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주의 청산, 당원투표로 결정하자"
        2008년 01월 09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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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참패로 인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노동당 마신 지역 평당원들이 9일 경남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북주의 노선에 대한 명시적 반대를 당 강령에 삽입하는 것"을 두고 당원 총투표를 할 것을 제안했다.

       
      ▲ 기자회견 중인 마산 지역 평당원들.
     

    이들은 현재의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단순한 대선 패배 때문이 아니라 지난 2004년 국회 진출 이후 △여권과의 차별화 실패 △정규직 노동자 위주의 당 운영 △종북주의 및 패권주의 행태 등을 보여온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고 특히 "현 상황에서는 일단 종북주의 청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들은 또 “종북주의 노선으로 북한 핵실험 사태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북경에서 북한공작원을 접선하고 당내 정보를 북한 정보기관에 넘긴 간첩 혐의자에 대해서도 출당, 영구제명 등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노당 당원 김수한 씨는 “도대체 지구상에서 유례가 없는 일당독재에다 일인지배체제인 북한정권에 대하여 비판은 고사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진보정당에서 할 일이냐.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종북적 행동을 놓고 없다고 말한다면 대국민 사기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 내에서 최근 불거진 패권주의 문제나 회계부정사태도 종북주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민생 등 현안과는 동떨어진 통일문제나 대중투쟁에만 집착함으로써 ‘친북정당’ ‘데모정당’의 오명을 국민들로부터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남도당 전 쟁책위원장이었던 이장규 당원은 “민노당의 현 위기는 단지 종북주의 탓만은 아니다. 그러나 종북주의자들과 이들의 패권주의적 행태로 인해 당내 분란이 가중되고 소모적 논쟁에 매몰되었으며 진보적 노동정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채 노동자 민중과 유리되고 말았다. 결국 종북주의 청산이 핵심적인 문제고, 이걸 정리하지 못하면 민노당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원 진헌극(경남도당 전 환경위원장)씨도 “종북주의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봉합이란 있을 수 없다. 그건 당을 식물정당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파 갈등으로 인해 중앙위원회나 대의원대회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원들이 총투표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할 시에는 파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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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당원 성명서 전문 

    현안에 대한 당원총투표를 요구한다

    대선 참패 이후, 당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신문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율은 2.3%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인사들이 기대하는 비례대표 의석 단 1석조차 얻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현 상태에선 지역구에서의 당선도 난망하다. 이미 당이 그간 지녀왔던 문제점들이 대외적으로 모두 드러난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그래도 민주노동당’이라고 지지해달라고 애걸해본들 돌아올 것은 싸늘한 무관심뿐이다. 자칫하면 총선에서 2%도 못 얻고 당이 해산될지도 모를 정도에 이른 것이 현재의 냉정한 현실이다.

    현재의 당의 위기는 단지 대선참패에서만 연유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결과는 민주노동당이 최초로 제도 정치권의 일부로 활동한 17대 국회 4년의 결과와 직결되며, 17대 국회활동은 다시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후 7년간의 활동과 직결되므로 민주노동당의 지난 10여년의 과정 전반에서 당의 위기는 파생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위기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당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열린우리당과의 정치적 차별화 실패 및 ‘민주노총당’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정규직 조직노동자 위주의 당 운영으로 인해 비정규직 및 전체 노동자계급에 다가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으며 노동자와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음에도, 이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이비 개혁에 상당정도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열린우리당 급진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당의 현주소이다.

    또한 당원 및 재정 확보 등에 있어서 민주노총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정규직 조직노동자 위주의 이해를 주로 대변할 뿐,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다가가는 민주노동당만의 독자적인 노동 정치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규직 조직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과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오로지 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목매는 것이 일상화 되어 버린 것이 당의 현 상태이다.

    둘째, 당내 종북주의 – 민족지상주의가 또 하나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국가사회주의 오류의 극치인 종북주의 내지 민족지상주의를 자신의 이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당내 ‘자주파’들은 그간 일반적인 상식이나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명시되어 있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등과는 전혀 다르게 북한 정권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옹호하여 왔으며, 특히 2004년 이후부터는 각종 당내 선거마다 특유의 조직력으로 다수를 점하고 그들만의 패권적이고 관료적인 당 운영을 일삼아 왔고, 이로 인해 당의 위기는 더욱더 심화되어 왔다.

    2006년 말 북한 핵 사태 당시 당 정책위 의장이란 사람의 “자위권 차원의 핵 무장은 필요하다”는 망언이나, 비슷한 시기에 당의 고위 간부가 북한 정보 당국에 당의 정보들을 넘긴 게 발각된 소위 ‘일심회’사건, 독도 사태 때, 당 최고위원회에서 “독도에 공수부대를 파견하자”는 보수정당도 생각지 못할 발상이 튀어 나온 점 등이 종북주의의 명확한 증거이다.

    또한 이들의 이념의 근본에 깔린 민족지상주의 및 통일지상주의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사회경제적 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북화해정책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철저한 비판 및 차별화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으며 비정규직 등 전체 노동계급에 다가서려는 노력보다 기존의 조직에 의존하여 이들을 민족주의적 방향으로 이끄는데 힘을 집중했다. 한 마디로, 계급보다 민족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 실패와 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셋째, 이러한 당내 패권주의로 인하여 당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당의 발전은 더욱더 퇴보되고 있다.

    경남과 울산 등의 경우에서 보듯, 당내 회계 문제는(17대 대선회계 포함) 심각한 위기를 양산하고 있으며, 당의 조직 혁신이 크게 지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노동계급 문제를 포함한 진보적 대중정치, 진보적 지방정치, 생태-여성-평화주의를 위한 비전과 계획을 연구하고 제시해야 할 소중한 시간들이 당내 문제에 매몰되도록 하였으며, 국민들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근원적인 활력인 당원들이 수동화되고 당과 멀어졌으며, 심지어는 탈당까지 하는 참으로 가슴 아픈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당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현 상황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자주파 측에선 비례대표 불출마조차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자신들 또한 비례대표 당선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평등파 역시 종북주의 청산만 이야기할 뿐, 당이 현재의 위기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인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 실패나 비정규직 등 보다 광범위한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한쪽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한쪽은 상대의 책임만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미 민주노동당의 고질적인 정파갈등과 북한 정권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를 다 알아버렸다. 상대 정파나 활동가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답변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대선보다 더 처참하게 몰락할 것이다.

    현상황은 양대 정파의 상층 명망가들이 적당히 타협하고 봉합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이미 국민들에게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황에서, 상층의 담합에 의한 미봉책은 더 큰 국민적 심판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따라서 양대 정파의 상층 명망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전체 당원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당원총투표를 요구한다. 당원총투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종북주의 노선에 대한 명시적 반대를 당 강령에 삽입하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종북주의 노선만이 당 위기의 원인이 아니며,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 실패나 비정규직 등 전체 노동계급에 다가서지 못한 점 등 여타의 근본적인 원인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는 일단 종북주의 청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재 국민들에게 전면화된 것은 종북주의의 문제이며, 국민들에게 표를 얻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답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 실패 및 민주노총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한 점 또한 양쪽 모두의 책임이긴 하지만 계급이나 민생문제보다 민족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종북주의 노선에 더 큰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본적인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패권주의적인 당 운영을 해 온 주체들 또한 대부분 자주파들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시급하다. 더불어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통해 당을 진보정당답게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종북주의 노선과 이에 따른 패권주의적 당 운영을 끝장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며, 당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현안을 회피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또한 양대 정파의 상층 명망가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리라 기대할 수도 없다. 오직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당원총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할 것을 당 지도부에 공식 요구하며, 당 지도부에 1월 중순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이 최후의 유일한 해법이 거부될 시, 우리는 탈당 등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 부디 당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방법에 당원 모두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요구서 대표 제안자

    강민구, 강범석, 강혁중, 고도석, 곽정희, 김기석, 김기억, 김달겸, 김명길, 김명진, 김봉진, 김수한, 김영동, 김종길, 김종하, 김현진, 김혜진, 남기식, 문창식, 박기훈, 박동엽, 박명옥, 박민국, 박성주, 박종영, 박홍진

    배대화, 백종생, 송미옥, 송창우, 신성미, 심경애, 안병진, 양봉현, 윤영목, 이상계, 이상섭, 이원학, 이장규, 이학용, 이한금, 임수태, 전병철, 정부권, 정주오, 제순모, 조규옥, 조영용, 진창근, 진헌극, 진현경, 최재복, 최점구, 하태욱, 허미숙, 허윤영, 허태유, 홍순열, 황현자 등 59명 (이상 마산시위원회 소속 당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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