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운하 저지 전략지역 선거연합"
        2008년 04월 03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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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수
     

    우리에게 정치는 언제나 냉소와 불신의 대상이었다. 감동을 주는 정치는 없었다. 더구나 ‘적극적 감동’을 주는 정치는 없었다. 그렇다면, 감동을 주는 정치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미시적 이익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의(大義)를 위해서 그리고 거시적인 정치발전을 위해서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운동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대학을 버리고 촉망받는 자신들의 미래를 버리고 감옥에 간 것으로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국회의원이 된 것을 상기해보자)

    ‘적극적 감동’을 주는 정치 

    그러나 한국정치가 보여준 것은 언제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그리고 협소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한국정치는 언제나 냉소와 불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때로 개인적으로 ‘적극적 감동’을 주는 정치를 꿈꾸어본다. 그리고 현국면에서 그러한 감동정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경부운하를 반대하기 위한 전략지역 선거연합’ 같은 것이다. 몇몇의 전략지역에서 경부운하를 반대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하는 선거연합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후보단일화가 될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산 덕양갑, 노원병, 창원을, 은평을, 동작을, 종로와 같은 제한된 전략지역에서 후보단일화를 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구에는 각각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문국현, 정동영, 손학규 후보 등이 한나라당 후보와 선두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지역이다

    물론 이런 선거연합은 거의 ‘공상’에 가까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후보들은 설령 ‘지더라도’ 차기 선거를 위해 기반을 닦는 의미에서 선거를 완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나는 한국정치가 ‘대의는 없고 소리(小利)만이 지배하는’ ‘감동 제로 정치’로 전락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번 대의를 위해서 발칙한 상상을 해보자(필요하면 강기갑 후보 등 전략지역의 수를 10여개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한된 소수의 전략지역에서의 선거연합을 생각하는 이유들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가지이다.

    전략지역 선거연합이 필요한 이유

    첫째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거나 과반을 넘길 경우 닥쳐올 ‘재앙적 상황’을 생각해서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기면 곧바로 한반도의 환경재앙을 가져오는 경부운하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등 친재벌적인 규제 완화 정책들을 전면화하게 될 것이다.

    사실 경부운하도 핵심적으로는 경실련에서 지적하였듯이 ‘재벌특혜적인 대형 토건프로젝트’이다. 주택,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신자유주의적인 반서민적인 시장주의 정책들이 가속화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사회경제 정책도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명박 정부 하에서 친재벌적이고 반서민적인 정책은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는 경우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친기업국가’로서의 정책은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며, 여기에 더하여 노동자계급에 대해서는 탄압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권위주의적인 신자유주의적 친기업국가’로 될 가능성이 크다.

    60~70년대의 박정희 정권과 탄압방식은 다르지만, 탄압의 이유이자 목표인 기업과 재벌의 이해실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할 수 있는 상황이 출현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여기서 과거 ‘비판적 지지’류의 연합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통합민주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각각 정체성이 다른 정당이다. 오히려 정체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특정 시기 대중적 이해 사안을 중심으로 연합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전략지역 선거연합은 다른 모든 지역에서 정당간의 경쟁을 지속하면서 전략지역에서만 연합하는 것이 때문에 당의 독립성과 정체성 유지는 크게 문제가 않된다.

    정당 독립성과 정체성 유지 가능

    다행히 이미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경부운하’를 위한 연합을 주창했고 그를 위한 정당대표회담도 제안해놓고 있다. 마침 일산 덕양갑의 한평석 후보는 심상정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했고, 심상정 후보는 후보단일화에 긍정적인 회답을 하였다. 일산의 최성 의원도 ‘지역구별 운하 반대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는, 이번 선거에서는 적극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자신의 지지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국면이기 때문에, 많은 경합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즉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소극적 지지층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으로 분류되거나 무응답층으로 분류되고 있어서, 사실상 경합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경합지역이 아니고, 한나라당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나의 개인적인 예견인데, 이명박 정부가 ‘고소영 내각’을 구성한다든가 하는 식의 정책실패로 인하여 이명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소극적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지지를 숨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되는 경우,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숨기게 된다. 나는 이런 현상을 ‘도덕적 정당성 약화에 의한 정치적 지지(支持) 은폐’현상이라고 규정한다.

    은폐돼 있는 한나라당 지지자들

    정치사회학을 하는 나는 하나의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 ‘적극적’ 지지자가 아닌 경우 지지 정당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되거나 도덕적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자신의 지지선호를 감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이지만 적극적 지지를 보이기에는 좀 ‘남살스럽고’ 부담스러운 지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사람’이나 무응답층으로 은폐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몇몇 전략지역에서 후보연합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전면적인 선거연합에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정당들 간의 정체성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상징적인 지역에서 제한된 선거연합을 하자는 것이다.

    실제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전면적인 선거연합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지역에서의 선거연합도 쉽지는 않다. 여기서 통합민주당이 가장 소극적일 것이다. 실제 심상정-문국현이 제안한 ‘운하 반대 정당회담’에 대해서도 소수정당에 끌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크게 응답하지 않았다. 스스로는 운하반대를 핵심 정책쟁점으로 내걸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서로 정체성이 다른 정당들이 대의적 의제를 위해서 선거연합을 하는 것은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조금 손해를 보면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 약자인 소수정당이 양보를 하는 식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반대로 진보신당이나 민노당도 적극적으로 사고하면 좋겠다. 더구나 생태, 평화, 평등, 연대라고 하는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는 진보신당의 경우는 경부대운하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항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연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노당의 경우 정당투표를 통해서 3%를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원내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지 싶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지역구 후보로 ‘재선’을 한다는 것은-대선에 대한 여러 평가에도 불구하고-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통합민주당의 경우 덕양갑이나 노원병에서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후보사퇴를 해서 양보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관계의 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 노원과 일산, 은평구의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민주화 운동의 배경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헌신의 정신이 이런 기회에 발휘되면 얼마나 좋을 까 생각해본다.

    사실 정당 후보들 간의 경쟁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무력화’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정당간 연합을 하는 것은 경쟁의 원리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것은 대선에서의 후보사퇴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자신의 독자성을 유지한 채 이루어지는 선거연합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에는 단 한 석의 지역후보를, 진보신당은 당선가능권에 있는 두 후보의 당선으로 당의 도약의 전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의 경우는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선도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등 상징적 플러스 효과가 크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종로와 동작갑에서 양보를 한다면 비록 적은 표지만 박빙의 경쟁을 벌리는 상황에서 실제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종로나 동작에서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의 차지하는 표는 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를 ‘물리적 효과’만 생각하고 ‘화학적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발상이다. 나는 선거연합으로 인한 ‘화학적 상승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선전하는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큰 틀에서 보면 반(反)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정국 운용에 있어서도 마이너스될 것이 없다. 이런 점에서도 통합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 겨울 우리가 했던 생각들

    만일 전략적 협력을 위해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여론조사’와 같은 방법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단일화의 선례도 있다.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여론조사를 하게 되는 KBS, MBC, SBS의 여론조사 비율을 평균해서 여론지지율이 적은 후보가 용퇴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전략지역을 전체로 한 전략적 연합시도가 필요하다. 미시적인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미시적인 차원에 남겨놓고, 거시적인 선거연합의 상상력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불신과 냉소의 대상이 된 한국정치, 이제 한번 감동정치를 상상해보자. 경부운하 반대와 같은 전국민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에 중대한 퇴행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제도 정당들이 한번 감동정치를 상상해주었으면 좋겠다.

    대선이 끝난 후 모두가 ‘코빠치고’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넘기는 것은 물론 개헌선인 2/3 의석을 넘기는 참담한 결과를 예상했던 것이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초기 실정에 실망하고 야권에 힘을 실어주면서 벌써 우리들의 마음이 ‘교만’해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나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서 조금 나은 상태를 상상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면 ‘교만한 마음’이 생겨 ‘오버’를 하게 된다. ‘지난 겨울에 우리들이 했던’ 생각들을 다시 반추하면서 옷깃을 여미며 생각해보자. 이제 부재자 투표도 시작된다. 한번 한국정치에도 감동정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 *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동시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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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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