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외정당 가시밭길 어떻게 헤쳐가나
        2008년 04월 23일 06:18 오후

    Print Friendly

    4년, 원외정당의 가시밭길에 놓인 진보신당에서 그 역할과 기조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석 하나 없이 정치역량을 보여주며 다음 선거 때까지 국민들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진보신당은 그야말로 비빌 언덕조차 없이 국민들의 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외정당 체제 개편이 공론화된 것은 21일 열렸던 진보신당 공동대표단 회의를 통해서다. 공동대표단은 효율적인 원외정당으로 중앙당 개편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내달 3일부터 인사규정 등 새 규정을 바탕으로 중앙당을 운영키로 했다.

    중앙당 개편시기가 5월 3일 경으로 잡힌 것은 현재 2개월 계약직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던 중앙당 당직자들의 계약기간이 오는 2일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공동대표단은 5월 초까지 당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회의 운영규정, 홈페이지 운영규정, 인사규정 등을 마련하여 5월 6일 계획된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원외 경험 이미 있어

    이로서 진보신당은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조직적인 원외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난의 길이지만 진보신당의 많은 당직자들은 이미 2000년 초 민주노동당에서 원외정당으로 활동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원외 정당 활동’에 대해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장석준 정책팀장은 “법안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원내 활동에서 오히려 놓친 부분이 많았는데 원외정당의 계기를 활용해 교육, 주택 같은 문제들을 준비하고 이후 제도정치 과정 속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와는 달리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진보의 선택지도 다양화된 상태다. 아직까진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대중정치인에 기대 있지만 본격적인 원외정당 활동이 시작되면 진보적 대안으로서 진보신당을 인식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정치조직보다 시민사회단체로 보일 수 있는 것도 진보신당이 안아야 할 고민이다.

    진보신당 당직자들이 아직까지 원외정당의 기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것들을 포함한 고민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개편과정이 곧 진보신당의 향후 노선과 활동방향과도 맞물려 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생태, 평화, 평등을 연대로 묶어낼 수 있는 방안 선택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도 “논의 중인 사항이라 얘기할 정도는 못된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종권 부집행위원장도 “원외정당 활동 기조는 당의 노선과도 관련되어 있어 아이디어 한 두 개로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광역조직이나 당원들은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 게시판 등에서 새로운 정당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당의 정치력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또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지역진보운동을 어떻게 재구성 할 것인지 등의 고민이 이야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로 인식될 위험 

    부산지역은 대운하와 의료민영화 등을 주요 이슈로 삼아 현장 반대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창우 당원은 “미디어로부터 소외를 받는 것이 가장 걱정이 된다”며 “자체미디어를 만들든지 보다 적극적인 언론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풀뿌리 공동체 운동으로 내려가야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 부산은 당원들이 자체적으로 ‘대운하 반대 까발리야호’ 자전거 행진을 계획해 오는 27일 출발할 계획이다”라며 “조만간 의료민영화와 관련해서도 보건의료시민단체 등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울산의 노옥희 광역대표는 “당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지난 총선기간 동안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고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 뿌리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시민단체들과도 소통하며 기초광역단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며 시민대중을 기반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봉화 당원은 “민주노총 등과 같은 대중조직과의 관계가 느슨한 것을 오히려 강점으로 삼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티벳 문제와 같은 이슈에 자유로워진 측면이 있으나, 당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핵심 중요사안과 의제를 원내 진입까지를 목표로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 네트워크, 새로운 리더십, 정책엘리트 …

    그는 “현재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발랄한 흐름을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역량의 총합을 계산해 정치기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정치도 지역에 맞는 운동을 찾아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역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선창규 광역대표는 “진보신당이 정치적 역할을 분명히 설정하고 세부적으로 진로를 정확히 해석해 시민운동조직과 네트워킹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전은 이전부터 노동운동은 물론 ‘마을 어린이 도서관’, ‘의료생협’과 같은 풀뿌리 운동 조직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길 조직위원장도 “민노당의 경우 원외정당과 원내정당을 모두 다 겪어왔지만 원외에서 성공하다 원내에서 무너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조급해 하지 말고 민노당 8년의 오류 시행착오 리스트를 만들어 당의 일상 활동의 체계를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는 진보신당의 원외활동 기조에 대해 “기존 정당들이 보여주지 못한 당원들 중심의 새로운 정당활동의 전형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진보신당 당직자들이나 활동가, 지도부가 어떻게 정당 프로그램과 같이 가게끔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은 대중들에게 미래의 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미래와 현재의 간극인 확신성의 딜레마에 있는 현실 대중들을 설득하고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창당 과정도 여러 논의가 있겠지만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동과 녹색 등 갈등과 긴장의 가치들을 진보의 재구성이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도 진보신당의 숙제”라고 말했다.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는 “의원 없는 정당은 사실 사회단체와 큰 차이가 없다”며 “앞으로 선거에 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엘리트들을 양성하고 정책연구소를 개설해 재보궐선거에서, 또는 2년 후 지방선거에서 주민의 대표가 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