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히틀러의 그림자
    2008년 03월 31일 09:40 오전

Print Friendly

홀로코스트.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집단학살. 수많은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의 마르지 않는 소재다. 홀로코스트, 나치스, 히틀러 하면 가장 먼저 아우슈비츠를 떠 올린다.

영화, 다큐멘터리로 익숙한 수용소 가스실과 더불어 죽음의 천사(Angel of Death)라는 별명의 요제프 멩겔레(Josef Karl Mengele)도 아우슈비츠 의사였다.

히틀러를 지탱해준 전문가들

당시 명문 뮌헨대학에서 약학, 의학을 전공한 의사로 친위대 장교였던 그는 수감자 중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죽일지 결정하고,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생체실험 할지 결정하고 스스로 실험도 했다. 그 잔혹한 짓을 하면서도 미남인 그 의사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아 ‘죽음의 미소’,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히틀러의 학살은 독일인부터 시작됐으며, 전문가들이 그를 도와줬다.
 

그 가스실은 처음부터 유대인 학살을 위해 개발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히틀러는 집권 4년 전인 1929년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아를 제거해야 한다고 대중연설을 했다.

당시 나치당에서 가장 큰 전문직종군을 형성하고 있었던 의사들은 스스로 개인을 위한 의사가 아닌 국가를 위한 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 의사들이 우생학적 논리로 히틀러를 부추긴 것이다.

집권 이듬 해인 1934년 히틀러는 인종 개량을 위해 인종정책소를 설치하였다. 인종정책소는 전국에 유전건강원을 두고 의사들에게 모든 유전적 질환자를 건강원에 접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불임법을 통과시켜 약 40만명의 유전성 간질환자, 정신분열환자 등 유전질환자들에게 불임수술을 강행하였다.

1929년 히틀러의 장애어린이 제거 연설은 10년 후인 1939년, ‘유전적 중증질병 과학적 처리위원회’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위원회는 전국의 의사에게 기형아와 지진아의 명부를 중앙당국에 등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28개의 관리시설에서 의사들의 모르핀 주사 등 처방으로 ‘가치없는 생명’인 어린이들 약 5,000명을 살해하였다. 그 부모는 시설에서 최선을 다해 돌보았으나 어린이가 타고난 질병으로 죽었다는 의사의 통지서를 받았을 뿐이다.

유대인 이전에 독일인 학살

히틀러는 ‘불치병 환자를 안락사’시킬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의사들에게 부여하고 이른바 ‘T4‘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당시 독일 전국 여섯 곳의 수용시설, 샤워장을 가장한 가스실에서 정신 질환자를 살해했다.

이렇게 살해당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7만명이 넘는다. 결국 전문가인 의사들이 같은 독일인 중에서 불치병 환자 등 열성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개발한 작품이 가스실이다.

이렇게 같은 독일민족인 어린이와 성인 학살의 이론적 근거인 우생학과 독일 인종의 순종화 이론은 곧 대량학살을 불러왔다. 독일민족, 아리안족의 순혈주의를 빌어 히틀러는 유대인과 집시 등 1,000만명의 대학살극을 벌였다.

우리에게도 전문가들이 역사적 죄악을 저지른 역사가 있다. 일제시대 변절한 지식인들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유신헌법을 만든 이들은 명문대학의 쟁쟁한 헌법학 교수들이었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만든 초헌법적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에서 활약한 이들도 판검사들이었다. 지금도 교수, 언론인, 법조인, 의사 등 돈과 정치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전문가, 지식인들이 주위에 널려있다.

지난 대선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에 큰 역할을 한 이들 역시 이른바 전문가들이다. 히틀러의 나치당에게 의사들이 학살의 명분, 이론과 구체적 기술을 제공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공약의 명분, 이론과 구체적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래도 오늘 이 땅의 희망은 전국의 교수 약 2,400명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70년 전 독일 의사 대부분도 히틀러에 반대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경찰이 반대교수들을 사찰하였다니 불안하다.

대운하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정치쟁점인가

다시 말하거니와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NSDAP)의 근본이념은 독일민족지상주의와 인종론이다. 그런데 과연 히틀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권했을까?

   
  ▲대운하 반대 초당적 실천연대를 출범시킨 최성, 심상정, 문국현, 고진화.
 

대부분 쿠데타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집권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히틀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었던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의 민주적인 선거제도로 집권했다.

나치스는 1933년 3월에는 약 44%, 11월에는 99%의 의석을 차지했다. 그야 말로 합법적으로 집권했고 독일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지난 대선 이명박 후보가 4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17대 대통령이 되었다. 다가오는 총선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무난히 차지할 것이라고들 한다. 히틀러의 나치스가 99%의 의석을 차지한 것처럼 우리도 이명박의 한나라당에게 압도적인 의석을 주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국토해양부에 전담부서까지 두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운하 건설의 전문가들을 추천받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히틀러도 T4프로그램에 몰래 서명했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대운하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이번 총선 공약에선 아예 빼버렸다. 비판하는 야당에게 대운하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되받아친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가. 국토를 절단내고 우리와 우리 후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정치쟁점이 아니라면 과연 정치란 무엇이고 선거란 무엇인가.

답답한 마음에 벽을 본다.
“더불어 숲”
‘처음 쇠가 만들어졌을 때 모든 나무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자 깨어있던 한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 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 주지 않으면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다. 어느 기금모금전에서 받아 걸어놓고 답답할 때마다 읽곤 한다. 유난히 총선을 앞둔 요즘 여러 분과 함께 읽고 싶다.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절망할 권리도 없다

다가오는 총선. 언론이나 정당, 또는 그 누가 뭐라 하든 한나라당에 국회 과반의석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반의석을 준다면,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운하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대운하특별법을 가지고 대운하 삽질을 시작한다면……

끔찍하다.

또 3보1배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 고비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엊그제 ‘2008 대학등록금 완전정복’을 내건 등록금해결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우리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골단이 부활하여 나타난다는데 피할 수는 없는 일. 시청 앞 광장에서 입시지옥, 등록금지옥, 취업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을 만났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내내 상념에 잠겼다. “연이은 지옥으로 행진해가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반도 대운하라는 환경재앙까지 안겨 주어야만 하는가?”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절망할 권리도 가질 수 없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