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의석 제로, 빚잔치 그리고 소멸
        2008년 01월 10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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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분당?: 0석, 빚잔치, 그리고 핵분열과 소멸

    ‘분당’도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갈라진 민노당의 두 집단 중 최소한 어느 한쪽이라도 현재의 국면을 돌파하고 다시 진보 진영의 정치적 공간을 열어갈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도움만 된다면 오히려 마땅히 전력을 다해 ‘분당’을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앞서 말한 대로 당원, 지지자,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민노당의 과거 현재 미래, 즉 지난 당 운영의 반성과 혁신 방안, 대선 평가, 총선 대응 전략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논의는 양 정파를 포함한 현재 민노당 당원과 전체가 집단적으로 논쟁하고 싸우고 서로를 비판하는 가운데에서만 생명력 있는 결론을 내올 수 있고 객관적으로 또 진보 진영에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고 다시 모셔올 수 있다.

    NL과 PD의 아전인수

    하지만 만약 분당을 하여 각자가 이 논의를 한다면 양쪽 모두 지금까지 자기들 내부에서 지겹게 되새김질 해온 NL과 PD 정파 각각의 아전인수식의 논리와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가발전의 행위 이상이 결코 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시간의 퇴적물이고 정당은 더욱 그러하다. 만약 이렇게 되어 과거, 현재, 미래의 좌표조차 냉철하게 짚지 못한 두 개의 집단들이 각각 총선에서 국민들 앞에 나선다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

    우선 이명박 정권은 대대적인 정부 기관 개혁과 민영화 그리고 기업 부문과 금융 부문등의 “플랜”을 내걸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 즉 “대안도 없으면서 철밥통을 끌어안고 있는” 노조, 운동 세력 그리고 이에 “기생하는” 모든 정당에 대해 공세를 취할 것이다.

    먹고 살기 갑갑한 국민들은 여기에 일단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다른 이야기를 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NL이건 PD이건 그런 능력이 있을까? 대선 때에 외친 ‘사회주의적 상상력’과 ‘코리아연방공화국’?

    그 결과는 어떨까. 어느 쪽이든 ‘0’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냉철하게 지역구에서의 당선 가능성은 배제하자. 개인기가 뛰어난 몇 선수가 선물을 들고 올지 모르지만 이는 미래 예측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니 비례 대표 쪽만 따져보자.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은 3%다. 대선보다 총선에서 훨씬 많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을 듯 하다. 잘 알고 있다시피 대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63%였고, 이번 총선에서는 탄핵국면과 같은 외부의 호조건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정당 득표 3% 넘기 힘들어

    진보정치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 사표 심리로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들은 8% 정도에 불과하다. 현상 유지가 된다 하더라도 총선 정당투표에서 민노당의 득표율은 3%를 크게 넘기 힘들다.

    다른 방식으로 계산을 해봐도 결과는 거기서 거기다. 얼마 전 ‘분당파’를 고무하였던 바, 진보정치연구소의 의뢰로 대선 직후 (물론 ‘분당’ 논의 나오기 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 국민들의 5.8%가 다음 총선 정당투표에서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50살 이하가 표본이라고 한다. 그 이상의 투표율은 아시다시피 대단히 높고 압도적으로 보수측 표이다. 그런데 이 5.8% 중 실제 투표소로 갈 의지가 있는 이는 76% 뿐이라 한다. 표본의 한계와 예측되는 유효 특표율을 감안해보면 3.8% 라는 수치가 나온다.

    더욱이 설문 문안을 작성한 이가 진보정치연구소요, 게다가 이 조사가 상정한 투표율이 76%라는 터무니 없이 높은 숫자(이번 대선 투표율은 63% 정도였고 총선의 투표율이 대선 투표율을 넘은 적은 없었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수치가 말하는 민노당의 정당 투표 득표율은 3%대이다. 잠깐만 Reality Check. 현행법으로 비례 대표로 1석이라도 얻으려면 3%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당이 해산을 면하려면 2% 이상이 필요하다. ‘분당’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모른다. 단, 지금까지의 조직세로 볼 때, 6대 4로 표를 가져간다 하자. (‘분당파’ 쪽으로는 굉장히 유리한 계산). 최대한 허용하여 3.8%를 예상 전체 득표율로 보면 2.28%를 가질 것이다. B당은 1.52%가 될 것이다. 양쪽 다 의석 제로.

    반론이 많을 것이다. 더 많이 나올 것이니 분당해도 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이들이 믿는 것은 2004년의 ‘14%’라는 환상적 정당 투표율일 것이다. 하지만 다음도 고려하여 계산해 주시압.

    환상을 갖기 전에

    첫째, 문국현 정당이 총선으로 나올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두 번째이다. ‘분당’을 한다면 당신들이 진보 정당의 ‘대표(defalut) 정당’이라고 말할 근거가 없어지므로 그 시너지도 사라진다. 이 모든 할인(discount) 요인을 감안하면 사실 2%로 수렴할 것이라는 게 솔직한 직감이다.(이 경우 의석은 물론 두 정당 모두 아예 등록이 취소되는 사태이다)

    그러니 이 감점 요인을 설명할 분명한 데이터와 논리가 없으면 우리의 논리는 논박이 힘들 것이라고 본다. (주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 하나가 더 있다. 총선 투표율을 60% 이하로 낮추기다. 투표 당일 범국민적 낚시 대회 조직을 비밀리에 당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A당. 의석은 없겠지만 최소한 당은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민노당’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한 덕이다. 따라서 빚도 둘러 쓴다. 아마도 총선 이후에는 60억을 훨씬 넘을 것이다. 60억은 정말로 큰 돈이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갖 진흙탕 싸움과 빚잔치가 어우러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진보 정당 운동의 역량을 심하게 잠식할 것이다.

    B당도 마찬가지다. 레닌 혹은 트로츠키 혹은 프랑스 누구누구를 외치며 비합법 정당을 하자는 이도 있고 그러니 반합법 정당을 하자는 이도 있고 그러니 합법 정당을 하자는 이도 있고, 심지어 그러니 다시 다함께 NL로 붙자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총선 판에 나온 욕망은 동일하다. 단 ‘한 석’이라도 얻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석은 커녕 당도 날아간다면? 당연히 이들은 서로를 모험주의, 기회주의, 개량주의, 의회주의 등등의 딱지를 붙여가며 앞에서 말한 트로츠키주의 분파의 슬픈 역사를 밟아 나가게 될 것이다.

    아마도 B당은 총선 참패 후 최소한 3개에서 많으면 6개 멀리는 100,000개의 분파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1990년대에서 2천 몇 년까지 이루어졌던 대한민국의 진보 정당의 실험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빛 잔치에 휘말린 합법, 하지만 0석의 정당과 우주를 향하여 핵분열을 해나가는 ‘혁명적’ 소그룹들로서.

    5.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2008년 초엽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서 빨리 민주노동당의 공식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룩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지금 막고 있는 것이 20년 동안 쌓여온 업(業), 즉 NL과 PD의 정파 게임이며 2008년 새롭게 태어난 최신 버전의 정파 게임이다. 이 깨지 않는 악몽을 조금이라도 멈추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모든 정파 수장들, 특히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는 NL 정파의 수장들은 김창현의 예를 따라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며, 비례 대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로 넘겨라. 모든 할말은 거기서 하자. 또 민노당 당직자들 누구도 이번 총선에서 비례 대표 10번 위로 이름을 올릴 수 없음을 분명히 하자.

    자본가들 세상에서도 존중되는 규칙이 있다. 어떤 기업이 청산 위기로 몰렸을 때에 우선적으로 집기이건 기계이건 가져가는 것은 채권자들이지 주주들이 아니다. 당신들이 정말 지난 몇 년간 ‘주주’로서 온몸을 바쳤다면 이 규칙을 이해할 것이다.

    오로지 민노당이 10석 이상을 얻을 때에만 당직자들에게 ‘주주배당금’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요컨대, 정파 수장으로 지목된 자들은 모두 대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고 비례 대표 출마를 포기할 것이며, 현재 당직자들은 모두 10번 이하의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종북주의 청산’ 요구 즉각 멈춰야

    둘째, ‘종북주의 청산 요구’를 즉각 멈추어라. 정치의 기본은 ‘주관적 진실의 객관화’에 있다. 4천 몇백만 중 ‘종북주의’라는 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프로라고 보는가. 지난 몇 년간의 ‘종북주의’의 폐해의 모든 사례들과 모든 사실들을 데이터로 바꾸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로서 제출하고 문제 제기와 비판과 혁신 방안을 그 안에서 논의하자.

    따라서 ‘종북주의’라는 자극적 언사를 당장 멈추고 그 만큼의 분노가 있다면 객관적 데이터와 자료를 모으는 힘으로 바꾸어라. 할 말 있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자.

    이것을 조건으로 하여 이 악무한적인 ‘정파 게임’을 멈추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의 조건을 충촉해야 한다.

    첫째, 이 모든 토론은 물론 의제의 설정에 있어서도 당내 양대 정파가 아닌 관심있는 모든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모든 논의 과정이 국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몇 개 정파 수장들의 합의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식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둘째, 그 모든 논의를 결코 “봉합”이라는 결론으로 정해놓고 가서는 아니 된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권위와 그 한계는 이 글에서 말한 대로, 2008년 현재 민주노동당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당원 그리고 지지자 나아가 국민 모두가 좋든 싫든 이해할 수 있도록 해명하는 작업에 그 근거가 있다.

    따라서 그 논의의 결론이나 심지어 중간 과정에서도 ‘분당’이 불가피할 경우까지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 만에 하나 현재 존재하는 민주노동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창당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러한 과정까지를 책임질만큼 기동적이고 효율적인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비대위 총선 대책 전권 가져야

    셋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러한 의무를 받아들이는 조건에서 다음을 요구할 수 있다. 최고위원회이건 중앙위원회이건 오로지 당원 총회의 권위에만 책임을 지는 조건에서 누누이 이야기한 세 가지 임무 즉 당 운영 평가 및 혁신 방안, 대선 평가, 공천권과 비례 대표 명부 작성을 포함한 총선 대책에 대해서 전권을 요구하여 실제로 집행해야만 한다.

    한마디만 덧붙인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너희들은 당권에 눈이 먼 심상정 노회찬의 앞잡이가 아니냐”는 소리가 종종 들려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비상 사태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명분을 빌어 개별적 개인적 권력 확대를 꾀하는 이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당’의 논리는 다른가? 순전히 논리적 가정이기는 하지만 그들 중에 이 참에 기존의 당권 구조에서 소외된 자신의 입지를 일거에 뒤집어서 새 정당의 전면으로 나설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 존재할 논리적 가능성은 없는가?

    현재의 민노당 사태를 자신의 권력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은 어느 쪽에든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분파주의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상대책위원회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가 사람들에게 뻐겨댄다. 자신이 로도스(Rhodos) 섬에 있을 적에 사람 키 몇 배를 넘게 뛰어오르곤 했다고. 사람들은 비웃으며 말한다. “여기가 로도스 섬이다. 여기서 한번 뛰어 봐라!”(Hic Rhodos, Hic Saltus)

    비대위, 우리의 로도스 섬

    어떤 철학자는 이 우화를 이렇게 해석하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주장을 가진 이라고 해도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현실에 실현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야 한다고. 또 정말 그렇게 뛰어난 진리라면 그러한 현실의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이 정말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고 한다면, 저 머나먼 로도스 섬으로 도망가지 말고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서 뜀뛰기 능력을 보일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NL이든 PD든 CF든 KBS든 누구든 좋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바로 우리의 로도스 섬이다. 여기에서 주장을 풀고 논쟁을 하고 그것을 전체에게 관철시켜라. 뛸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여기에서 뛰어라. 우리 모두가 보는 바로 우리 눈 앞에서.

    그 철학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피하지 않는 이들은 십자가 위에 피어난 장미꽃과 같고 그들의 고통은 십자가에 못 박힌 이가 추던 춤과 같이 흥겨운 것이라고. 그래서 위의 말은 이렇게 바꾸어 쓸 수 있다고. “여기에 장미가 있다. 여기에서 춤춰라!”(Hier ist die Rose, Hier Tanze!)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붉은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 우리는 그 꽃 위에서 기뻐 뛰며 춤추고 싶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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