 올려놓고 원안대로 통과되었다고 총선 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반성과 토론을 통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 운영 성토 "당원 참여의 장을 만들라"

    총선평가는 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 정도면 가벼운 수준이었다. 총선평가 때부터 조금씩 드러내던 당에 대한 불만은 재창당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터져나왔다. 대의기구에 대한 불신, 대상화 되어가는 느낌은 당원들로선 참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보였다. 

    성토의 시작은 김기철 당원이 열었다. 그는 “혹시 이 자리가 평당원들의 의견을 들었으니 이제 평당원들이 말하지 말라는 기회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해 일부 당원들의 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이어 “당이 투명해 보이지가 않는다. 인사문제, 조직문제, 예산은 어떻게 쓰이는지, 상근자들의 월급은 제대로 나오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당 대표들과 몇몇 ‘귀족 당원’들이 주식회사 방식으로 배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었다.(사진=정상근 기자)
     

    박홍기 당원도 가세했다. “당의 정강정책들의 말이 너무 어렵고, 당직자들의 목표가 있을 뿐 당원들의 목표는 없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개념을 평당원들은 정확히 모른다. 지금 디젤값과 가스값 등이 많이 올랐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원인과 대책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도는데 아는 사람만 알도록 정강정책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는 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당원은 “당 운영을 평가할 근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확대운영위원회 이후로 제출이 안 되고 있다. 추진 기구와 절차, 재창당을 어디서 누가 하는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오늘 모인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당원들이 재창당 기구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자발적인 당원들을 참여시키는 장을 많이 만들자”고 제안했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미적지근해서 답답"

    “당에 노회찬, 심상정 밖에 없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당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인기 있는 두 정치인만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심은 이제 지겹다”

    재창당 시기와 방법에 관한 이견은 당원들 사이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은 큰 틀에서의 문제의식이 “당원 중심의 당”이라는 것은 일치했다. 지역에서 활동해오다보니 당의 미적지근한 모습이 많이 답답해왔던 모양이 역력했다. 

    우선은 연대세력 모색으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연대세력’이란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견이 있었다. 은희령 당원은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이름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선용으로 급조된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여기까지 왔는데 구태여 조직 대 조직이라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며 세력 간 연대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권병석 당원도 “창당 이후 기간이 얼마 안 됐는데 잘못된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새로 진보신당을 찾아오는 사람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나는 보다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을 연대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대를 넓은 의미에서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재후 당원은 “나는 연대회의에 방점을 찍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정비하고 연대회의 테이블을 구성해 진보신당 외곽에서 결합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를 가르켜 ‘쪽수로 밀어 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진정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호 당원은 “진보신당 외부의 조직들을 짧은 시간 안에 결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은 당규, 당령을 만들고 민노당을 탈당한 뒤 관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합류시키는 2단계 창당으로 가야 하고 이어 진보대연합은 3~4단계 창당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창당과 조직정비, 함께해야

    또 다른 공통점은 현재 당 조직정비가 시급하다는 인식이었다. “지역은 중앙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서 중앙당의 변화를 바라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또한 “지역 당 조직에서부터 상향식으로 올라가는” 정당의 모습을 강조했다. 

       
      ▲서기를 맡은 장귀영 당원(사진=정상근 기자)
     

    김기철 당원과 박홍기 당원은 “재창당 TFT에 평당원을 포함시키는 등 평당원에 열린 조직정비가 이루어 져야 한다. 당원들을 대상화 시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헌 당원은 “평당원들이 직접 재창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권역별로 재창당 작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어떻게 재창당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레디앙>에서 밖에 나오지 않는데 당 대표나 확대운영위원들이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창당 TFT가 만들어져도 여기서 직접 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조직정비를 위해 당직자들과 당 지도부들의 자세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한 당원은 “표현하지 않는 당원들이 문제도 있지만, 확대운영위 위원들이 이런 자리에 와서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원은 “당 대표, 확대운영위원, 당직자들에게 우리가 부여한 모든 권한은 총선용이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창준위 과정에서 나온 것을 백지화할 권한은 누가 주었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토론은 원래 계획했던 시간인 10시를 넘겨 10시 30분 경 마무리가 되었다. 처음 당원들이 중앙당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던 자리는 너무도 짧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던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두는 듯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진보신당의 재창당 문제를 당원들의 입에서 먼저 꺼내 중앙당에 제시한 것이 이날 토론회의 의미 가운데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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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명단(무순)

    최현(경기 과천), 이필기(경기 용인), 은희령(서울 성동), 이민우(서울 관악), 양춘식(서울 서초), 민천식(서울 구로), 한석호(서울 용산), 권병석(경기 고양), 장귀영(서울 성동), 김현우(서울 강남), 이재후(서울 강남), 김기철, 김현민(서울 강남), 박희경(서울 강남), 조신화, 진상우(서울 노원), 박홍기(서울 도봉), 정종권 중앙당 부집행위원장, 최백순

    ※ 명단에 기재하지 않은 참석자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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