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발한 평당원 240분 토론회
    2008년 01월 12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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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넘어 빈민 대중 조직의 활동가로서 민주노동당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회원들에게 책임 있게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답을 좀 달라" (전국빈민연합 대협국장 김상렬)

"평등파 역시 평당원들의 요구를 저울질하며 다수파와 적대적 공생으로 권력을 어떻게 황금 분할할 건지에만 신경 썼던 지난 과오에 대해 냉철한 자기 반성과 평가 없이는 신당도 없다"  (노원 평당원 이은탁)

자칫 다수파를 성토하기 위한 ‘신당파 부흥회’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논하는 평당원 토론대회’ 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중앙위를 바로 앞둔 11일 저녁. 2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 기독교 회관에서 진행된 ‘위기의 민주노동당 평당원의 목소리로 말하자’라는 당원 토론대회는 사실상 ‘왜 신당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토론보다는 고발과 고백이 주를 이뤘고, 간혹 한풀이성 발언도 나왔다.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뜨겁게 진행된 민주노동당 평당원 토론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이날 대회에서는 신당파, 당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보지도 않고 신당을 창당하는 건 무책임한 대응이라는 당내 혁신파, 신당파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관망파 등이 서로 교차하며, 당 안이든 바깥이든 간에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당내 패권적 문제에 대한 성토를 넘어 당내 혁신 방안 및 신당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심도 있고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대회는 초반에 서로 빼는 모습을 보여 사회자인 부산시당의 김석준 위원장이 발언자를 지명하며 싱겁게 진행되는 듯 싶었으나, 뒤늦게 발동이 붙어 봇물 터지듯 발언자가 늘어나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며 쉬는 시간도 없이 토론자만 모두 25명이 마이크를 잡아, 4시간 가까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원게시판 스타 도봉구 박홍기, ‘민중시대’ 진상우씨 등이 당내 다수파의 패권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진보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호소하자 연이어 신당파들이 친북정당, 민주노총당을 극복해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진보의 가치를 담아 새 배를 띄우자는 목소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진짜 평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부평의 정찬식씨는 "저뿐 아니라 주변에 물어보면 분당 찬성론자들이 많지만, 불안하고 두렵다"면서 "민주노동당 선관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어느 선거에서 보니까 대학생들 표가 43대 0으로 나오더라. 이런 결과에 아무런 절망이나 분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승리를 만끽하는 다수파를 보며 분당을 생각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그간 당 활동을 해보니 좋은 머리도, 활동가들도 많은데 막상 현장에서 무언가 일을 진지하게 같이 할 동지는 없었고, 또 이미 조직화된 노동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 외에 새로운 지역 네트워크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도 없어 절망을 겪었다"면서 "이같은 문제의식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생긴다면 평당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북주의 청산 외에 새로운 내용 있는가?

이같이 신당파가 다수파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창당의 목소리를 높이자 당내 혁신파가 신당파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적 지적을 시작으로 제동을 걸면서 토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성동구 당원 강진원씨는 "비민주적인 당 운영에는 좌우가 다 책임이 있는데, 자주파를 성토하는 이 자리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면서 "도대체 신당이 어떤 제도와 세력, 내용을 담을 건지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고 했으며, 과천시 최현 당원 또한 "종북주의 청산 외에 신당이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를 하기 위한 새로운 내용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내 혁신파들이 나섰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당내 혁신이 안 돼 분당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구체적 행동을 아무 것도 안 해본 것 아닌가. 또 40억 적자 예산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면서 "당내에서 혁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대로 다 해보고 난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그 에너지와 문제의식을 담아 신당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실장은 평당원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 중앙위의 정상화, 지역 활동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마련할 수 있는 소통 공간 마련 등 2년여 간에 걸쳐 실행할 당 혁신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동작구 김학규 위원장은 "당 혁신을 위해 평등파들이 얼마나 자기반성을 했으며, 최선을 다해 제대로 싸워본 적이라도 있는가"라며 "혁신하면 새로운 희망이 있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하는 과정을 거쳐야 국민들도 신당 창당의 과정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평당원. 평소 평당원이 아닌 사람이 오르는 단상의 텅 빈 의자가 눈에 띈다.
 

몸사린 것은 평당원 아닌 정파들

서울 노원지역 평당원 이은탁씨는 "당내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당 대표 부정선거에 대해 평당원을 조직해 검찰에 고발했던 평당원으로서 상식이 통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든 최선을 다했다"면서 "당내 문제에 대해 정파들은 매번 몸사렸지만, 평당원들은 그러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를 씌우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자주파와 평등파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생하는 동안 평당원들이 먼저 떠나고 있으며, 진보정당에 미련을 버리고 탈당한 사람들은 신당으로 가지도 않는다"면서 "새롭게 당을 만든다고 해도 생각의 차이로 부딪칠 일이 많은데, 자기 목소리를 감추고 뒤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신당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안돼서 포기한 것도 있다. 또 당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란 어떤 모습인가"라고 반문하며 "자주파에 대해 평등파의 권력을 찾는 것이라면, 민주노동당은 새롭게 지역 운동을 고민하고 대중을 만나는 정치보다는 또 다시 당내 권력을 위한 내부 투쟁에 골몰할 가능성이 많다"고 반박했다.

조승수 진보정치 연구소장도 "소심한 제가 난리를 떠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으며 당내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면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면서 "당내 혁신 투쟁 그 자체가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이 존재하는 한 주사파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과 싸울 노력과 에너지를 신당에 쏟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

그러면서 조 소장은 "계급연대, 사회연대, 적녹연대를 실천하고 민주노총을 새롭게 개혁하는 등 스탈린주의자 및 주사파가 아닌 다양한 진보세력과 함께 즐겁게 신당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다함께 회원, 마이크 빼앗기기도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다함께 관계자가 참석해 중앙위에서 비대위 구성 조건에 종북주의를 내걸지 말아달라고 호소해 야유를 받기도 했다.

다함께 장호중씨는 "종북주의를 내거는 것은 인적 청산과 사상 검증을 말하는 것으로 현명하지 않다"면서 "이미 전 운동진영에는 자주파가 다수인데, 종북주의를 내거는 순간 그 분들과 운동을 함께 할 수 없고 또 진보진영의 운동 전반이 성장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의 발언 과정에서 흥분한 한 참석자가 그의 마이크를 빼앗아 토론회 진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마포구 평당원 박동범씨는 참석자들을 향해 "앞으로 신당을 창당하려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발언을 하는 것보다 경청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쓴 소리를 날렸다.

또 장씨를 향해서도 "인적 청산은 필요하고 또 사상 검증이 아니라 사상 평가이다. 국가보안법을 알리바이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패악이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거기에 대한 반발과 긴장이 재차 당을 지리멸렬하게 만들 것이며, 자주파가 주류인 운동의 구도 또한 청산돼야 한다"고 지적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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