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해산하고 창준위로 전환해야 한다
    2008년 01월 15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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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위가 할 일의 핵심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 제2창당은 ‘창당’이다. 당을 해산하고 창준위로 전환하자
– 임시 당대회는 1월중에 개최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거의 한 달만에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우리는 작년 12월 29일의 중앙위원회 때부터 종북주의, 패권주의 등 민주노동당 대선 패배의 근본 원인들을 반드시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을 비대위 출범의 전제 조건으로 강하게 주장해왔다.

실망스럽게도 12일의 중앙위원회는 이 필수 과제를 명문화하지 않은 채 일단 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키고 심상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인준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출범했다고 해서 상황이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 내 종북, 패권파는 비대위를 또 다시 당의 위기 상황을 덮어버리고 모든 질병과 상처를 봉합한 채 총선으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도 그런 식의 비대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 정당성과 유효성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대선 이후 줄곧 주장해온 대로 비대위가 민주노동당의 병의 뿌리를 송두리째 들춰내서 진보정당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도록 투쟁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대위에 이렇게 요구한다.

첫째, 비대위가 해야 할 역할의 핵심은 문제를 샅샅이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그 병의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갖가지 증상 자체가 너무도 다양하고 광범하다. 민주노총 의존 체질의 토대를 손보아야 하고, 종북주의, 패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내야 한다. 당원 제도부터 정파의 존재 형태, 지역 조직 체계, 중앙당 구조에 이르기까지 바꿔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어떠한 초인도 이 과제를 임시 당대회까지의 한정된 시간 안에 완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또 다시 총선이라는 현실 정치 일정을 핑계삼아 이러한 문제들을 치유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당원들과 대중의 요구를 외면하고 말 것인가? 그것은 이번 대선에서 뼈아픈 사망 선고를 받은 진보정당운동을 이제 아예 땅 속 깊숙이 묻어 버리는 짓에 다름 아니다. ‘제2창당’을 외치며 출범한 비대위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임시 당대회 전까지 비대위가 할 일은 민주노동당의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비대위가 스스로 한정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 자체가 자기 기만이요 위선이다.

비대위가 해야 할 일, 그것은 오히려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한 낮의 태양 아래 대중의 눈앞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모든 문제들과 대결하면서 진보정당운동의 제2기를 시작할 것임을 정직하게 선언해야 한다.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특히 다음의 사항들은 반드시 그 진상을 드러내야 한다.

– 종북주의의 대표 사례인 ‘자위적 핵무장 옹호’론과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 패권주의의 대표 사례인 서울 용산, 광주 북구 등의 패권적 사건들과 경남도당, 광주시당 등의 회계 부정 사건들의 진상과 그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 이른바 ‘9월 테제’, 즉 민주노동당의 민족민주정당화를 결의한 전국연합의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이 위의 사건들과 어떠한 직, 간접적 연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번째로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한다. 제2창당은 ‘창당’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무엇일 수 없다.

비대위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제2창당’이 푯말로 등장했지만, 우리는 당 안의 모든 세력들이 이 말의 의미를 과연 그 의미 그대로 정직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비대위가 임시 당대회 전까지 종북주의, 패권주의 문제에 대해 약간의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것 같은 몇 가지 제도적 문제들에 손을 대는 것 정도를 ‘제2창당’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당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성실한 논의보다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전략 공천이 주된 쟁점이 된 것으로 볼 때 우리의 이러한 의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호하게 말한다. 제2창당은 말 그대로 ‘창당’이다. 기존의 당을 해산하고 새로운 당을 건설하는 문제다. 그것을 다른 어떤 요식적 절차나 행사로 심오하게 해석하려 들지 말라. 지금 우리는 정치적 곡예와 말장난으로 시간을 죽이기에는 역사의 재촉 앞에, 대중의 성난 얼굴 앞에 너무나 진지하다.

제2창당이 곧 ‘창당’을 뜻한다면, 임시 당대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간단 명료하다. 민주노동당의 지난 과오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철저히 반성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야 한다. 비대위가 할 일은 바로 그 반성문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반성에 따라 당의 해산을 결정해야 한다.

반성문에는 다음의 내용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 위에 이미 열거한 종북주의, 패권주의 사례의 진상을 공개하고 그 책임자들을 적시해야 한다.

– 민주노동당 강령 정신과 상관없이 당을 당 외 세력의 숙주로 삼으려 한 ‘9월 테제’로부터 비롯된 모든 결정들(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진보연대 가입)의 무효화를 선언해야 한다.

– 위와 같은 과오의 근저에 깔린 근본 문제, 즉 북한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그릇된 시각에 대해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 정신에 따라 북한 국가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를 선언해야 한다.

– 당이 민주노총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스스로 다수의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이주 노동자들로부터 고립되었던 창당 이후의 일련의 과정을 철저히 자기 비판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당 내 평등파의 근본 오류를 반성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내용의 반성에 따라 당 해산을 결의한 뒤에 당대회 대의원들이 발기인이 되어 새로운 진보정당, 제2의 진보정당의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보정당운동의 제2기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선언이다.

민주노동당의 기존의 모든 경직된 전통과 체계, 관성들을 전부 다 용광로에 집어넣겠다는 것이며, 당 바깥의 다양한 진보 세력 및 대중과 함께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혹자는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당대회에서 해산을 결의하자는 것은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현재의 역사적 상황과 대중의 요구에 대해 너무 무지하거나 철면피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온 진보적 대중은 지금, 민주노동당의 지난 7년 역사에 대한 미련이나 알량한 기득권 유지 따위는 안중에 없다. 오직 어떻게 하면 좀 더 제대로 된 진보정당운동이 등장할 것인가, 여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부응해야 할 단 하나의 정언 명령이 바로 이것이다.

애정을 갖고 민주노동당을 지켜봐 온 한 언론인의 다음과 같은 발언보다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진단도 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논쟁도, 토론도, 변명도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실패한 노선과 조직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저들은 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이미 싸늘해진 시체를 떠메고 가려 한다.

총선이 코앞이라 버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시체라도 내다 팔 심산이다. 그렇게 수없이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간과 자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철저히 몰락한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일은 없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알고 있을까.”

경향신문 이대근 정치 에디터의 비판처럼 우리는 임시 당대회가 비현실의 시체 놀음을 깨고 다시금 현실과 접속하는 다시없는 기회가 되길 염원한다.

임시 당대회의 과제가 이런 것이라면, 비대위가 제 역할을 할 시간 여유를 이유로 임시 당대회를 2월 중순 이후로 마냥 늦출 필요가 전혀 없다. 더구나 임시 당대회의 과제가 민주노동당의 해산과 창준위로의 전환이라면, 임시 당대회 개최 일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비대위에 요구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임시 당대회를 소집하라. 비대위원장이 임시 당대회 소집 일자를 2월 중순 이후로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 아무 것도 공식 결정된 것은 없다. 우리는 임시 당대회가 설 연휴 이전에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니, 대의원의 임기가 1월로 끝난다는 당규 사항에 저촉되지 않도록 1월 안에 개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뿐더러 이게 더 바람직하다.

이제 어떠한 것도 더는 연기하지 말자. 유보하지 말자. 외면하지도 말자.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 대면하고 대결하자. 죽어서 다시 태어나자. 우리의 모든 것들을 용광로 안에 집어넣어 새로이 벼려 내자. ― 이게 아니라면, 비대위는 어떠한 의미도 지닐 수 없다. 거기에 시간과 정력과 열정을 허비할 수도 없다. 우리는 결연히 과거의 시체 놀음을 집어치우고 새로운 생명의 길, 새로운 진보정당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2008. 1. 15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위원회’ 추진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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