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얄팍한 미디어 정치보다 정책을
        2008년 01월 08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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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MBC를 민영화하겠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정책 변화의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기구 설치를 포함하여 신문/방송 겸영 허용, 아리랑 TV/KTV/국회방송 등 국책방송의 통합과 같은 정책사안도 포함되어 있다.

    민영화가 아니라 상업방송화

    MBC 민영화가 악은 아니다. 있을 수 있는 선택이다.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우선 용어 하나를 정리하자. 민영기업이라는 말은 대단히 어색하다.

    그런데 민영방송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공기업-사기업 이렇게 말하듯 공영방송-민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상업방송 이렇게 해야 그 뜻이 분명해진다.

    MBC 민영화는 곧 MBC 상업방송화라는 뜻이다. 어떻게 바꿔? 현재 MBC의 주식의 70%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30%는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방문진 주식 70%를 국민주화하든지, 또는 기업들의 컨소시엄에 넘기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씨가 실질적으로 MBC의 대주주가 된다.

    그런데 왜 바꿔? 한나라당의 ‘정치보복’이다, ‘대선 승리의 전리품 챙기기다’라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하지 않겠다. 또 ‘MBC를 상업방송화함으로써 자본에 예속된 MBC가 알아서 권력에 복종하게끔 하는 고도의 전술이다’라는 말도 여기에서는 하지 않겠다.

    이는 기본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에 여기에 무엇을 덧붙일 것은 없고, 한나라당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듯이 보이는 정병국 의원의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해보자.

    첫째, MBC는 공영방송의 탈을 쓴 상업방송이기 때문이다. 둘째, 문화방송이 상업방송과 공영방송을 오가는 어정쩡한 위상 때문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외에 공영방송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도 MBC 상업방송화의 이유로 제시된다.

    그럼 그렇게 바꿔도 괜찮니? 물론 괜찮지 않다. MBC 문제의 진단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할 수 있지만 처방은 상당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논리는 자가당착

    우선 MBC가 공영방송의 탈을 쓴 상업방송이라는 말은 MBC가 공영이면서도 공영방송답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영방송답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지 차제에 공영방송보다 못한 상업방송으로 만들자는 말은 자가당착이다.

    이에 대해 정의원이 내놓은 답은 그럴려면 국가기간방송법이라는 한나라당이 3년 전에 국회에 제출한 법의 틀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3년 전에 제출한 그 법안은 이미 많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문화방송의 어정쩡한 위상이란 공영이면서 광고를 재원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영방송이 영국의 BBC처럼 광고를 하지 않고 국민들이 부담하는 수신료 같은 공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것이 최선의 것임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비율에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광고를 재원의 일부로 삼고 있는 공영방송도 많이 있다. 따라서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니 상업방송화하자는 말은 견강부회다.

    셋째, 지상파 방송에 공영방송이 KBS1·2, MBC, EBS 등 넷, 상업방송은 SBS 하나로 공영방송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4대1은 너무 하니 3대2, 또는 2대3으로 나누어서 균형을 이루자는 산수에 다름 아니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이 어떤 비율로 섞여야 바람직하다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공식을 만들 수도 없는 사정에서 이런 주장은 유치한 초등학생 수준의 생각이다.

    MBC에는 문제가 없나?

    그러면 현재의 MBC에는 문제가 없나? 바꿀 것은 없나? 물론 있다. 공영방송답지 않은 프로그램도 적지 않고, 시청률 경쟁에 매달리는 행태도 문제이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눈치보기도 상대적으로는 나아졌지만 여전하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불안감 속에서 택하는 자사이기주의적 행태로 인해 더 큰 사회적 이익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영과 인력운용의 효율화 역시 문화방송이 안고 있는 큰 과제이다. 또 MBC의 전체적 구조변화에 대한 내부저항 역시 MBC의 장래를 위해 일정하게 극복되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이 현재의 MBC 소유구조나 위상 때문에 빚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업방송화한다면 이런 문제는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심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고민해야할 문제는 얄팍한 미디어 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미디어 정책이다.

    MBC의 상업방송화가 아니라 예를 들면 방송분야 전체를 조감하면서 각각의 미디어 재원구조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붙들고 개선책을 만들어내는 일이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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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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