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권영길 선명성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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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07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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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6일 열린 ‘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는 평범했다. 여섯 명이나 되는 후보들에게 발언 시간이 15분씩밖에 할애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주제가 이번 대선의 핫이슈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북핵’ 문제는 시청자들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주제다. 권영길부터 이회창에 이르는 각 후보들의 해법은 한미동맹의 지속 여부(권영길과 정동영, 문국현 사이), 경제협력의 일관성(정동영과 이인제 사이), 상호주의의 적용 범위(이인제와 이명박, 이회창 사이), 북미회담과 6자회담에 대한 태도 등에 의해 마치 무지개처럼 변해가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다.

TV토론의 전달력에서만 보자면 권영길의 일관된 대북협력주의와 이회창의 강경한 상호주의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문국현의 한미동맹 해체 반대 입장도 예상 외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북한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다는 권영길의 발언은 실제에 있어 꽤 과장된 것일지라도, 유권자들에게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가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리기에 적절했다.

정동영은 대북 협력을 “경제 영토 확장”이라 말했고, 문국현은 “러시아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끌고 올 것인가”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나대지 둘러보는 부동산 업자 같이 느껴졌다.

이명박과 문국현은 “친미, 반미가 중요한 것 아니다”라고 완벽한 의견 일치를 봤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중지 안 된다. 먹는 것 가지고 흥정하면 안 된다”는 다분히 감상적인 권영길 의원의 발언은 TV토론에서 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훌륭했다.

후보들은 개헌에 대해 대동소이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명박은 “권력구조뿐 아니라, 여성, 기본권, 환경도 다뤄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동영의 “주거권”은 분명히 진일보한 것이다. “토지공개념,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권영길이 단연 빼어났고, “대여섯 개로 이루어진 강소국 연방”이라는 이회창의 정책은 많이 황당했다.

피납 사태에 관련해서도 이회창은 “특수부대를 동원해서라도”라고 포탈 사이트 댓글 수준의 발언을 했다. “한류와 한글 세계화”를 외친 문국현은 좀 빗나갔고, 권영길은 “선원 문제에 종합적 외교적 대책”이라고 공무원식 답변을 했다.

   
  ▲사진=뉴시스
 

토론의 첫 주제였던 주변국 역사 왜곡 문제는 최악이었다. 이회창의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발언이나 이인제의 “찬란한 민족 고대사” 운운은 그러려니 싶지만, 권영길이 “찬란한 오천 년 문화가 짓밟혔습니다.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 말한 건 창피하다.

오히려 유럽 예를 든 이명박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어쨌거나 주변국 역사 왜곡에 관련해서는 ‘6인의 극우 민족주의 동맹’이었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투 등으로만 보자면 이명박과 권영길이 좀 불안한 편이었다. 이명박은 거만하고 비딱하게 기대 앉은 모습을 자주 보였고, 권영길은 역시 전달력이 떨어졌다.

토론의 전개에 있어 전반은 정동영의 이명박 공격이었지만 많이 어거지스러워 보였다. 후반에는 권영길이 이명박, 정동영, 이인제의 전력을 들며 공박하고 야유했는데, 재치 있고 시원시원했다.

권영길 후보가 외운 정책을 나열할 때는 안쓰러워 보였지만, “이건 나라가 아닙니다. … 여러분들 어떻게 대접받고 있습니까?”라고 감성적 발언을 할 때는 자기 확신이 느껴졌다. 자신의 장점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후보들은, 한국 정치가 그러하듯 중도 수렴화된 정책과 이미지를 내보였다. 이명박 같이 압도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모호한 태도나 발언은 여섯 명이나 되는 주요 후보군에 묻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점에서 6일 토론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을 이룬 사람은 원칙을 천명한 권영길과 우익 선정주의의 이회창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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