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에는 '노래보안법'이 있다?
    By mywank
        2008년 04월 28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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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KBS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자체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가요 1,055곡을 재심의해, 그 중 418곡을 해제했다. 하지만 나머지 637곡은 표절, 간접광고, 가사내용 저속 등의 이유로 계속 금지곡으로 남게되었다.

    이번에 ‘해금’된 노래들의 금지 사유를 보면 대한민국의 가요들도 ‘노래보안법’에 억눌려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공중파 공영방송으로서의 일종의 내부 지침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도 찬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매체의 특성상 이 같은 지침의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고 해도 이번에 풀려난 노래들에 관해 KBS 쪽이 말하는 ‘구속 사유’를 들어보면, 그것을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어이없는 금지 이유가 동원됐는지 알 수 있다.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박상민의 ‘무기여 잘있거라’는 외설.퇴폐.불륜적 가사 내용 때문이었으며, 서태지가 부른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는 사회 파괴적인 내용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엇이 왜 사회파괴적인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윤도현의 ‘이땅에 살기 위하여’는 미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대수의 ‘과부타령’는 ‘과부’라는 말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조용필의 ‘이끌어 주오’는 영어가사로 부른 노래여서 금지곡으로 지정됐었다. 공영성이 보수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진대, KBS는 대중가요의 ‘동토’인 셈이다.

       
      ▲KBS 스타골든벨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박상민과 서태지의 이미지 사진. (사진=KBS / 서태지 홈페이지)
     

    KBS는 지난 2004년에도 당시 방송금지가요였던 1,046곡(1965년~1994년)에 대해 재심의를 거쳐, 676곡을 금지곡에서 해제한 바 있다. 현재 공중파방송 3사들은 자체적인 ‘가요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BS 심의실 안윤옥 차장(음악심의 담당)은 “그동안 이 노래들을 방송금지곡으로 정한 이유는 체제부정, 질서 파괴적인 내용 등을 담고 있어, 당시 사회적 정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젠 시대적인 환경과 사람들의 정서가 많이 바뀌어서, 재심의 과정을 통해 금지곡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차장은 “2000년 이후부터는 힙합이 유행하면서, 욕설 비속어 등이 가사에 더욱 노골적으로 많이 나와 우려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정서적 건강을 위해, 가요심의제도를 계속 유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현재도 1주일에 한 번씩 가요심의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KBS는 일본식 조어인 ’삐까 번쩍‘이 가사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룹 신화의 ‘WE CAN GET IN ON’에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지난 3일에도 가사에 ’캐딜락‘이란 자동차 회사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THE RATIONS의 ’Punk & Roll’을 방송금지 처분내린 바 있다.

    하지만 방송국들의 ‘가요심의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연대 소속 문화정책센터 이동연 소장은 “방송국들은 자체적인 심의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가요를 심의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보통 40~50대이고 종교단체 학부모단체 출신들도 있어, 문화적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심의위원 구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소장은 “방송국들의 가요 심의에서 지나치게 특정한 표현과 단어에 집착해서,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과 노래에 담긴 의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KBS의 경우 다른 공중파방송에 비해 엄격한 심의기준을 가지고 있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곡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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