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의 눈초리가 싸늘하다
        2008년 04월 08일 03:47 오후

    Print Friendly

    ‘대통령 이명박, 과반수 한나라당의 대한민국’이 노동자에게 ‘선물’해 줄 물건 가운데 노동자들이 즐겁게 받을 것은 거의 없다. 부당 해고도 돈으로 때우고, 파업찬반 투표도 제한하려는 노동부와 법무부의 움직임은 그 출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영역에서 노동자를 대표해주거나,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정당들의 총선 과정을 바라보는 현장 노동자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이는 민주노동당 4년에 대한 평가, 민노당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 최근의 분당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기대감을 버린 노동자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국 현장을 순회중인 우문숙 대변인은 "진보가 왜 분열로 망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정치에 냉소적인 국민들의 인식과 현장 조합원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우 대변인은 "진보정당마저도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라고 뽑았는데, 보수 정치인과 똑같이 정파 갈등으로 분당을 해 정치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데 한 몫했다"면서 "분당만 안 됐다면, 이번에 민노당은 교섭 단체가 될 수 있었는데 진보정치의 싹을 자르는 분열로 인해 그간의 운동을 말아먹었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조합원들이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간 쌓아왔던 것을 다시 만들려고 하면 앞으로 2배 3배가 더 힘들어 질거다"면서 "진보정치가 더 나아가느냐 아니면 주저않느냐에 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소 다른 견해도 있다. 노동 현장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면서도 그 원인은 분당보다는 민주노동당 4년에 대한 평가가 더 큰 이유라는 입장이다. 울산 현대차 5공장 대표 김호규씨는 "(울산의 경우)진보신당이 창당됐다는 것보다는 이 지역의 여당이었던 민노당이 제대로 못했다는 대중들의 냉정한 평가"가 주요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조합원들이 애정도 반대의견도 표현을 하지 않은 채 무덤덤한 분위기라며 "특히, 이상범 전 구청장 등 믿었던 세력의 배신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며 "일반 조합원들은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논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며, 그나마 기존 정당보다는 잘 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 노동자들이 분당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각자가 지혜롭게 정세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불만 진보정당이 안고 가지 못해"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전직 임원은 "진보정당이 갈라지면서 민노당도 싫고 진보신당도 싫다는 사람들 사이에 이제는 진보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찍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은 쌓여가는데, 진보진영이 그것을 고스란히 안고 가지 못한다"면서 "한쪽에서는 민노당 동지가, 또 한쪽에서는 진보신당 동지가 서있는 현장을 보며 어떻게 해야 몰라 참 난감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 4년간 민노당이 있어도 정말 노동자 서민을 대표했는가 의문이고, 그 동안 ‘9명으로는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갈려 나온 것을 보며 할 말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임원으로 활동했던 저조차도 투표를 해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일에 울산에는 비가 옵니다. 이미 벚꽃도 다 떨어졌고, 인근 경주에도 벚꽃이 다 떨어졌으니 놀러가지 말고 투표하세요"

    울산 민주노총 하부영 본부장은 요즘 조합원들에게 이같이 얘기하고 다닌다. 그는 4년 전 민노당이 지나가기만 해도 힘 내라며 손을 흔들어 주던 울산 시민들은 이제 민노당이 다가가면 시끄럽다고 손사래를 친다고 말한다.

    하 본부장은 "울산은 분당 사태가 아니어도 굉장히 고전했을 지역이다.  오히려 분당 때문에 집권 8년간에 대한 심판론이 완전히 들어갔다"면서 그 역시 "이상범 구청장의 사례 등 열심히 밀어줘봐야 개인의 출세를 위해 이용한다는 냉담한 인식이 팽배하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 본부장은 "그나마 최근에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자 정책으로 인해 조합원들 사이에 민노당이 영 내키지는 않지만 미워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확산돼고 있다"면서 "9일 울산에 비가 온다는 것이 굉장히 희소식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분위기 좋아

    창원에 있는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요즘 분위기가 한참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선거 초반만 해도 분당사태 등으로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과 원성이 높았으나, 권영길 후보와 강기갑 후보의 선전으로 조합원들 사이에 다시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이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사천에서는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판세가 역전됐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지역민들이 한나라당의 실세인 이방호 의원의 기세 때문에 겉으로 아무런 얘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사천 조합원들에게 귓속말로 강 의원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하고 간다"면서 "그런 사천의 분위기가 인근 양산 지역으로도 확산돼 조합원들 사이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창원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을 넘기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선거 초반 분위기와 달리 이제는 현장에 나가면 조합원들이 먼저 악수를 건내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면서 "당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국회에 있는 지역구 한석을 한나라당에 뺏기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신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최은석 동명중공업 교선부장은 "진보신당의 탄생이 분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력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라며  "분당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푹 꺼져버린 가운데, 내막을 잘 모르는 평조합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불만과 함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당 사태에 따라 핵심적인 활동가들이 소극적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그러나 "어차피 새롭게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몇십 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운동이니만큼 차분하게 다른 두 세력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내막을 설명하면 대부분 담담하게 이해해주신다"고 전했다.

    총선 후 큰 바람 불 것

    "왜 갈라졌나? 하나로 합치면 찍어주겠다" 금속노조 박유호 대외협력실장은 요즘 현장을 돌면 이같은 얘기를 조합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여전히 진보정당에 대한 갈망이나 요구들이 높지만 분열로 인해 현장이 힘들어 한다"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세력이 흐트러져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야기한 가장 큰 이유로 분열을 꼽았다.

    그는 "탈당한 사람이든 민노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총선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단결을 전제로 분열에 대한 평가 등 진보정당을 어떻게 해야할 건지에 대해 여러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총선 후폭풍이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