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인내의 한계를 느끼다"
    2008년 03월 19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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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를 다녀온 후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가슴앓이를 했다. 황사가 덥힌 하늘만큼이나 답답했다.

제목은 ‘변화와 혁신, 21세기 진보를 말한다’였지만, 변하지 못하는 그 우물로부터 탈출하지 않으면 못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른 당들은 총선을 앞두고 외부에서 독한 마음을 가진 칼잡이들을 불러들여 수족을 자르고 썩은 살을 도려내고 있다. 그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진지하고 올바른 것인지는 총선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이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하여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총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소 잃는 줄 뻔히 알면서, 외양간 얘기만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총선이 지난 후에 혁신과 재창당을 하기 위해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분수가 있지, 뻔히 소를 잃을 줄 알면서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재창당이든 뭐든 하는 이유는 국민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얼마나 느긋하면 혁신-재창당 위원회도 바로 만들지 않고 준비위원회부터 먼저 만들었다.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가 발간한 토론회 자료집을 받아든 순간 나는 숨이 막혀왔다. “어떤 금기와 성역도 없이” 토론하고, “어떤 선입견도 없이 열린 자세로 의견을 내자”고 이수호 위원장이 제안을 했지만 말이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나용곤은 “현장 분위기는 모두 탈당 대기 상태”라고 했다. 4.9 총선 결과를 비관하고 있고,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의 한계를 예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한 아마 4.9 총선 이후에는 이제 더 이상 진보정당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기업 복지의 한계를 알고 사회복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분당을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지난 20년 간 고집스럽게 독자적으로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복한 주장을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왔는가를 고민했다.

“망한 후에 다시 출발하자”는 분위기는 토론회 주최만큼이나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민영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궤멸적 타격을 받고 같이 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록정치연대 전 실행위원 정인환은 “공멸 이후에 진보의 재구성에 참여를 하라”고 미리 주문했다.

"이번 총선에서 두 정당 망할 것"

망할 것을 당연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자리에서 나는 망연자실했다. ‘정당법대로’ 당의 재정과 인적 자원을 운영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김용한 경기도당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민주노동당의 당론은 지구당 폐지 반대”라고 누군가 맞받아칠 때 나는 아득함을 느끼며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지난 20년, 어떤 수모나 비난도 인내하고 또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적 노동자 대중정당을 포기하고 미국식의 보수, 자유 양당 체제라는 현실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으면 더 이상 인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3월 12일은 인내했지만 내일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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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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