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보다 단일화가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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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07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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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부패 동맹의 전면 등장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작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겠다.” – 정동영, 6일

“저희 두 사람의 출마로 인해 부패하고 거짓된 과거 세력의 집권을 막지 못한다면 이 역시 역사의 잘못이 될 것입니다.” – 문국현, 4일

여러 세력이나 정치인이 힘을 합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이쪽 편을 불리고, 저쪽 편을 줄이는 선긋기는 세상사 어디에서나, 언제나 이루어진다. 노태우와 김영삼과 김종필이 합당을 하고, 김대중과 김종필이 합치고, 노무현과 정몽준이 단일화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지겹도록 봐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과 문국현, 또는 이인제 사이에 오가는 단일화 움직임은 아무래도 곱게 봐주기 어렵다. 온갖 고상한 미사여구들이 오가지만, 결국 이리 묶고 저리 섞어 대통령 자리 차지해보자는 계산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사진=뉴시스
 

정동영과 문국현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 되는 으뜸 이유로 부패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른바 개혁세력이 그래도 덜 부패했다는 주장은 ‘그럼직하다’는 추정 수준이지, 다른 정치세력의 사정기관에 의해 검증된 것은 전혀 아니다.

6일 법원은,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여당 전 의장 이부영을 법정 구속했다. ‘개혁세력’은 역시 액수가 적으니 덜 부패했다는 증거로 삼으려 들겠지만, 이명박이 주식 투자자를 속였다는 것보다는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이부영의 알선수재가 훨씬 심각한 부패다.

어쨌거나, 삼성에 나라 팔아먹은 총체적 부패의 자유주의자들이 남더러 ‘부패’ 어쩌구 만날 떠들어대는 건, 구경하는 국민 입장에서 참 어이없다.

정동영과 문국현이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어도 국민들이 단일화 놀음에 심드렁하고, 이리저리 합쳐놔도 지지율이 요지부동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단일화 때문이다.

여권의 연이은 단일화가 정치세력과 정치의제의 분화 발전을 발목 잡고, 결국 사회 변화에 뒤쳐지는 정치 지체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국민 욕구는 ‘민생’이라 일컬어지는 경제사회적 권리로 나아갔는데, ‘묻지마 짝짓기’를 통해 한나라당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된 여권에서는 고작 후보 아들 군대 문제나 주가 조작 의혹 같은 것 말고는 내놓을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19일 이른바 ‘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이 단일화를 촉구했다. "지금은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가치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을 감동시킬 때이다." 가치 따위 따지지 말라는 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인이란다.

"지역기반을 지닌 정당은 지역기반을 보태고 … 독자적인 민중조직을 지닌 집단 역시 대선 승리에 이를 보태는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의에 민중조직까지, 이른바 민주화라는 것이 이런 획일주의로까지 타락했다.

정동영, 문국현 둘 사이를 오가는 박영숙, 박형규, 백낙청, 지은희, 한승헌, 함세웅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위촉받아 일했던 사람들이니 ‘재야 시민사회 원로’보다는 ‘전현직 관료’나 ‘여권 인사’로 불려야 적격이다. 어느모로 보아도 ‘민중조직’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정동영도, 문국현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위촉받았던 사람들이니 결국 작금의 단일화 소란은 노무현 정권에서 한솥밥 먹던 사람들끼리 감투 놀음이고, 열린우리당이나 통합민주신당에서 진작에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다.

요는, 경선을 하든 술을 마시든 저희들끼리 합치면 되는 걸, 왜 대통령선거라는 공적 공간으로 끌고 와 요란을 떠는가 말이다.

투기밖에 남은 게 없는 정동영으로서는 단일화든 뭐든 손해볼 건 없다. 하지만 이른바 ‘시민사회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당까지 만든 문국현 세력이 입후보 열흘도 안 돼 단일화를 수용한 것은 이해해주기 어렵다.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완패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단일화는 망해가는 여권에 ‘시민사회 세력’을 뭉쳐 공멸하자는 것이다. 고생한 사람들 어렵게 모아 한 번에 망하게 하는 게 문국현의 정치 입문 목적인가?

자칭 “아시아 최고의 연봉을 받는 글로벌 리더”인 문국현에게는 기탁금 5억 원이 별것 아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정도 일이 아니더라도 심사숙고하고 만전에 만전을 기한다. 열흘 앞 제 처신도 못 보는 사람에게 어찌 나라 살림 5년을 맡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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