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논쟁 "참패 아니다" vs "새출발해야"
    2008년 01월 05일 05: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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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열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의 ‘17대 대선 그 이후’ 토론회는 아마도 진보학계의 첫 17대 대선 평가 토론회였을 테고, 어쩌면 마지막 토론이 될 것 같다.

이번 대선이 워낙 재미 없었으니 별스레 얘기할 게 없기도 하겠지만, 16대 대선 직후 토론회가 수십 차례나 이어졌던 것과 다른 현재의 고요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를 보여주기보다는 ‘진보’니 ‘개혁’이니 이름 붙여진 이러저러한 언술 집단의 정치적 정체를 보여준다. 5년 전의 호들갑은 사실 노무현 당선에 대한 환호와 열광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을 뿐이다.

조효제(성공회대, 사회학)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의 화두는 이명박 정권의 성격, 대항 주체의 획정,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모아졌다.

   
 ▲  왼쪽부터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 서복경 전 국회 입법연구관, 박순성 동국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은 ‘반동화’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희연은 ‘신보수’라는 개념으로 이명박 정권을 조망했다.

“신보수 정권의 성립은 분명 한국정치변동의 맥락에서 보면 ‘보수의 진화(進化)’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신보수 정권이라고 할 때의 신보수는 구(舊)보수와 한편에서는 차별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차별성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신보수 정권은 경제적 측면에서 초기산업화 단계의 개발독재와는 ‘구별’되는 포스트-독재 정부이고, 또한 신보수는 과거의 구 반공주의적 보수나 ‘안보형 보수’와는 구별되는 ‘시장형 보수’ 혹은 ‘신자유주의적 보수’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 구보수가 국가개입주의와 보호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신보수는 시장자율주의와 개방주의를 표상한다.”

이명박은 반공주의 아닌 시장주의 보수

이광일(성공회대, 정치학)은 이명박 정권의 대체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조희연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신보수’라는 정의에는 정면 반박했다. 이광일은 “이명박이 신보수인가, 이미 노무현이 신보수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의 성격과 관련하여, 그것을 신보수라고 규정하면서 신개발주의, 중도를 포괄하는 실용주의, 친기업적인 신성장주의적 정책기조를 추진할 것이라는 류(類)의 평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평가는 이른바 새로운 집권세력의 ‘구보수’와의 차이점, 따라서 그 변화를 설명해 줄지는 모르지만, …신개발주의, 실용주의, 그리고 신성장주의가 이른바 ‘중도개혁주의 정권’인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관통하는 것이었다는 점 …이러한 규정은 ‘신보수’와 이른바 자유주의 개혁정치세력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효과적으로 드러내주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신보수’와 ‘구보수’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무현 정권으로 상징되는 집권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운 집권세력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 이른바 ‘신보수’와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즉 집권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외부에 신보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신보수의 또 다른 한 부분으로 재구성된 것은 아닌가’라고 묻고 숙고하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손석춘(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이명박 정권을 ‘보수’라 정의한다면, ‘수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수구와 보수가 합쳐진 정권이고 이미 인수위 활동에서 완고한 수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은 이런 비판들에 대해 “노태우, 김영삼 정권이 들어섰을 때, 과거 정권과의 연속성에만 주목하느라 현실을 쫓아가지 못했다”며 변화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답변했다.

대항 주체의 형성에 관련해 조희연은 과거의 ‘민주개혁연합’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등연합’을 제안했다.

“신보수의 친기업적인 신개발주의 성장주의에 반대하는 반(反)신보수 전선은 급진적인 노동세력이나 민중세력만이 아니라 폭넓은 중도세력과 심지어 보수세력의 일부까지도 이반하여 참여하는 폭넓은 대중전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평등연합이 대항 헤게모니적 전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진보개혁연합 vs 2.5당 체제

   
 ▲ 왼쪽부터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손석춘 새사연 원장,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
 

조희연의 이런 주장에 대한 해석이나 찬반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는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찬성하는 뉘앙스로 토론하였다.

“대중들은 노무현과 민주노동당을 구분하지 않는데, 지식인들이 그것을 구분하는 게 타당한가? 동아시아에서 유럽 같은 진보정당 지형을 만들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온건개혁 노선이 옳다. 자유주의 노선에 사민주의 요소를 합쳐야 한다.”

박상훈(후마니타스 주간)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묶여질 수 없는 세력을 묶으려 했던 것이 잘못이다. ‘진보개혁’이나 ‘민주연합’이라는 말은 양당제적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2.5당 체제 정도로 가야 하고, 통합이 아니라 온건개혁과 진보의 논쟁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석춘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역사적 임무는 끝났다”고 단언했고, 서복경(전 국회 입법연구관)은 “자유주의 세력은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정치세력이라 할 만한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뿐이다. 따라서 이명박에 맞서 전선에 설 유일한 집단은 민주노동당이다”고 주장했다.

조희연은 ‘일부 보수세력’까지를 포함하는 자신의 구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진보, 보수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구체적 역사와 현실에서 정치세력을 파악해야 한다. 중도리버럴이 퇴각하며 이른바 ‘문국현 공간’이 생겼는데, 누가 이걸 먹을 것인가의 문제다. 심상정이나 노회찬이라면 이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대해 운을 뗀 것은 조승수(진보정치연구소, 소장)였다.

“민주노동당 안에서의 종파적 패악이나 범죄가 대선 패배와 인과 관계에 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평화, 통일, 북한 문제에 대해 마음대로 말하지 못한다. 40명이나 되던 연구원이 이런 문제 등에 의해 10명 남짓만 남았다.

하지만 종북주의 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진보정당다운 진보 가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첫째는 적색과 녹색이 연합하는 것이고, 둘째는 계급연대, 사회연대 전략이고, 셋째는 낡은 운동권 이미지를 벗고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당 등의 문제로 진보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NL적 PD? PD적 NL?

손석춘은 “민주노동당은 대선 전에 이미 대선 후 제2 창당하겠다고 결의했었다. 그걸 추진해야 한다. 자주의 가치와 평등의 가치는 모두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들이다. 분당은 문제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진보가 참패했다고 하는데, 신자유주의를 반대한 문국현의 표까지 합치면 200만 표다. 지난 대선 때의 95만 표보다 늘어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조희연은 “권영길이 중도리버럴의 이슈인 NL 이슈에 묻혔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고, 결국 PD파의 대약진의 시대가 온 것이다. 분당하면 민주노총의 10%도 안 온다. 전교조, 지역 대중사업 모두 NL파가 장악하고 있지 않나? 분당론의 문제의식을 100% 수용한 혁신을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양 정파는 NL적 PD, PD적 NL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일은 “민주노동당 자주파가 자주적인가? 여성의 자주, 평화의 자주를 부정하지 않나? 분당하면 어려워질 것이 뻔한 사람들이 분당하자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보자”고 말했다.

조현연(성공회대, 정치학)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새로운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 87년 이후 20년에 대해, 97년 후 10년에 대해 냉혹하고 철저한 자기 성찰을 하고 10년 후를 염두에 둔 새로운 출발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만이 준비된 정치세력이라는 말은 맞지만, 전선에 서기 위한 준비는 안 돼 있다. 조희연의 NL적 PD, PD적 NL이라는 개념은 조어일 뿐이다. 전선에 서기 위해서라도 단절을 통한 실험을 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질 진보신당은 새로운 실험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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