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왜 '쇠고기 문제'에 침묵할까?
    2008년 05월 15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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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회적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민주노총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국노총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의 당연한 귀결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책연대의 당연한 귀결" 냉소적 반응  

한국노총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13일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통해 "광우병 파동으로 20%대로 추락한 지지도에서 탈출하기 위한 손쉬운 희생양이 공공부문이라는 기도가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분명히 보여 줄 것이다"고 한 것이 유일하다. 민주노총 산하 운수노조가 미국산 쇠고기 운송 거부 방침을 정하는 등 전 조직적 결사항전 의지를 피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5월 한국노총은 전면에 적극 나서지는 않았지만, 한미 FTA와 연계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활동을 벌였다. 한국노총 여성위원회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과 함께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한미FTA 전면 무효화’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또 한국노총은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 중단,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기준 완화를 한미 FTA의 4대 선결과제로 규정하고, 한미 FTA 협상을 규탄하기 위해 미국으로 직접 민주노총등과 함께 원정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라고 ‘규정’하고, 한미FTA협상의 불합리함을 전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미국까지 가서 반대 활동을 벌였던 한국노총이 ‘미국산 쇠고기’가 정작 전국민적 이슈가 되고 난 다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 공식 입장 듣고 싶어요

   
 
 

이에 대해 한국노총 소속 일부 조합원을 비롯한 네티즌은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맺은 ‘정책연대’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한국노총의 입장을 묻는 질문과 민주노총과 비교하며 촛불집회에 오지말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디 ‘궁긍해요’씨는 "한국노총은 왜? 쇠고기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지 않나요? 정책연대 때문인가요?"라며 "한국노총은 항운노조가 있는데, 그냥 냉동 컨테이너가 오면 차에 실어 쇠고기를 보낼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온 국민과 어린 중고생들이 미친소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하고 또 화물연대에서도 운송을 거부한다고 결의했는데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싸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가요?"라며 "이 글을 관리하시는 분이나 높으신 분이 보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해 한국노총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디 ‘날마다 불안’씨는 "한국노총 위원장이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도 요청하고, 미국 순방도 동행하는 등 정책연대에 충실히 임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노총과 협의없이 시행하며 합리적이고 순리적이지 않은 무조건적인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노총 출신 몇몇을 국회로 보내기 위한 정책연대였나? 최소한 우리가 보여준 성의만큼은 답해야 하는것 아닌가?"라며 "정책연대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국회의원 만들기 위한 정책연대인가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도 "아무리 정책연대를 한다고 해도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인데, 지금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노총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역할을 할 기회마저도 잃어버린 것 같다"면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가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로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책연대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 측은 국민과 똑같은 심정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노총 박영삼 대변인은 "공식적으로만 입장을 내지 않았을 뿐, 국민의 건강권과 축산 농가 대책,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나타난 검역 기준 등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국민과 똑같은 심정으로 정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성명이나 논평 등을 통해 언론을 활용하며 정부에 대해 직접 비판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을 뿐, 우리의 우려를 정책연대를 하면서 생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차례 전달했다"면서 "만약, 고시가 강행됐다면 우리도 고시에 반대하는 논평을 냈을텐데, 고시가 연기되면서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침묵에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 사무총국 내 한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아무리 정책연대를 한다고 해도, 쇠고기 협상은 전면 재협상돼야 한다. 정부가 검증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면서 "쇠고기 문제는 국민의 건강,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로 바로 이럴때 한국노총도 민주노총과 함께 명확한 입장을 갖고 전면에 나서 서민들의 목소리를 내줘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공공부문 민영화를 앞두고 한나라당 및 정부측과 정책협의를 하고 있는 과정 속에서 갑자기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명확히 정부에 반하는 입장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못하지만, 저를 포함해 한국노총 내 많은 조합원들이 시민으로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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